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 갈수록 진화하는데 초등 6년동안 고작 1시간 교육

청소년 금융범죄도 빈발…정규과정에 금융과목 추가해야


◆ 線지키는 先진금융 / 2부 - 금융안전선 지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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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대 폭주족 4명은 자정께 서울 시내 한 일방통행길 앞에서 기다리다 역주행을 하던 승용차에 달려들어 사고를 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와 부딪힌 뒤 보험금을 타내려고 한 것이다. 그들은 경찰서 진술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내야 할 벌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사기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국어·영어·수학 등 입시 과목 위주로만 흘러온 한국 교육은 펀드 투자와 같은 금융활동의 정체를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금융사기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올바른 금융활동과 이를 어길 경우 부담해야 할 죗값에 대한 금융교육만 이뤄졌어도 금융사기 범죄의 대부분을 막을 수 있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금융교육센터장은 9일 "지금 우리나라의 금융교육 수준은 '지켜야 할 선'이 뭔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금융소비자나 금융사 종사자가 될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금융사기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경고하는 윤리적인 교육과 범죄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돕는 지식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교육 없이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알맞은 금융활동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재산을 축적하지 못해 금융사기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릴 때는 저축의 중요성, 그 다음에는 계획적 소비의 중요성, 성인이 된 다음에는 복리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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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미래 대비 재무설계 등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경제활동이 왕성한 40대와 30대는 물론이고 50·60대보다도 낮았다. 국제적으로 봐도 단순한 금융지식 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높았으나 재무상황 관리 등 금융행위와 금융태도는 평균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9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나라 국민의 금융이해도가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금융교육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은 국가적 차원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건강한 금융습관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매년 4월을 '금융교육의 달(Financial Literacy Month)'로 지정했다. 원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의 달이었으나 2004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캐나다도 11월을 금융교육의 달로 지정하고 정부와 7개 비영리 기관이 합동으로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10월 마지막 화요일 딱 하루만을 '저축의 날'로 지정했을 뿐이다. 저축의 날은 1964년부터 시행되다가 1973년 '증권의 날'과 '보험의 날'까지 흡수통합했다. 

저금리 시대에 저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최근 추세와도 역행한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저축의 날' 명칭을 '금융의 날'로 바꾸려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 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뒤늦게 정규 교육과정에 경제·금융을 추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흉내내기에 불과할 뿐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진수 경인교육대 교수는 "금융교육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단독 과목 개설이 바람직하다"며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필수 교양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교수는 "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금융교육 강화는 불확실하며 장기적 노력을 요구한다"며 "그만큼 학교 밖 금융교육 실시 기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창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은 "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신용관리 개념이 잡히지 않아 궁극적으로 한탕주의의 원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교육 현장에 가보면 요새 초·중교 학생들 사이에 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정작 초등학교 6년 동안 금융 관련 수업은 많아야 1시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또 현행 수학 교과에서 부분적으로 다뤄지는 금융수학은 별도의 과목으로 신설하거나 공통사회에 포함시켜 의무화해야 한다고 김 센터장은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주택 매매가격에 기반한 전·월세 가격 산정, 주식가치 계산 등 현실 경제활동에서 이뤄지는 일도 실제로는 경제학의 개념인 현재가치(present value)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며 "국내 중·고교 수학 수준이면 충분히 사회·경제 교과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키코 분쟁은 결국 구체적인 수치를 놓고 계산된 구조적인 결과에 대한 상반된 이해로 분쟁이 발생한 것"이라며 "금융수학에 대한 이해로 자신은 물론이고 거래 상대방의 손실, 즉 사회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섭 기자 / 정석우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555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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