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레르기 비염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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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화사하게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봄이 왔지만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쉴 새 없이 흐르는 콧물과 한번 터지면 연달아 나오는 재채기, 입천장과 귓속 가려움증을 호소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재채기, 맑은 콧물, 심한 코막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코나 눈 주위 소양증, 과도한 눈물, 때때로 두통이나 얼굴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보통 비염은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 곰팡이 등과 같은 항원(원인물질)에 반응해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비염'과 특정 항원이 아닌 감염, 호르몬, 직업,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비(非)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나뉜다. 

김경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벚꽃을 시작으로 꽃이 피기 시작하면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알레르기 비염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이는 가려움, 두통, 후각 감퇴는 물론 합병증으로 중이염, 부비동염(축농증), 인후두염까지 동반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 중 20~38%는 천식을 동반하고 있고,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3배 정도 천식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천식이 심해질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천식 외에도 축농증, 중이염 발병과도 연관이 있다. 축농증 환자 중 40%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다. 축농증 환자 중 중이염이 많게는 90%까지도 보고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635만명으로 5년 전에 비해 13.2%나 늘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3월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6월 크게 감소하며, 9~11월 또다시 급증해 매달 100만명 이상이 병원을 찾는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상반기 진료환자 중 약 40%가 3~4월에 집중돼 있다. 

알레르기(allergy)는 그리스어인 allos(다른)와 ergos(반응)에서 유래됐다. 이것은 '다르게 반응하다'라는 뜻이다. 즉 일반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자극(물질)이 특정한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두드러기, 비염, 천식, 간지러움 같은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항원은 알레르겐(allergen)이라고 하며, 전형적인 알레르겐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동물털, 약물, 음식물, 화학물질 등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우리나라 소아 중 15.5%, 성인 중 19.3%가 앓고 있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비염 증상은 특정 계절에만 나타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과 1년 내내 증상이 지속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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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성 비염은 특히 봄(3~5월)과 가을(8~10월)에 심해지며 봄에는 오리나무, 개암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버드나무, 삼나무 꽃가루가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이상표 교수는 "봄철 가장 흔한 것이 벚꽃이다 보니 '꽃가루 알레르기' 하면 떠오르는 게 벚꽃이지만, 벚꽃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인자가 아니다"며 "벚꽃놀이를 갔는데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는 근처 산에서 날아온 풍매화 가루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풍매화는 자작나무 오리나무 밤나무 참나무 등이다. 

비염은 환절기가 되면서 낮과 밤 기온차가 크고 황사 등으로 먼지가 많아지면서 증상이 악화된다. 1년 내내 증상이 지속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은 실내에 존재하는 알레르겐, 즉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애완동물 털 등이 원인일 때가 많다. 

알레르기 질환은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으면 자식에게 잘 나타난다.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 40%, 양쪽 다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 70% 확률로 자녀에게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같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가 살면서 노출된 외부 환경 차이에 따라 알레르기 질환 발생이 결정된다. 

삼성서울병원 환경보건센터 안강모·김지현 교수(소아청소년과) 연구팀은 이산화황과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오존 등 대기오염 물질이 알레르기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생후 첫 1년 동안 대기 중 일산화탄소가 하루 평균 0.1PPM 증가할 때마다 향후 알레르기 비염을 진단받을 위험이 1.1배씩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부모의 질환력과 간접흡연 가능성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하여 얻은 결과로,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환경에 노출됐을 때 알레르기 비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봄날에 상춘객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하는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은 무엇일까.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적 소인과 함께 황사와 미세먼지, 온난화 영향이 큰 것으로 추측된다. 알레르기 유발 인자를 차단해 몸을 방어하는 점막이 비슷한 시기에 황사와 같은 오염물질로 인해 1차 공격을 받은 후 꽃가루로 2차 공격을 받으면 증상이 더욱 빠르고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온난화로 꽃이 피고 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 것도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꽃가루 알레르기 유발 여부는 사실 가루가 우리 몸속 점막을 얼마나 잘 투과하느냐에 달렸다. 송홧가루는 가루 양만 보면 나무들 가운데 단연 으뜸이지만 소나무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송홧가루 성분이 우리 몸의 방어막 기능을 하는 점막을 잘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식습관과 주거 환경 변화도 알레르기 질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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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상계백병원 천식알러지센터 김효빈 교수는 "어려서부터 우유를 먹고 자라는 것도 알레르기 질환을 부추기고 있다"며 "엄마 젖과 달리 우유는 다른 동물 단백질이어서 몸에 들어가 알레르기 현상을 일으킬 수있다"고 말했다. 햄, 소시지, 라면 등과 같은 가공식품도 알레르기 발병에 한몫하고 있다. 아파트처럼 밀폐된 공간도 집먼지 진드기가 번식할 수있는 환경을 만들어줘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자신이 반응을 보이는 원인 물질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며 환자 증상에 대한 문진과 피부 테스트, 혈액 채취 등 진단으로 원인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알레르기에 대한 원인을 파악했다면 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적극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는 방법은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 크게 3가지다. 

회피요법은 이상적인 치료법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꽃가루가 날리거나 황사가 심한 날은 외출을 삼가거나 방진마스크를 착용한다. 꽃가루가 유행하는 봄에는 오후 3시까지 창문을 열지 않도록 하며 가급적이면 외출을 삼가야 한다. 부득이하게 나가야 할 때는 안경이나 마스크 등으로 보호하는 것이 좋다. 

환경 개선과 원인 회피만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항히스타민제와 코에 뿌리는 국소용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약물치료도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며 대증적인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면역치료는 약물요법이나 회피요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검사상에서 해당 항원에 의한 과민반응이 증명되고, 이 항원에 의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유발될 때 고려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이건희 교수는 "면역요법은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항원을 낮은 농도부터 높은 농도로 점차 올려가면서 정기적으로 주사나 경구 면역 치료제를 복용해 알레르기 체질을 바꾸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효과가 있으면 3~5년 정도 지속적으로 치료할 것을 권장하며 효과는 치료를 받은 기간만큼 나타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236632&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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