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경제/수출] 핵심부품은 日에, 저가제품은 中에 뺏겨…`新넛크래커` 현실로
Insights & Trends/Economic/Industrial 2015. 6. 2. 07:26수출 효자 아반떼도 옛말 "특근 사라져 월급 75만원 줄어"
日 식품과 가격 격차 역전…中·동남아 수출까지 접을판
◆ 한국수출 쇼크 / 흔들리는 수출코리아…수출기업은 죽을맛 ◆
수출이 6년 만에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출 현장에서 체감되는 수출 감소세는 더욱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일 자동차 수출 전진기지인 평택항 야적장 일부가 텅 비어 있다. [김호영 기자]
1일 오전 현대차 울산2공장에서 만난 근로자 김 모씨는 "신형 아반떼가 하루빨리 투입돼 주말특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은 '수출 효자' 차량인 아반떼를 생산하는데 호황일 땐 매달 2~3회 주말특근을 했지만 수출 감소로 지난 3월부터 주말특근이 없어졌다. 그는 "수출 부진으로 특근수당이 50만~75만원 정도 줄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울산항 역시 한산한 모습이다. 원유, 석유화학제품, 플랜트 기자재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울산 수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하던 호황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수출 불황은 울산항 배후단지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때 기업들이 먼저 입주하려 경쟁까지 했지만 요즘은 입주 문의가 거의 없다. 조선과 플랜트 불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 울산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5년 4월 울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울산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9% 감소했다.
수출도시 울산의 오늘은 흔들리는 '수출 코리아'의 한 단면이다. 5월 수출액이 6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하는 등 수출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조선·철강·가전·섬유 업체 등 수출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출난은 수치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 대기업 의존도가 높고 외풍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엔저와 중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 글로벌 수요 부진, 한국 기업의 구조적 문제 등 다양한 부정적 요인들이 뒤섞여 한국 수출기업들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 엔저에 눌리고 중국에 치인 중기
식품 제조 중소기업 A사 대표와 임원들은 최근 들어 대(對)일본 수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5억원 수준은 유지하던 일본 내 월 매출이 올해 들어 많아야 1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30%가량 비쌌던 일본 경쟁사 제품과 가격 격차는 역전된 지 오래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도 일본 경쟁사들에 설 땅을 뺏기고 있다. A사 대표는 "사실상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털어놨다. 액정 소재를 생산하는 B사는 요즘 일본 업체와 제품 가격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 동남아, 대만 등에서 일본 제품 가격이 15~20% 정도 저렴해지며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매출 하락을 감수하고 가격을 낮추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금형업체 C사는 지난해까지 총매출 30%를 담당하던 중국 상하이 지사를 진출 10년 만에 폐쇄했다. 중국 업체들이 단가 경쟁력에서 크게 앞서면서 핵심 부품 외에는 저가의 중국 내수업체로 돌리는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핵심 부품은 일본 업체에 뺏겼다. 엔저 효과로 일본 금형업체 단가가 많게는 30%까지 떨어지면서 정밀부품 수주는 일본이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C사 관계자는 "상하이, 칭다오 등 소형 금형업체 여러 곳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연말연초를 기해 유턴해 온 경우가 3~4곳은 된다"고 전했다.
◆ 글로벌 넘버 1 조선·철강 옛말
'부동의 세계 1위'였던 한국 조선업계도 일본 업체의 반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경쟁자들은 엔저와 기업 인수·합병(M&A), 자국 해운사의 자금력을 무기로 국내 조선 빅3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올해 초 일본 최대 조선사 이마바리조선은 2만1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11척을 잇달아 수주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는 한국 조선사의 독식 무대로 여겨왔는데, 불의의 타격을 맞은 것이다. 최근 일본 조선 업계는 엔저로 인해 엔화 표시 선가(船價)가 약 15% 올라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위기감을 느낀 국내 조선업체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3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금융 계열사 3사에 대한 개편작업에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도 풍력발전 사업을 벌이던 미국 드윈드와 골프장 등을 매물로 내놨다.
자동차와 조선 등 후방산업이 일본 경쟁사에 밀리며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도 시름에 빠졌다. 자동차와 조선, 전자 등 일본 업체의 철강 수요가 늘며 신일본제철 등 일본 업체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국내 대형 철강업체 관계자는 "일본 경쟁사들이 몸집을 키워 기술 개발에 힘쏟고 해외 시장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은 엔저와 후방산업 부활 영향 때문"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 인적 쇄신 칼까지 빼든 현대차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환율 변동과 신흥 시장 경기 침체에 따라 해외 판매에 타격을 입고 있다. 현지 생산해 현지 판매하는 물량보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물량을 더 줄이며 수출이 급감했다. 지난달 현대차 해외 판매는 33만4309대로 전월보다 4만대가량 줄어들었다. 그중 해외 생산 물량은 8.0%만 감소했지만 국내 생산 물량은 16.5%나 급감했다. 기아차도 지난달 해외 판매 물량 중 국내 생산 수출 물량을 14.2% 줄였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판매 부진을 떨치기 위해 지난달 인적 쇄신 카드까지 빼들었다. 해외판매사업부장 자리에 현대차 유럽법인장을 불러들이고 미주실장을 유럽법인장으로 발령내는 등 수출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 역시 수출 하락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신흥 국가 통화 약세에 따른 수요 감소 염려가 크다는 게 전자업체 수출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품 수요 감소가 전자 부품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협력업체들까지 연쇄적인 충격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한국 수출 부진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중간재 수입 감소, 엔저와 일본 기업의 근원 경쟁력 강화, 국내 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 지연 등 복합적이면서 장기적 문제"라며 "기술력 있는 중기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중국 내수시장 공략 등과 함께 기업들의 신성장동력 발굴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단기간 내 수출이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서울 = 이호승 기자 / 한예경 기자 / 전범주 기자 / 정순우 기자 / 진영태 기자]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울산 수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하던 호황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수출 불황은 울산항 배후단지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때 기업들이 먼저 입주하려 경쟁까지 했지만 요즘은 입주 문의가 거의 없다. 조선과 플랜트 불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 울산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5년 4월 울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울산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9% 감소했다.
