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출 쇼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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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수출이 6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인천공항 수출입 통관 화물탑재터미널이 텅 비어 있다. [매경DB]

정부는 수출쇼크의 원인을 '저유가의 저주' '엔저의 공습' 등 주로 외부 요인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수출 현장에서는 자동차, 철강, 선박,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수출산업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이른바 '구조적 수출 위기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강세를 등에 업고 호황 기조를 누렸던 한국 수출이 글로벌 시장의 산업 재편 와중에서 장기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수출 2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산업 현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간(2011~2014년) 연평균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1.0%로 급락해 위기 이전인 2000~2008년(11.9%)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글로벌 경기 둔화나 엔화 약세(원화 강세), 유가 하락 등 경기·순환적 요인만 갖고 이 같은 수출 부진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 한국호가 구조적 전환점 위에 서 있다는 얘기다. 

① 지나친 中 의존…동반부진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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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한다는 점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대중 수출증가율은 -3.3%를 기록해 2월(-7.7%) 이후 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4%로 2위인 미국(12.1%)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 경제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10.4%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7.6%로 둔화됐다. 

중국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대중국 수출에 절대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연평균 수입증가율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24.3%를 나타냈지만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 4%로 뚝 떨어지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물론 동기간 한국의 연평균 대중 수출증가율도 22.4%에서 3.9%로 급락했다. 현재 중국의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등 각종 지표들 역시 일제히 부진하다. 

게다가 한국의 대중수출 구조가 중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전기·전자(IT), 석유, 철강 업종과 부품소재 중심이라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실제 지난달 한국의 대중수출 중 석유제품(-12%) 철강제품(-10.1%) 무선통신기기(-7.8%) 수출은 지난해 5월에 비해 크게 줄었다. 중국 경제 중심이 제조업에서 소비재로 이동하면 한국의 대중 가공무역 비중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주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의 자체 생산능력 확충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적 위기가 진행 중"이라며 "과거 수출 1위 품목이었던 석유화학제품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② 가격 내세운 수출전략 바닥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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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출쇼크'에서는 가격 경쟁력에 의존해 수출 전략을 세워왔던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낮은 원화가치를 유지하면서 경쟁국·경쟁기업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수출하는 행태가 반복되다 보니 장기 경쟁력을 찾지 못한 것이다. 

5월 자동차 수출은 37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의 40억6000만달러에 비해 7.9% 감소한 수준이다. 산업부는 엔화·유로화 절하로 미국·유로존 등 주요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일반기계 또한 5월 수출액이 39억5000만달러였다. 전년 동월 대비 3.5%가 줄어든 것이다. 조업일수 감소와 지난해 5월의 수출 호조에 따른 영향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엔저에 따른 수출여건 악화를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원화값이 강세를 보이거나 경쟁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수출이 등락을 거듭하는 고질적인 행태가 여지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한국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동차와 기계류는 경쟁국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가격 의존도가 여전하다. 정부 또한 과거 실적에 갇힌 채 이들 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기술보다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다 보니 상당수 산업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평판디스플레이산업은 이미 중국으로 옮겨간 것이나 다름없다. 5월 평판디스플레이 수출은 19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가 쪼그라들었다. 특히 중국의 가공무역 제한조치 등으로 중국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서 국내 수출도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다. 

③ 8대 주력 수출품목 10년째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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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철강 등이 우리나라의 '8대 주력 수출품목'으로 불린다. 

5월 품목별 수출증가율을 보면 이 중 휴대폰과 반도체만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6%, 4.8% 증가했을 뿐 나머지 품목은 모두 크게 하락했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 위기가 특정 품목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의 문제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 '8대 주력 수출품목'은 그동안 가격면에서는 일본 등에 비해 경쟁력이 높고 기술에서는 중국 등 후발국에 비해 앞선다는 이점으로 인해 한국의 성장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와 같은 산업구조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했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1990년대 일본이 후발국 추격으로 주요 수출품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던 모습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잠재력이 높았던 품목에서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1993년부터 6년간 14%가량 떨어졌다. 

이와 유사하게 2005년 이후 6년간 중국의 수출잠재력이 높은 분야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2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일본 기업들은 창의적인 고급 기술을 요하는 부문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며 "우리도 후발국들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핵심 역량을 개발해 차별화된 수출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채수환 기자 / 김기철 기자 / 최승진 기자 / 박윤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526586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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