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은 시간과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18세기 조선 지도를 보면 지금 현재 서촌의 골목이 그대로 나와 있을 정도입니다. 흙길을 아스팔트와 벽돌이 대신하고 있지만 서울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옥의 형태도 1910년대에 지어진 집부터 시작해서 일본식 가옥과 전통 건축 방식이 혼재돼 있어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서촌에 최근 빈 집이 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한옥에 사는 사람이 줄고 있습니다. 총 688동 가운데 경찰이 빈 집으로 파악하고 있는 집만 40채 정도, 실제로 거주자가 없는 곳은 더 많을 걸로 추정됩니다. 영화 <건축학개론> 속에서 수지와 이제훈의 추억이 담긴 한옥 대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습니다. 안전사고의 우려와 범행에 사용될 가능성 때문에 경찰이 빈집 특별 경비까지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빈 집이 늘어나게 된 이유는 먼저 재개발 정책에서 시작됩니다. 10여년 전 서촌 일대에서 재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이 세 군데가 있었습니다. 추진 과정에서 기대 이익을 노리고 외지에서 투기 세력까지 몰려들었습니다. 한옥 열풍까지 불면서 땅값이 두 세배 가량 이상 뛰었습니다. 그런데 재개발을 앞두고 어차피 헐릴 집이라는 이유로 한옥을 수리하지 않은 게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여름철 태풍과 장마에, 겨울철 폭설에 한옥은 조금씩 무너져갔습니다. 한옥은 유지, 보수 비용 규모 자체가 아파트나 일반 주택과 다릅니다. 특히 한 번 손을 놓기 시작하면 급격하게 집이 낡습니다. 기와 한 장이 썩어도 지붕 전체를 수리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관리하지 않으면 노후화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됩니다. 재개발을 믿고 차일피일 수리를 하지 않던 집이 점차 낡아버리면서 이제는 새로 지어야 하는 단계까지 이른 겁니다.
그런 가운데 재개발의 꿈은 한옥 보존 정책에 막혔습니다. 한옥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역설적으로 한옥의 발목을 잡은 겁니다. 2008년 한옥 보존 정책이 발표됐고, 2010년 구체적인 지구 단위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한옥 지정 구역에서는 한옥을 헐어도 한옥만 다시 지어야 했고, 한옥 권장 구역 역시 고도 제한과 용도 제한을 받도록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다시 지을 경우 가구당 최대 1억원까지 서울시가 지원하고 있지만 전체 규모로 봤을 땐 부족한 실정입니다. 여기에 부동산 침체까지 겹치면서 한옥을 구입하려는 수요 자체가 줄었습니다.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들어왔던 한옥 주인들은 본전 생각에 집을 팔지 못하고 있고, 비싼 임대료에 세입자들은 한옥을 떠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흉가처럼 변해버린 집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결국 사람이 살 수도, 그렇다고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겁니다.
이에 서울시는 서촌을 살리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화 유산과 스토리텔링이 살아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서촌을 재탄생 시키겠단 겁니다. 실제 서촌엔 세종대왕 탄생지가 있고 겸재 정선이 살던 인곡정사가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이상의 생가, 이상범, 박노수, 이중섭 등 예술가의 흔적이 곳곳에 서린 지역이기도 합니다. 규제를 통해 지역을 소극적으로 관리하던 것에서 벗어나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서촌을 새롭게 탈바꿈시키기로 방침을 바꾼 겁니다. 이런 사업의 일환으로 서촌 주민들에겐 오성 이항복의 생가로 잘 알려졌던 한옥을 최근 서울시가 구입해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품고 있는 서촌은 개발과 보존 논리에서 현재를 잃었습니다. 하루빨리 제 모습을,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게 올바른 방향으로 미래를 그려가길 기대하겠습니다.
출처: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658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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