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당섭취 하루 61g…WHO 권장량 훌쩍

당 중독땐 당뇨 26%·심장질환 사망위험 3배 높아
미각 형성되는 영유아기 가공식품 섭취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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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그 어느 계절보다 먹거리가 풍성하다. 가을은 날씨가 좋고 입맛도 도는 데다 먹을 것마저 넘쳐나 그 어느 때보다 살찔 위험이 높다. 

특히 추석연휴를 전후해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평소에도 우리는 '단맛'에 길들여져 달콤한 감자칩, 달달한 과일맛 소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쿡방(요리방송)'에서 설탕으로 맛을 낸 레시피들이 여과 없이 방영돼 설탕의 과다 섭취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총 당류 섭취량은 평균 61.4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섭취량인 50g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설탕은 우리 몸의 뛰어난 에너지원으로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설탕을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결국 건강을 해친다. 

설탕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뇌는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을 다량 분비한다. 그러면 일시적으로 저혈당 증상이 오고, 뇌는 다시 설탕이 필요하다고 인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단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무서운 점은 이런 습관이 갑상샘 기능을 저하시켜 무기력증, 피로, 비만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당뇨병과 관상동맥 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설탕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사람은 설탕이 조금 첨가된 음식만을 먹는 사람과 비교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배나 높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영양학과의 연구에서도 당분이 첨가된 음료수를 하루에 1~2잔 마시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6%,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20% 증가했다. 

전혜진 이대목동병원 건진의학과 교수는 "적당량의 설탕은 포도당을 빠르게 올려 두뇌활동을 돕고 원기를 순식간에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는 좋은 에너지원"이라며 "하지만 설탕 섭취가 지나치면 비만이 되기 쉽고 혈액 속에 중성지방 농도가 올라가는 동시에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지며, 장기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부터 생각나고 단 음식을 끊으면 손발이 떨리고 산만해지거나 무기력증·우울증까지 느끼는 경우가 있다면 '설탕 중독(Sugar Addiction)'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설탕 중독은 신체적·심리적 원인에 의해 단 것을 끊임없이 찾아 먹는 행동으로, 정신과 진단명으로 명시돼 있을 만큼 무서운 병이다. 단맛은 뇌 내 쾌락중추를 자극해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시키는데, 세로토닌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단것을 먹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과잉 섭취할 경우 단맛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하고 결국 중독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랜 기간 과다한 설탕에 노출되면 뇌의 보상중추에 작용하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도파민은 마약을 복용할 때와 같은 쾌락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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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완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설탕 섭취로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평소와 달리 자꾸 단맛이 섭취하고 싶다면 혹시 우울감이 증가한 것이 아닌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탕 중독은 어른보다 유아·청소년에게 훨씬 더 위험하다. 어린이들이 단맛이 나는 아이스크림·과자 등 기호식품의 주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층은 가공식품을 통해 총 당류를 섭취하는 비율이 67.7%에 달한다. 최근 급증하는 소아비만, 소아 성인병 및 치아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과도한 설탕 섭취가 제기되고 있고, 이 같은 심각성을 인식한 WHO는 설탕 섭취량을 10% 줄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현재 매일 섭취하는 설탕·포도당·과당 같은 단당류, 자당과 같은 이당류 섭취를 10%만 줄여도 과체중이나 비만, 충치 등의 위험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서정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각이 형성되는 유아기에 단맛에 습관적으로 노출되면 성인이 됐을 때 더욱 단것을 찾게 되는 잘못된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가공식품보다는 집에서 만든 간식과 과일을 먹게 하고 부모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등 올바른 식습관을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920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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