1. 외식은 꿈도 못 꾸는 쌍둥이 엄마 이야기

네 살짜리 쌍둥이 승훈이, 지훈이 엄마는 시어머니 생신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날도 덥고 집도 좁은데 이번 생신은 식당에서 치르자고, 큰 동서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시어머니는 당신도 형제분들이 많으신데다 자녀도 2남 4녀를 두셔서 무슨 행사 때 친척들이 한번 모이면 그야말로 시골장터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듯이 승훈 엄마는 집안 행사가 있으면 그 며칠 전부터 두통이 몰려오곤 했다.

식당에서 잔치를 하면 차려입고 가서 주는 밥만 먹고 오면 되는 것이니 무슨 걱정이랴 하겠지만 승훈 엄마는 그것 역시 앞이 캄캄하다. 승훈 엄마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다. 쌍둥이 사내아이 둘. 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양 옆구리에 폭탄 하나씩을 끼고 다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얼마 전 친척의 결혼식 때만 해도 그랬다. 쌍둥이 아이들은 식장에서도 내내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니고 큰 소리를 내서 결혼식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더니 피로연 자리에서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둘이서 장난을 치다가 김치 그릇을 엄마 한복치마에다 엎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번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맞춘 한복이었다. 결혼할 때 맞춘 한복이 있었지만 아이까지 둘 생긴 마당에 새색시들이 입는 녹의홍상을 입는 것도 민망하고 앞으로도 시누이들 결혼이 줄줄이 있는 터라 큰 마음 먹고 마련한 옷이었다. 연한 분홍색 치마에 번지는 벌건 김치 국물 자국을 보며 승훈 엄마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순간 손님들이 조용해지며 모두 돌아보는 바람에 얼굴까지 김치 국물처럼 벌개졌다.

승훈 엄마는 그때를 생각할 때마다 아직도 얼굴이 벌개진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아이들은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민폐를 끼칠 것이고 아이들을 잡으러 다니느라 엄마인 자신도 식당 구석구석을 누비게 될 것이며 그래서 말 그대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될 것이다.

그래도 비싼 식당에 가서 비싼 음식 먹는데 아이들을 굶기기는 아깝고,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안간힘을 쓰다보면 숟가락을 들고 아이들을 따라다녀서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는 가려고 하는 데가 숯불 갈비집이어서 테이블마다 불을 쓰는데 아이들이 돌아다니다가 혹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걱정에 아이들에게 야단이라도 치면, 좋은 날 손자들이 야단맞는 것에 시어머니 기분이 좋으실 리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떼놓고 갈 수도 없는 일이다. 승훈 엄마는 두통약을 찾으며 생각했다. '아, 언제쯤이면 맘 편히 외식 한번 할 수 있으려나.'

2. 식당 선택만 잘해도 전투는 줄어듭니다

성공적인 외식을 위해서는 식당의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있는, 아이 손님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식당을 선택해야죠. 어른들의 모임에 아이들을 들러리만 세우는 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화목한 가족모임에 어울리는 소품 역할 정도에 만족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하기로 했다면 아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즉 아이의 기호와 성향에 맞는 식당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선 식당에 놀이방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과 식사가 끝난 후 어른들이 후식을 먹으면서 담소하는 시간에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아이를 위한 메뉴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아이의 연령에 맞게 먹을 만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매운 음식 전문점이거나 질긴 음식들뿐인 곳으로 외식 장소를 정하면 아이들이 맨밥만 먹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어리다면 유아용 식탁의자가 있는지도 미리 알아보면 좋습니다. 아이가 자기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기를 원한다면 일단 '자리'가 있어야겠죠. 그 밖에 아이를 위한 깨지지 않는 식기와 작은 숟가락, 포크, 턱받이 등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 아이를 손님으로서 배려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아주 어리다면 테이블마다 불을 쓰는 식당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라도 안전사고가 날 수도 있고, 사고가 날까 봐 아이를 붙들고 있느라 진을 빼는 것보다는 미리 피하는 것이 좋겠죠.

3. 외식에는 준비물이 필요해요

밖에 나가서 아이와 실랑이 하는 것은 집에서보다 훨씬 더 힘듭니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아이와 오래 기싸움 하는 것이 쉽지 않지요. 아이도 자신이 집에서보다는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것을 귀신같이 알고 훨씬 더 고집을 피우기도 합니다. 그러니 밖에 나갔을 때는 아이와의 갈등 상황을 줄이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싸워서 이길 생각보다는 싸움을 피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가 준비하는 만큼 당황할 일도 기분을 상할 일도 줄어듭니다. 외식을 하러 갈 때는 갈아입힐 옷 외에도 물수건, 턱받이 등 아이가 저지레를 했을 경우 금방 대비할 수 있는 물건들을 미리 준비해가면 긴요하게 쓰입니다.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장난감을 준비해가는 것도 좋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인형이나 작은 자동차 등 익숙한 장난감이 있으면 아이가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4. 아이에게 어디서 무엇을 할지 알려주세요

새로운 곳에 갈 때 아이가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어디에 갈 것이고 가서는 무엇을 할 것인지 아이에게 미리 알려주고 그곳에서의 규칙을 말해주면 아이는 규칙을 따르는 것이 더 쉬워집니다.

외식하러 식당에 가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 식탁 사이로 돌아다니지 않기, 숟가락으로 장난치지 않기, 그릇을 쳐서 소리 내지 않기, 숟가락 젓가락 다 쏟아놓지 않기 등을 약속합니다. 그냥 '얌전히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어떤 행동이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약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은 해도 좋다' '이렇게 하자'는 약속도 미리 하고 갑니다. '밥이 나올 때까지는 놀이방에서 놀아도 된다.' '사람이 많으니 꼭 엄마 옆에 앉아서 먹자' 등도 미리 말해줍니다.

5. 즐거운 가족 나들이, 과감한 포기도 필요해요

외식 장소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우는데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면 일단 아이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야 합니다. 다른 사람 밥 먹는 데서 아이를 야단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실례고 아이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외식을 중단하고 돌아오도록 합니다. 집에서 밥상을 치워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집에서는 아이가 식사 때 불러도 오지 않거나 돌아다니며 먹거나 하면 밥상을 치워버리는 단호한 엄마들도 외식 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음식 값이 아깝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나들이 자체가 중단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몇 번이면 된다'는 마음을 먹고 단호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식당에서의 예절을 지키지 않으면 외식 자체를 못하게 된다'는 것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거든요. 아이도 외식을 좋아합니다. 음식보다는 '나들이'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식당에서 얌전해야 나들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를 잡으러 다니느라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가며 식당을 휘젓고 다니는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아이가 세 살 이하라면 조금 더 클 때까지는 외식을 자제하는 것도 좋습니다. 밥 한 끼 먹으려다가 아이도 엄마도 너무 지치게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은 모임도 되도록 집집이 돌아가며 합니다. 집에서 모임을 하면 다른 손님 눈치 볼 일도 줄어들고 아이가 저지레를 해도 금방 씻기고 갈아입힐 수도 있어 여러 모로 마음이 편합니다.


저자 : 임선경 지음
출판사 : 넥서스BOOKS
출처 : 징그럽게 안 먹는 우리 아이 밥 먹이기

 

출처: http://media.daum.net/life/living/wedding/newsview?newsId=20130614141839742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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