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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무려 60조개에 달한다. 이 세포가 살려면 끊임없이 맑은 산소와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하고, 세포에서 나온 노폐물을 운반해 배출해야 한다. 이러한 기능은 혈액이 담당하고, 혈액 흐름은 혈관이 좌우한다. 혈관은 도로나 상하수도망 등 인프라스트럭처처럼 우리 몸 곳곳에 뻗어 있다. 혈관은 그 길이만 해도 10만㎞에 달한다. 길이나 상하수도가 막히면 도시가 엉망이 되듯이 혈관이 막히면 산소와 영양분이 세포에 공급되지 못해 각종 질환에 노출되고 결국 죽게 된다. 혈관이 생명선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혈관은 나이가 들면서 노화하고 퇴화한다. 혈관 노화는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이 별로 없어 간과하기 쉽고, 기존 의료기술로는 혈관 자체가 퇴화하는 것을 막을 치료방법이 없다. 

혈관이 퇴화해 문제가 생기면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몸에 이상이 생길 뿐만 아니라 그대로 방치하면 뇌졸중 혹은 심장병이 유발된다. 

이시이 히카루 박사(신니혼바시 이시아 클리닉 원장)는 저서 ‘혈관을 알아야 건강이 보인다’(이콘 출간)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 중 약 90%가 바로 혈관질환들로 인해 발병률이 증가한다”며 “젊은 시절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익혀 혈관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관은 외막, 중막, 내막 등 3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대(大)혈관은 콜라겐과 엘라스틴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세(毛細)혈관은 거의 100% 콜라겐으로 구성돼 있다. 혈관의 시작과 끝은 심장이다. 심장에서 몸의 말단으로 이어지는 혈관은 ‘동맥(動脈)’, 말단에서 심장으로 이어지는 혈관은 ‘정맥(靜脈)’이다. 동맥과 정맥이 연결되는 부위는 매우 가느다란 ‘모세혈관(毛細血管)’이다. 심장의 펌프작용으로 내보내진 혈액은 동맥을 거쳐 몸 구석구석까지 퍼졌다가 모세혈관을 통과해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온다. 모세혈관은 1500억개로 혈관의 약 90%를 차지하며, 가장 가는 부분은 지름이 0.007㎜다. 모세혈관 면적은 6300㎡로 이를 펼쳐보면 가로와 세로 크기가 약 80×80m에 달한다. 우리가 숨 쉬고 먹은 음식물을 통해 얻은 산소와 영양소가 가느다란 모세혈관을 통해 인체를 구성하는 약 60조개 세포에 전달되고, 세포에서 불필요해진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모세혈관을 통해 배출된다. 이 같은 메커니즘을 ‘대사’라고 한다. 

혈관은 산소와 영양소뿐만 아니라 체온과 수분, 면역세포(백혈구 등)를 몸 전체에 운반하는 통로 기능도 겸한다. 예를 들어 수족냉증은 신체 말단 부위까지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아 일어나는 증상으로 심해지면 세포가 괴사한다. 자리에 누워서만 지내는 와병 환자에게 생기는 욕창도 장기 입원에 따른 혈관 압박으로 인한 괴사라 할 수 있다. 

혈관 건강 상태는 동맥경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검사하여 체크하고 이를 평균 수치와 비교하는 방법으로 알 수 있다. 소위 ‘혈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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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나이는 뼈 나이와 함께 신체 나이를 알 수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동맥경화는 혈관 내벽에 찌꺼기와 비슷한 물질인 플라크(plaque)가 들러붙으면서 통로가 좁아져 혈액 순환이 어려워진다. 결국 혈관은 탄력성을 잃고 약해져 ‘동맥경화(動脈硬化)’ 상태가 된다. 동맥경화를 방치하면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이나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한다. 

