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혁신적 조직개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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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은 강력한 리더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개별 사업들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주회사 알파벳을 내세워 기존 구글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한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42)는 이날 알파벳 홈페이지에 게재한 발표문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새로운 조직 구조가 구글 내부에 잠재한 수많은 기회를 지속적으로 살려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그동안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IT 공룡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검색 엔진에서 시작했지만 무인자동차, 이동통신 서비스, 조립형 스마트폰 등 개발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수백 가지가 넘는다. 구글이 알파벳이란 지주사를 중심으로 각 사업을 자회사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도 문어발식 사업 추진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알파벳을 중심으로 각 사업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독립 채산제 형태로 자회사별 수익 사업을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지주사인 알파벳은 장기적인 투자와 기술 연구개발 등에 초점을 맞춰 전체 사업을 조율해 나가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지주회사로 체제가 개편되면서 향후 알파벳의 사업이 어떻게 펼쳐질지 IT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구글'이란 이름으로 함께 묶어두기 어려운 사업들은 분리된다. 기존 '구글'은 한 자회사로서 검색을 중심으로 광고 지도 유튜브 메일 크롬 안드로이드 등 인터넷 사업에만 초점을 맞춘다. 

자회사로 분리될 예정인 구글의 연구소 '구글 X랩'은 구글의 미래 프로젝트를 추진·개발한다. X랩은 안경 형태 웨어러블 컴퓨터인 구글 글래스와 '구글카'로 불리는 무인자동차 등을 현재 개발하고 있다. 특히 무인자동차 개발은 단순히 운전자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경제' 실현이 목표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도 원하는 목적지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X랩은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 룬'도 진행 중인데 내년 3월에 스리랑카 상공에 거대 와이파이 풍선을 띄워 인터넷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구글의 벤처투자를 이끌고 있던 구글벤처스와 투자 펀드인 구글캐피털도 독립한다. 구글벤처스는 공유 택시로 유명한 우버에 26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수많은 스타 벤처기업을 키워왔다. 구글벤처스를 통해 인수한 스마트 온도조절장치 기업 '네스트'는 이제 어엿한 알파벳 자회사로 독립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4월 공개한 알뜰폰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 '프로젝트 파이'도 이동통신사 형태로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프로젝트 파이는 20달러로 음성통화·문자 무제한에 데이터는 1GB당 10달러에 제공한다. 현재는 미국 내에서 넥서스6 이용자만 가입 가능한데 적용 단말기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장수 프로젝트'로 2년 전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인간 노화방지 연구센터인 '캘리코'도 자회사로 독립한다. 캘리코는 인간의 노화 관련 질병이나 수명 연장 등을 연구한다.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회충 생명 연장'으로 유명한 분자생물학자 신시아 케니언을 채용하거나 생물학 관련 회사를 합병했다. 포도당 감지 콘택트렌즈 사업인 '라이프 사이언스'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구글의 사업 분리 배경에는 경쟁사들에 대한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동영상 광고를 도입하고 검색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검색 광고가 주수익원인 구글의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최근에는 적외선 레이저 등으로 인터넷 신호를 쏴 무선 인터넷을 오지에 공급하는 통신 드론 '아퀼라'를 공개하는 등 구글과 유사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단문 SNS 서비스 트위터는 CEO를 교체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신 운영체제를 무료로 배포하는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쇄신을 통해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주회사 이름을 알파벳으로 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A부터 Z까지 모든 알파벳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있는 구글 입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알파벳이란 이름이 제격인 셈이다. 페이지는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42)과 나 역시 한 언어를 대표하는 모든 글자들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알파벳이란 이름을 좋아한다"며 "구글 검색에서 알파벳은 인류의 가장 중요한 혁신 중 하나로 핵심 역할을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알파벳을 '알파에 베팅한다(alpha-bet)'로 해석해 추가 수익을 의미하는 알파를 얻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모험하는 구글의 기업관과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지주회사 형태로 탈바꿈한 구글의 회계 투명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구글은 검색과 무관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로 인한 비용 증대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정보 공개 확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번 구조 개편을 통해 사업별 책임 경영이 이뤄짐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만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나스닥에 상장된 구글은 알파벳으로 이름이 변경되고 자회사가 된 구글의 인터넷 사업을 비롯한 나머지 자회사 사업 성과는 따로 보고된다. 

알파벳 설립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구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일 대비 0.25% 하락한 633.73달러에 장을 마감한 구글은 시간외거래에서 6%가량 급등했다. 

[추동훈 기자 / 조희영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7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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