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디지털화에 IPTV·온라인 공세로 설 땅 잃어

1위 CJ헬로, SK텔에 매각…타업종과 제휴·망투자 등 새로운 `성장동력`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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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20년을 맞은 케이블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3년 연속 가입자 수는 하락 중이고 수익은 악화되고 있다. 1위 유선사업자(SO) CJ헬로비전은 이동통신사 SK텔레콤에 넘어갔다. 3위 사업자(가입자 기준) 씨앤앰도 새 주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회사든 기회만 있으면 팔려고 안달이다. 이 시장이 얼마나 비전 없는지를 피부로 느낀다"면서 "홈쇼핑 중계로 앉아서 돈 벌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했다. 

케이블TV는 난시청 지역 해소와 방송산업 육성 등을 위해 1995년 본격 시작됐다. 지상파 방송을 단순 전달하던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들이 자연스럽게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RO들은 방송구역을 전담해 사업할 수 있는 지역 독점사업권을 발판 삼아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러다 2000년대 대기업 지분 참여가 허용되고 SO와 채널사업자(PP) 등 상호 겸업이 허용되면서 대형 MSO로 몸집이 커졌다. MSO는 사실상 독점 체제 안에서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이동통신 3사가 주도하는 IPTV가 시작되면서 시장 기류가 달라졌다. 디지털 서비스를 앞세운 IPTV는 이통사 유통망을 타고 급속히 가입자를 늘려갔다. 내년이면 케이블 가입자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독점의 달콤함에 젖어 있던 케이블도 '아날로그 탈출'을 선언했지만 너무 늦었다. 케이블 가입자 디지털 전환율은 올해 50%를 겨우 넘겼다. 지방은 디지털 가입자가 30% 안 되는 곳도 많다. 낮은 디지털 전환율은 수익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아날로그 서비스는 단순 방송 중계에 그칠 뿐이다. 낮은 가입당평균수익(ARPU)을 고착화하고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한 주문형비디오(VOD) 매출도 기대할 수 없다.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저가로 고착화된 시장에서 시설 투자가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경쟁력을 확보할 중요한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합상품 대응이 미진했다는 반성도 나온다. 전체 유료방송의 결합상품 가입자 중 케이블은 274만명으로 24%밖에 안 된다. IPTV가 결합상품을 미끼로 가입자 수를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통사들은 이동전화, IPTV, 초고속인터넷을 합쳐서 팔았다. 케이블 업계 2위인 티브로드 관계자는 "결합상품이 무서운 이유는 가입자 증가를 도우면서 이탈도 막기 때문"이라며 "초반 IPTV 결합상품이 등장했을 때 통신서비스 영향력을 간과했다. 방송 서비스가 공짜로 팔리지 않도록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케이블업계는 출구전략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티브로드는 사물인터넷(IoT) 투자를 검토 중이고, 씨앤앰은 N스크린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하다. IPTV, 위성방송, 케이블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 출격으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신건식 BS은행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미디어 전문)는 "IPTV가 서비스 수평적 확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인데 '케이블 온리' 정책을 고수하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SO들은 타업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최종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부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움츠러들어 투자를 꺼리면 위기는 더 빨리 온다. 망 고도화, 인터넷 광대역화 기술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네트워크 투자로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또 다른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1183009&year=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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