혈관 나이는 간편한 ‘ABI(Ankle Brachial Pressure Index·발목상완지수) 검사’와 좀 더 정밀도가 높은 ‘PWV(Pulse Wave Velocity·맥파전파속도) 검사’, 뇌로 연결되는 목 부위 동맥을 살펴보는 ‘경동맥초음파 검사’로 측정할 수있다. ABI 검사는 침대에 누워 양쪽 팔과 발목 네 곳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혈관 나이를 알아내는 것이다. PWV 검사는 혈관 탄력성을 측정하는 검사로 딱딱한 물질일수록 진동이 빠르게 진달된다는 물리 법칙을 이용한다. 

심장에서 밀어낸 혈액으로 인한 박동(맥파) 전달 속도가 느리면 혈관이 건강하고, 빠르면 혈관이 딱딱하다는 뜻이다. 경동맥 초음파검사는 0.01㎜ 고해상도 초음파장비를 활용해 혈관 내부를 직접 관찰해 플라크 유무와 그 두께까지 파악할 수 있다. 경동맥 초음파검사에서 경동맥 내중막 두께(IMT)가 1㎜ 이상이면 나이와 상관없이 동맥경화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40·50대 경동맥 내중막 두께는 0.7~0.8㎜다. 

이시이 히카루 박사는 “현대인 중에는 실제 나이보다 혈관 나이가 높은 사람이 많다”며 “이는 매운 음식과 기름진 음식 등 자극적이고 지방이 많은 식사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혈관을 퇴화시키는 주범, 즉 건강한 혈관 유지를 위해 피해야 할 것으로는 기름기 많고 자극적인 식사, 스트레스, 흡연, 불규칙한 생활 등이 지목된다. 이러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혈관을 손상시키는 최대 적은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호흡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 산소 가운데 극히 일부인 2%가 변화해 생성되는 물질이다. 활성산소가 대량 발생하면 간으로 운반돼야 할 지방(콜레스테롤)이 변질돼 혈관 내벽에 달라붙어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와 같은 자극을 받으면 교감신경이 긴장하면서 혈관이 강하게 수축되고 일시적으로 혈류 장애가 발생하는데, 그 후 긴장이 풀려 혈액이 다시 흐를 때 활성산소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혈관 건강에는 적당한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적당한 운동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신선한 콜라겐과 노화 콜라겐 교체, 혈액순환을 증진시켜 세포에 신선한 산소와 영영소를 공급한다. 하지만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혈관을 손상하는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은 항산화 성분이 강한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혈관 노화를 방지하고 혈관 나이를 젊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항산화는 글자 그대로 산화에 대항하는 작용으로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유해한 반응을 약화시키거나 제거한다. 

 전문가 조언 / 임도선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동맥경화 10세 전후부터 시작…채식과 유산소 운동으로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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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는 초기 병변이 10세 전후에 이미 시작되며 이르면 30대에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침착되는 소위 죽상경화반이 혈관에 형성돼 혈류 장애를 초래한다. 죽상경화반이라는 표현은 혈관에 침착되어 협착을 일으키는 병변이 현미경으로 보면 얇은 막 안에 거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위장이 편치 않을 때 끓여 먹는 죽 형태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러한 죽상경화반이 불안정해지면 섬유막이 파열되어 혈관 안에 혈전이 생기고 내부적으로 출혈이 일어나 혈관 내경이 급격하게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어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같은 위험하고 응급한 합병증이 생겨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동맥경화 위험인자는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이지만 가족력, 운동부족, 비만, 스트레스 등도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동맥경화는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초기 병변이 초등학교 저학생 때부터 시작되는 만큼 어려서부터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위험인자인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꼭 전문가와 상의하여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식사는 짜지 않게 먹고 육식 위주 식습관을 버려야 한다. 햄버거, 피자, 치킨 같은 서구화한 음식 맛에 길들여지면 안 된다. 비만해지는 것을 피하고 표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평소 혈관 관리를 위해 채소 위주로 식이요법을 하는 것이 좋다. 

동맥경화 환자는 근력운동보다 유산소운동이 도움이 되며, 빠르게 걷기 혹은 가벼운 조깅이 바람직하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야외에서 운동을 하면 혈압이 상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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