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NEUBECKER











돈 많은 슈퍼리치들은 작은 종을 울려서 시종을 부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기술에 의존하는 방법이 있다. 종 대신 스마트폰을 두드려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가정부, 안마사, 의사, 요리사, 주차 요원, 쇼핑 도우미, 플로리스트, 바텐더 등 자신의 앱을 보유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들이 호출 후 10분 이내에 현관문 앞에 당도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들리는가. 하지만 조만간 슈퍼리치가 아닌 바쁜 현대인들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온갖 허드렛일을 처리하게 될지 모른다.

요즘 고객의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컨시어지 경제(concierge economy)’가 휴대폰을 기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필자가 거주하는 인터넷 스타트업 밀집지역 샌프란시스코는 이 현상이 매우 두드러진다. 이들 업체는 스스로를 교통 혁명을 일으킨 우버에 비유한다. 휴대폰으로 고객과 근처에 있는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CYRUS SUMMERLIN
푸시 포 피자 앱을 이용해 피자를 신속히 주문할 수 있다.











이젠 모든 것에서 우버같은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다. 빨래를 대신해주는 와시오(Washio), 요리를 대신해주는 스프릭(Sprig)과 스푼로켓(SpoonRocket), 우체국 볼일을 대신해주는 십(Shyp), 안마사를 불러주는 질(Zeel), 의사를 보내주는 힐(Heal), 술을 배달해주는 소시(Saucey), 짐가방을 싸주는 더플(Dufl), 심지어 의학적 용도의 마리화나를 배달해주는 이즈(Eaze)란 앱까지.

이 외에도 훨씬 많다. 언뜻 봐서는 도대체 이런 앱들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안서는 관계로, 필자는 지난 일주일 동안 칵테일 배달과 안마 서비스를 포함해 12개 가량의 앱을 시험해봤다.

앱이 할 일을 대신해주니 사는 게 한결 수월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앱이 게으른 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앱은 서비스가 훌륭했으며 놀랍게도 일부는, 필자의 돈을 절약해 줄 정도로 매우 독창적이고도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앱들이 샌프란시스코처럼 스타트업의 성지가 아닌 지역에서도 통할까, 혹은 1년 후에도 여전히 망하지 않고 존재할까 하는 것이다.

마음에 가장 들었던 앱은 GPS를 활용한 대리 주차 서비스 럭스(Luxe)인데 한마디로 마법같다. 우선 차에 탄 후 럭스 앱을 열고 행선지를 말한다. 그리고 나서 차를 출발시키면 럭스가 내 휴대폰을 추적해 딱 제 시간에 주차 요원을 행선지로 보내준다.











지난주 금요일, 필자가 호출한 럭스 주차 요원인 케빈(파란색 유니폼 차림에, 신원 확인과 서비스 훈련, 보험 가입 등의 절차를 모두 거쳤다)은 오전 8시 45분에 샌프란시스코 금융지구에 위치한 필자의 사무실 앞에서 필자를 만나 차 키를 건네받은 후 차를 주차하기 위해 사라졌다.

오후 6시, 필자는 다시 럭스 앱을 열고 차를 사무실 앞이 아닌 다른 장소로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 없다는 반응이었다. 10분도 채 안돼 로스라는 주차 요원이 필자가 원하는 장소로 차를 가져왔다. 자신의 접이식 스쿠터와 우쿨렐레를 차 트렁크에 싣고서. 스쿠터는 샌프란시스코의 언덕길을 다닐 때 유용하며 우쿨렐레는 출동하는 사이사이 시간을 때우기 위함이라고 한다.

가장 놀라운 건 이런 마법같은 서비스가 단돈 15달러(3달러 팁 별도)란 점이다.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주차하려면 35달러는 내야 하는데. 이런 서비스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커티스 리 럭스 CEO는 이용률이 미달인 주차장들을 유리한 가격에 협상한다고 한다. (럭스 요금은 시간과 장소별로 다르지만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5개 도시를 통틀어 하루 최고 15달러선이다.)

럭스를 이용하면서 어려움에 처했던 건 단 한 번이었다. 일요일에는 6시면 서비스가 종료되기 때문에 음악 콘서트장에 갈 때 이용할 수가 없었다. 일요일을 제외한 다른 날에는 밤 11시나 자정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LUXE
럭스 앱은 고객의 차를 대리 주차해준다. 한 럭스 주차 요원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거리를 오가는 모습.












고객이 요청하면 출동하는 여느 주문형 앱들처럼, 럭스도 서비스 건수에 따라 돈을 받는 임시 근로자들에게 의존한다. 근로자들은 일이 많은 날에는 시간당 20~30달러도 벌지만 일이 없는 날에는 저녁을 컵라면으로 때워야 한다.

