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일러의 한국경제 조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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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가 아닌 정부가 야기한(state-sponsored) 침체다. 우리는 경기 순환 저점에 와 있다. 경제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면 상승 국면으로 반전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도 3%대는 물론 그 이상의 고성장도 가능하다." 

'테일러 준칙' 창시자로 잘 알려진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대신 전통적 경기 성장을 강조한다. 그 대신 테일러 교수는 '법치주의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정책'과 '정부 개입을 최소화한 시장 중심의 강력한 인센티브'라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바탕으로 통화·조세·규제·예산 등 4대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일러 교수의 조언이 2년 연속 2%대 저성장 늪에서 허우적대는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본다. 

 통화정책으로 성장률 못 올려 

테일러 교수는 "통화정책으로 성장률을 올릴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테일러 교수는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으로 현 1.25%보다 훨씬 높은 연 1.8%를 제시했다. 적정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국내에서도 장기간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경기부양 선순환으로 이어지기보다 가계부채 폭증과 부동산 과열을 불러왔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는 "현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달한다는 인식 때문에 확장적 통화정책을 써왔는데 그 메커니즘이 작용하기엔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2012년 2.75%에서 2016년 1.25%로 1.5%포인트 인하되는 동안 가계부채는 963조원에서 1257조원으로 30% 이상 급증했다. 또 통화 유통 속도는 0.77에서 0.70으로 떨어졌다. 

테일러 교수는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에만 집중했을 때 경제지표가 더 좋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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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막는 세제 개혁 필요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세수 확보와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 대기업과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경제가 안 좋은데 세금을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테일러 교수는 "미국의 경우 법인세(현재 세율 35%)가 높은 편"이라며 "(각종 세율을 낮추는) 세제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율을 낮춰 기업의 설비·연구개발 투자와 근로자의 교육 투자를 막는 장애물을 최대한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는 관점이다. 

특히 그는 "정부의 재정 적자를 '세금을 더 걷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조세 전문가와 기획재정부도 세율 인상보다 세원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탈세를 막고 면세자를 줄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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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득권 보호 규제 없애라 

정부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2012년 발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일부 단체 주장을 그대로 받은 야당 반대로 '의료민영화' 주장에 막혀 4년째 법 통과가 안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한시라도 빨리 통과시키라고 요구한 규제프리존 특별법도 19대 국회 통과가 무산돼 20대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테일러 교수는 "정부 규제는 법에 근거해야지 특정인들에 의해 움직여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규제를 만들어야 하지만 그 이상으로 특정 이해집단과 깊이 연루돼 기득권을 보호하는 식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예산은 꼭 필요한 데만 써라 

테일러 교수는 '정부 지출 확대→세율 인상'의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기업 투자와 근로 의욕이 위축돼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반복되는 정부 주도 단기부양책은 효과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재정개혁→세입 여유 확보→세율 인하(세제개혁)→경제활력 제고'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습관적인 추가경정예산의 폐해를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박근혜정부에서도 지난 4년 동안 무려 3번이나 추경을 편성했다. 최근 박근혜정부 들어 급증한 창업 예산과 일자리 예산이 유사·중복으로 효율성이 극히 낮다는 연구기관 보고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크루그먼이 정부 재정 1000원을 쓰면 1500원이 생긴다는 입장인 반면 테일러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1000원을 쓰면 500원이 돼 버리고 만다고 보는 것"이라며 "누가 맞는지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시사점은 명확하다. 구체적 세목을 정해 놓지 않은 나 몰라라식 돈 풀기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 정의현 기자 / 부장원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722187&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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