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감자칩 등 새 시장 키우지만 인기 급랭땐 공멸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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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식품시장을 강타한 '미투(Me too·모방) 상품' 열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색다른 아이디어로 무장한 특정 상품이 인기를 얻으면 한두 달 안에 금세 경쟁사에서 유사한 콘셉트의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식품업계 미투 상품은 일단 신선한 맛을 강조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면서 관련 시장 파이를 부쩍 키우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비슷한 제품이 넘쳐나 소비자들이 점점 식상해하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거나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식품시장의 고질병으로 꼽힌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빅히트를 한 허니 감자칩을 시작으로 과일맛 소주, 짜장라면에 이르기까지 원조와 아류 제품이 하나의 상품군을 이루며 줄줄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미투 열풍은 달콤한 허니 감자칩이 진원지라고 볼수 있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등장한 후 해태 내부에서도 '허니통통' '허니콘팝' 등 허니 시리즈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인기를 주도했고 제과업계 1위 롯데는 물론 오리온 농심 등도 잇따라 허니 스낵을 출시했다. 지난달 중순 해태가 과일맛을 가미한 '허니통통 애플'을 내놓자 이번엔 과일맛 감자스낵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리온 '포카칩 라임페퍼'와 롯데제과 '레이즈' '바나나 먹은 감자칩'이 한 달 안에 모두 출시됐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올해 1~4월 감자스낵과 일반 스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7%와 2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편의점에서 팔린 단맛과 짠맛 감자스낵 매출 비중은 지난해 1~4월 0대100에서 올해는 51.1대48.9로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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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에선 과일맛을 첨가한 이른바 칵테일 소주(리큐르)와 저도 양주가 봇물을 이뤘다. 롯데주류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맛' 이후 무학 '좋은데이 컬러시리즈'에 이어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까지 '자몽에이슬'을 내놓으며 동참했다. 

양주시장에선 정통 위스키라는 명칭까지 포기한 기타 주류 열풍이 뜨거웠다. 위스키 원액을 100% 다 쓰지 않은 채 과즙을 넣어 알코올 도수를 더욱 떨어뜨린 저도주가 잇따라 출시됐다. 이 때문에 6년 연속 소비 감소에 신음했던 위스키업계에서도 저도주인 '골든블루'만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출고량이 57% 급신장했다. 

봉지라면 분야에선 짜장라면 돌풍이 거세다. 지난 4월 농심에서 '짜왕'을 출시한 후 이 제품이 기존 봉지라면 매출을 뛰어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자 오뚜기 팔도 등 경쟁사에서도 잇따라 짜장라면 신제품을 내놨다. 

물론 기존에도 짜장라면 제품이 있었지만 짜왕 출시 후에 나온 경쟁사 제품 역시 대체로 굵은 면발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비슷한 맛을 낸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3년 전체 라면 매출은 전년보다 3.7% 줄었고, 분기별로도 올해 1분기까지 매 분기 3~7%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짜장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가량 깜짝 성장했다. 특히 7월 한 달간 라면 매출은 작년 7월보다 14% 이상 늘었다. 

시장을 단시일에 키우는 미투 상품의 긍정적 영향 못지않게 그늘도 짙다. 미투 상품이 대체로 원조 상품(감자칩·일반 소주 등)을 변형한 것이라는 점에서 유행이 지나면 인기가 물거품처럼 사그라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11년 8월 출시된 팔도 '꼬꼬면'은 흰 국물 라면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며 출시 한 달 만에 6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등 인기를 모았다. 이후 삼양 '나가사키짬뽕', 오뚜기 '기스면' 등이 연거푸 출시되며 기존 빨간 국물 라면을 위협했지만 인기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미투 상품 시장이 과열되면 식품업계가 공멸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제품 질을 끌어올리기보다 미투 상품 대량 생산·대량 유통으로 단기 수익만 좇다 보면 소비자도 그만큼 빨리 질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진우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9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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