벤처캐피탈회사 멘로벤처스의 벤키 가네즌 매니징 디렉터는 바로 이것이 주문형 앱을 탄생시킨 창업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멘로벤처스는 우버 외에 음식배달 서비스 먼처리(Munchery), 아기봐주기 서비스 어반시터(UrbanSitter), 애완견봐주기 서비스 로버(Rover) 등에 투자하고 있다. 가네즌에 따르면 이런 앱들은 훨씬 손쉽게 신뢰할 만한 장터를 탄생시킴으로써 비어있는 주차공간, 임시 근로자 등 전에는 충분히 이용되지 못했던 자원을 적극 활용한다. 이것이 주문형 컨시어지 경제를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문형 앱의 최대 장점은, 사용자 입장에서 돈이 절약되면 됐지 편리함만큼 비용이 더 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십의 경우 단돈 5달러에 우편물을 가져가는 것은 물론 포장까지 해준다. 그런데도 우리가 직접 페덱스 지점으로 우편물을 들고가 부치는 비용과 거의 비슷한 48달러를 청구했을 뿐이다. 운송업체들과 대량으로 요율을 협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피자배달 서비스 푸시 포 피자(Push for Pizza)나 앞서 언급한 술배달 서비스 소시는 모두 물건을 팔아주는 만큼 소매 협력업체들에게서 일정액을 받는다. 이런 배달 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매장을 방문했을 때보다 (팁을 제외하고는) 결코 비용이 더 들지 않는다.

물론 상당한 비용이 드는 서비스도 있다. 힐 서비스는 스탠포드 출신의 의사가 1시간 안에 우리집에 오게 해주었지만 이런 편리함의 대가로 필자는 99달러를 지불했다. (보험도 적용받지 못했다.) 와시오는 세탁과 세탁물 배달에 파운드당 1.60달러를 청구했다. 만약 세탁물을 세탁소로 가져갔다면 조금 덜 내도 됐을 것이고, 직접 빨래나 다림질을 했다면 당연히 훨씬 더 절약됐을 것이다.

포스트메이츠(Postmates)에서 민트 모히토 아이스 커피 네 잔을 배달시킨 비용은 30달러였다. 최소 5달러일 수 있는 배달료가 8.50달러였던 건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음료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서비스들이 인기를 끌어 보편화된다면 요금도 내려갈 수 있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만약’일 뿐이다.

음식 앱들 같은 경우엔 배달 이외에 다른 영역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스프릭과 스푼로켓은 패스트푸드에서 진일보해 8~15달러선인 몇 가지 메뉴 중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요리한 후 배달해준다. 소프트웨어는 빠른 배달을 위해 어느 지역에서 대기하면 좋은지까지 일러준다.

두 앱 모두 꽤 맛있는 점심 메뉴를 10분 안에 가져다 주었다. 스푼로켓은 마치 아이스크림 트럭처럼 배달 차량 창문으로 음식을 픽업할 수도 있다.

과연 IT 기업들이 타코 판매점이나 꽃집, 세탁소들보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그것도 수익을 내면서? 꼭 그렇진 않을 것이다. 관리자가 소프트웨어 뿐이라면 품질 관리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의 경우엔 주문형 앱들을 사용하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독자나 동료들에게서 끔찍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한 이런 앱은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벌써 망했다고 알려진 주문형 세차 서비스가 두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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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는 주류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들을 배달해준다.











주문형 앱들이 자신들이 고용한 임시 근로자를 협력업체라 부를 수 있게 될지도 의문이다. 이런 업체를 위해 일하는 근로자 대부분은 최저임금 근로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이런 업체들이 꾸준히 일할 직원을 보유하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예외적인 케이스가 바로 안마사 파견 서비스 질이다. 질은 자격증을 보유한 믿을 만한 안마 치료사의 서비스를 시간당 100~130달러선에 제공한다. 스파라면 의례 붙는 간접비(예를 들어 오이물 같은)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치료사는 스파에서 보다 두 세배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나 뉴욕, LA 지역이 아닌 곳에서 휴대폰을 컨시어지로 이용하는 게 얼마나 이치에 맞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이는 시간제 앱 근로자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고 컨시어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가 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필자가 자란 곳인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라면 통할 것 같은 서비스도 있다. 푸시 포 피자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우스 캐롤라이나인의 시각에서 볼 때, 포스트메이츠에서 주문하는 행위는 마치 돈을 내다버리는 것이나 같다. 배달이 안되는 음식을 배달해주는 건 좋지만, 도로가 넓고 슈퍼마켓과 주차 공간이 넘치는 그곳의 특성상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시간에 대한 가치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주문형 앱의 가치를 측정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것이 대신해주는 번거로움이다. 직접 식당에 가서 뭔가를 사오느니 포스트메이츠에 8달러를 더 내고 저녁을 해결하는 쪽을 택하는 부모도 있을 수 있다. 게다가 포스트메이츠는 미국 내 무려 14개 주에서 이용가능하다.

그나저나 럭셔리란 게 대체 뭔가? 이젠 아무도 우버를 ‘리무진 서비스’라 부르지 않는다. 그냥 우버라 부를 뿐이다.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출처: http://kr.wsj.com/posts/2015/05/06/모든-것이-우버화되고-있다/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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