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 한국에서 혼자 식당 가기는 아직은 용기가 필요한 미션에 가깝다. 1인 가구가 늘고 나홀로 식사가 일상화하면서 칸막이를 설치한 식당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신촌의 한 일본라면가게.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아침 7시, 알람이 울린다. 부시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8시에 집을 나서려면 씻고 옷 챙겨 입기에도 바쁘다. 물 한 잔 못 마시고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아침을 거르는 하루는 이미 일상. 밥 챙겨 먹겠다고 부산 떠는 것보단 잠이 더 아쉽다. 만원 지하철 옆에 선 남자는 스마트폰으로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보는 중이다. 마침 호주 출신의 샘 해밍턴이 군대에서 먹는 햄버거, 일명 '군대리아'를 맛있게 먹고 있다. 빵에 잼을 바르고 패티를 끼워 먹고, 남은 빵까지 우유에 적셔먹는데 그 '먹방(먹는 방송)'만으로 몇 분이 훌쩍 간다.
확실히, 지금 TV는 '먹방'이 대세다. 어느 예능 채널을 켜든 먹는 장면이다. 심지어 시사 교양 프로그램까지 '먹방화'하는 듯해서, 잘못된 식습관을 지적하는 MC가 스튜디오에 차려진 요리를 먹고, 미심쩍은 식당을 고발하면서도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먹방은 소비의 견인차다. MBC의 예능 프로그램'아빠 어디가'에서 8살짜리 윤후가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섞은 '짜파구리'를 소개한 뒤 해당 제품 매출은 전년대비 22%나 증가했다.
자취 3년차 친구 J는 종종 온라인 방송인 아프리카 TV 먹방을 보며 밥을 먹는다.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 DJ가 컴퓨터 앞에 피자 족발 보쌈 중국음식 등 혼자서는 도저히 다 먹을 수 없는 양의 배달음식을 펼쳐놓고 맛있게 먹기만 하는데, 이런 먹방을 시청하는 사람이 하루에만 15만명이란다. 이들이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대리만족' '식욕억제 사회에 대한 전복의 쾌감' 'DJ와 시청자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유사 집밥 문화'등 다양하다. 이유가 뭐든 거기에는 '1인 밥상= 외로운 밥상'이라는 보편정서가 배경처럼 깔려 있다. 아예 '식샤를 합시다'라는 제목의 먹방과 1인 가구를 주제로 한 드라마도 등장했다.
저녁 8시. 간만에 회식도 약속도 없이 혼자가 된 퇴근길, 단골 김밥천국에 들러 '밥'을 산다. 컴퓨터 모니터를 마주하고 즐기는 나홀로 만찬 메뉴은 라볶이. 매운 떡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방송에 나온 철학자 강신주씨가, 비수처럼, 한 마디를 던진다. "한 끼를 해치워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정성스럽게 차리는 불편함을 감내하기 싫어서 먹는 음식은 사료다." 내가 먹는 것은 사료일까?
통계청 추정으로 한국에는 454만 1인 가구가 산다. 전체 가구 대비 25.3%. 2035년이면 42.3%까지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문득 나와 같은 2030세대 1인 가구의 식탁 안부가 궁금해졌다. 다들, 밥, 잘 챙겨먹고 사나요?
건강식은 남 얘기… 뿌리칠 수 없는 간편식의 유혹!
잦은 야식으로 아침은 생략… 점심·저녁엔 탄수화물 위주 과식
도시락·1인용찌개 등 시판 봇물… 대부분 볶고 구워져 신선도 떨어져
"대사증후군·비만 등의 요인… 규칙적 식사·과일 섭취 등 필수"
자취 7년차 직장인 허연주(가명·27)씨와 자취 5년차 회사원 박지원(가명·32)씨의 일주일치 식단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술과 탄수화물. 두 사람은 일주일에 3일 이상 술을 먹었다. 반면 아침식사와 과일은 식단에 없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한국에는 155만4,000여 2030세대 1인 가구가 있다. 전체 1인 가구의 37.5%. 모두 허씨와 박씨 같은 이들이다. 그들의 식사, 과연 그대로 괜찮은 걸까. 이들의 식단을 분석한 건국대학교병원 헬스케어센터 이은 영양사는 "대사증후군이나 비만을 유발하기 딱 좋은(?), 매우 나쁜 식사습관"이라고 말했다.