수출도시 울산의 오늘은 흔들리는 '수출 코리아'의 한 단면이다. 5월 수출액이 6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하는 등 수출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조선·철강·가전·섬유 업체 등 수출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출난은 수치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 대기업 의존도가 높고 외풍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엔저와 중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 글로벌 수요 부진, 한국 기업의 구조적 문제 등 다양한 부정적 요인들이 뒤섞여 한국 수출기업들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 엔저에 눌리고 중국에 치인 중기
식품 제조 중소기업 A사 대표와 임원들은 최근 들어 대(對)일본 수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5억원 수준은 유지하던 일본 내 월 매출이 올해 들어 많아야 1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30%가량 비쌌던 일본 경쟁사 제품과 가격 격차는 역전된 지 오래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도 일본 경쟁사들에 설 땅을 뺏기고 있다. A사 대표는 "사실상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털어놨다. 액정 소재를 생산하는 B사는 요즘 일본 업체와 제품 가격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 동남아, 대만 등에서 일본 제품 가격이 15~20% 정도 저렴해지며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매출 하락을 감수하고 가격을 낮추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금형업체 C사는 지난해까지 총매출 30%를 담당하던 중국 상하이 지사를 진출 10년 만에 폐쇄했다. 중국 업체들이 단가 경쟁력에서 크게 앞서면서 핵심 부품 외에는 저가의 중국 내수업체로 돌리는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핵심 부품은 일본 업체에 뺏겼다. 엔저 효과로 일본 금형업체 단가가 많게는 30%까지 떨어지면서 정밀부품 수주는 일본이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C사 관계자는 "상하이, 칭다오 등 소형 금형업체 여러 곳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연말연초를 기해 유턴해 온 경우가 3~4곳은 된다"고 전했다.
◆ 글로벌 넘버 1 조선·철강 옛말
'부동의 세계 1위'였던 한국 조선업계도 일본 업체의 반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경쟁자들은 엔저와 기업 인수·합병(M&A), 자국 해운사의 자금력을 무기로 국내 조선 빅3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올해 초 일본 최대 조선사 이마바리조선은 2만1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11척을 잇달아 수주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는 한국 조선사의 독식 무대로 여겨왔는데, 불의의 타격을 맞은 것이다. 최근 일본 조선 업계는 엔저로 인해 엔화 표시 선가(船價)가 약 15% 올라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위기감을 느낀 국내 조선업체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3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금융 계열사 3사에 대한 개편작업에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도 풍력발전 사업을 벌이던 미국 드윈드와 골프장 등을 매물로 내놨다.
자동차와 조선 등 후방산업이 일본 경쟁사에 밀리며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도 시름에 빠졌다. 자동차와 조선, 전자 등 일본 업체의 철강 수요가 늘며 신일본제철 등 일본 업체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국내 대형 철강업체 관계자는 "일본 경쟁사들이 몸집을 키워 기술 개발에 힘쏟고 해외 시장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은 엔저와 후방산업 부활 영향 때문"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 인적 쇄신 칼까지 빼든 현대차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환율 변동과 신흥 시장 경기 침체에 따라 해외 판매에 타격을 입고 있다. 현지 생산해 현지 판매하는 물량보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물량을 더 줄이며 수출이 급감했다. 지난달 현대차 해외 판매는 33만4309대로 전월보다 4만대가량 줄어들었다. 그중 해외 생산 물량은 8.0%만 감소했지만 국내 생산 물량은 16.5%나 급감했다. 기아차도 지난달 해외 판매 물량 중 국내 생산 수출 물량을 14.2% 줄였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판매 부진을 떨치기 위해 지난달 인적 쇄신 카드까지 빼들었다. 해외판매사업부장 자리에 현대차 유럽법인장을 불러들이고 미주실장을 유럽법인장으로 발령내는 등 수출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 역시 수출 하락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신흥 국가 통화 약세에 따른 수요 감소 염려가 크다는 게 전자업체 수출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품 수요 감소가 전자 부품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협력업체들까지 연쇄적인 충격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한국 수출 부진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중간재 수입 감소, 엔저와 일본 기업의 근원 경쟁력 강화, 국내 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 지연 등 복합적이면서 장기적 문제"라며 "기술력 있는 중기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중국 내수시장 공략 등과 함께 기업들의 신성장동력 발굴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단기간 내 수출이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서울 = 이호승 기자 / 한예경 기자 / 전범주 기자 / 정순우 기자 / 진영태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526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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