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고들은 이전과 비교해서 몇 초 단위가 아니라 몇 분 단위로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스토리를 가진 광고가 늘고 있다. 때로는 시리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몇 초간의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이전 광고들과는 다른 개념이다. 

판매에서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있다. 2009년 코카콜라는 젊은 소비자들과 연결될 새로운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행복 기계 설치였다. 기말고사 직전에 미국의 한 대학교 학생식당에 코카콜라 자판기를 설치했다. 이 자판기는 일반적인 자판기와는 다르게 깜짝 선물이 나오게 되어 있다. 학생이 콜라를 하나 뽑으면 꽃, 피자, 풍선, 샌드위치 등의 다른 선물 또한 나왔다. 

코카콜라는 이 행복 기계를 설치해 학생들이 선물을 받게 되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이 영상은 2주 내에 200만번 클릭되며 인기를 끌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 행복 감정을 일으켜 매출을 높인 예다. 

또한 디즈니는 정보기술과 이야기를 접목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겨울왕국`을 성공시키면서 관련 물품 판매 등 전년 대비 22% 늘어난 75억달러의 순수익을 올렸다. 내년에는 홍콩에 아이언맨을 주제로 하는 `아이언맨 비행여행`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가상현실 기술과 이야기 전개가 서로 융합되고 있다. 이야기의 힘,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스토리가 있는 상품이 마케팅에서 성공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 원시사회에서부터 시작된 거다. 부족의 수장은 자신이 성공적으로 이룬 수렵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어떻게 동물을 쫓아갔고 어떻게 무찔렀는지를 상세히 재연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게 되고 그 대단한 공적에 대한 찬탄과 존경을 받게 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용맹을 인정받고 지위가 보장된다. 

한편으로 그 이야기를 통해 사냥하는 법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졌다. 이야기를 통해 듣는 정보는 이후 살아가면서 활용되었다. 자신의 경험을 얘기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이해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류 초기, 언어 이전에는 몸짓으로 이야기를 했을 거다. 이렇게 인류는 일찍부터 스토리텔링을 하기 시작했고, 이것을 기반으로 한 경험 문화가 만들어졌다. 

스토리가 존재하면 인간은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한다. 감정적으로 끌리는 이야기는 단순한 이성적 메시지보다 뇌의 더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실적인 이성적 정보를 접하게 되면 뇌의 언어 처리와 이해와 관련한 언어중추만이 활성화된다. 

그러나 스토리를 접하게 되면 감각피질, 소뇌 운동피질, 후각, 시각, 청각과 같은 감각피질을 포함한 많은 뇌의 영역이 활성화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경험과 관련된 냄새, 색깔, 모양, 소리, 동작 등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이야기는 감성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감성을 건드릴 때 인간은 더욱 집중하게 되고 성취 동기 또한 발동하게 된다. 

이렇듯 스토리텔링 전략은 이미 오래전부터 홍보나 마케팅에서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그렇게 남의 스토리를 듣기만 하지 말고 내 스토리텔링을 해보면 어떨까. 나만의 경험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거다. 그 과정에서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게 된다. 또 내게 힘든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 원인 또한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힘들어 했던 나만의 고통도 치유될 수 있다. 나의 내면에 보다 더 충실해질 수 있고, 결국 나만의 가치관과 삶의 철학이 공고해질 수 있다. 바로 인간만이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출처: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105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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