지원씨는 저녁시간 이후 야식섭취가 잦은 점이 지적됐다. 잦은 야식은 아침 결식으로 이어지고, 점심과 저녁 과식으로 악순환한다. 또 점심과 저녁 식사의 주 메뉴가 라면 칼국수 쟁반짜장 등 50% 이상이 탄수화물이고, 서너 끼가 술과 고기 안주로 채워졌다. 당연히 지방과 단백질 과다섭취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연주씨는 주 5회에 달하는 잦은 음주가 지적됐다. 술은 영양가 없이 열량만 있고 영양소 흡수를 방해한다. 체내에서 술이 대사되기 위해서는 비타민이 필요한데 과일과 채소는 식단에 거의 없었다. 이은 영양사는 "지금은 연령이 젊기 때문에 건강상의 큰 징후가 없을지라도, 이런 식습관이 계속된다면 체지방 증가, 내장지방 증가, 지방간, 역류성 식도염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데 가난하고 바쁘기까지 한다면, 사 먹는 것이 어쩌면 경제적이다. 이는 2030세대만의 사정은 아니다. 하지만 2030 1인 가구가 가장 첨예하게 마주한 현실인 것도 사실이다. 1인 가구 웹진 '루머스'의 옥수정(30) 대표는 "한가할 때에는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데, 바쁠 때에는 그럴 수 없다. 요리를 한 번 했다가 1,2주 지나면 남은 재료를 다 쓰지 못해 결국 썩혀 버리게 된다. 재료 살 돈으로 한 번 사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보니 점점 더 사먹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싸고 간편한 1인 식사는 면류와 김밥, 햄버거 및 탄수화물 위주의 한 그릇 음식이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점심과 저녁을 대부분 외식으로 해결하는 고하나(가명·26)씨는 일주일 동안 6번 라면과 칼국수, 햄버거, 김밥 등으로 식사를 했다. 당질과 칼로리는 충분하지만 섬유소와 비타민은 부족하고 염분은 넘친다.
늦은 퇴근과 열악한 주거 환경도 1인 가구에게 건강한 한 끼 식사를 힘들게 한다. 자정 넘겨 퇴근하기 일쑤고, 드물게나마 약속이 없는 날 저녁은 오피스텔 1층에 있는 김밥천국에서 해결한다는 연주씨는 "실평수 4평짜리 집에서 요리를 하면 음식 냄새가 옷에 다 배게 된다"며 "식단이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지만 개선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원씨는 퇴근이 이른 날이면 집에서 종종 요리를 해 먹는다. 주말엔 동네마트에 가 음료수, 요거트, 야채 등을 사서 반찬도 만들어 보관해 둔다. 지원씨는 "요즘은 대형마트에 1인 가구용으로 소량 판매하는 야채들이 종종 있다"며 "깐 양파 1개도 사서 요리해 먹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원씨처럼 많은 1인 가구가 대형마트를 이용한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1인 가구 중 42.2%는 대형마트에서 식품을 산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식품이 4인 가족 기준이지만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에 맞춘 소량 상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포장에서 1/3가량 중량을 줄여 당근 양파 마늘 대파 고추 등 필수야채 10여 가지를 각각 990원에 판매하는, 이마트의 '990원 야채'가 대표적이다. 990원 야채는 올해 매출이 작년 대비 28%나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도 깐 양파나 깐 대파 1대, 양배추 1/4통 등 재료 손질이 돼 있는 소용량 야채 30여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또 볶음밥이나 카레라이스용으로 재료를 손질한 냉동 모둠채소도 있다. 이 같은 '간편채소' 판매량은 올 들어 지난 달까지 전년 동기비 37.3%가 늘었다.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도 있다. 이미 완성된 도시락과 반찬, 전자렌지에 돌리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국과 찌개 등의 간편식은 다양한 메뉴와 손쉬운 조리법으로 인기가 높았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인기 높았던 2,000원~3,000원대의 컵밥도 빠르게 가정간편식으로 편입돼, 대형마트에서 3,4인용으로 팔던 냉동밥류가 1인용 컵밥 형태로 출시되는 추세다. 편의점 CU가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출시한 1,2인분 가정간편식 상품 매출은 전년대비 44%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 혼자 사먹는 식사는 대부분 볶거나 구워 신선함이 덜하다. 1인 가구의 소망은 간편하고 신선한 식사다. 회사원 백남재(27)씨는 "비용으로나 시간상으로나 가장 합리적인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애용한다"며 "4,000원, 5,000원 하더라도 더 신선한 도시락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 영양사는 열악한 1인 가구의 식단 개선을 위해 아침을 꼭 밥으로 먹지 않아도 규칙적인 3끼 식사 지키기, 과일은 한 번에 많이 먹는 대신 매일 꾸준히 섭취하기, 부족한 칼슘 섭취를 위해 저지방 우유, 저지방 요거트 매일 먹기 등을 조언했다.
출처: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311/h2013113003370621950.htm
'Research-Old > Research-Tre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8개국 응답자 70%, IT로 의료 수준 높인다고 생각 (0) | 2013.12.16 |
---|---|
[스크랩] 2014년 7대 소셜 미디어 마케팅 트랜드 (0) | 2013.12.16 |
[스크랩] 1994년 그리고 20년 뒤 2013년, 얼마나 달라졌을까? – 재미로 보는 1994년 vs 2013년 (0) | 2013.12.12 |
[스크랩] 고3폰/ 고삼폰/ 베타폰 이란 무엇일까요 ? (0) | 2013.11.28 |
[스크랩] 보조금 공개 `투명화`…소비자 차별 없앤다 (0) | 2013.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