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창업 열풍 이끈 O2O 업계, 연쇄 폐업 구조조정 바람]
기술 없이 마케팅에 의존, 투자금은 일부 기업에만 몰려… 후발 업체들 줄줄이 문 닫아
한국은 아직도 투자 꾸준 "조만간 거품 꺼질 우려"
전 세계 창업 열풍을 이끌었던 'O2O (Online To Offline·온라인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업계가 구조조정 바람에 휩싸였다. 프랑스의 테이크잇이지, 미국의 셔들·홈조이 등 한때 수백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던 O2O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들이 잇따라 폐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O2O 업계의 1세대로 꼽히는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여전히 30조∼70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승승장구하는 것과 대비된다. 국내에서도 올 상반기에 유망 스타트업으로 꼽히던 리모택시·홈클 등이 폐업하면서 O2O 위기론이 점차 업계 저변에 퍼지고 있다.
◇청소·차량·배달 등 글로벌 O2O 서비스의 폐업 잇따라
지난달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식 배달 스타트업 테이크잇이지가 폐업했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의 배달의 민족과 같이 스마트폰에서 각종 음식을 배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한때 프랑스를 거점으로 스페인·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으로 진출하면서 유럽의 레스토랑 문화를 바꿀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테이크잇이지의 에이드리언 로즈 창업자는 "매출은 늘고 있지만, 적자가 이어지는 상태"라며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의 셔들이 문을 닫았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부모 대신에 자녀를 등교시켜줄 사람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회사는 작년까지 1200만달러(약 13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또 9000만달러(약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며 제2의 우버·에어비앤비 후보로 꼽혔던 미국의 청소 O2O 업체였던 홈조이 역시 작년에 폐업했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1000만달러(약 11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던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O2O 스타트업 수십 개 이상이 최근 1년 사이에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O2O 스타트업에 들어오는 돈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츠는 작년 3분기에 O2O 스타트업에 몰린 투자 금액이 73억4400만달러(약 8조1317억원)에 달했지만, 올 1분기에는 5분의 1 정도인 13억700만달러(약 1조4481억원)에 그쳤다고 분석·집계했다. 투자의 쏠림 현상도 큰 이유다. 예컨대 작년에 O2O 스타트업 전체 투자 금액(178억9800만달러·약 19조83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우버·에어비앤비·디디추싱 등 3개 회사에 몰렸다. 디디추싱은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O2O 업체들은 대부분 수준 높은 기술력 없이 마케팅이나 영업에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 단기간에 소비자를 많이 확보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며 "자금이 끊기면 한순간에 부도가 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O2O 거품론 거론돼
한국에서도 지나친 O2O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앱택시 서비스를 제공했던 리모택시와 가사 도우미 중개 서비스로 주목받았던 홈클 등이 문을 닫았다. 아직 해외와 같은 연쇄 폐업 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투자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호텔이나 모텔을 예약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최근 사모펀드로부터 2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했다. 우아한형제들·야놀자·허니비즈와 같은 주요 O2O 업체들도 올 상반기 100억원대의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업체를 제외한 후발 주자들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병태 교수(경영학)는 "단시간에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O2O 후발 주자들은 점점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온·오프라인을 연결해 소비자에게 각종 편익을 제공하는 서비스.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하거나 음식을 시키고, 소비자의 위치를 파악해 할인 쿠폰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01/20160801026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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