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수요자 정보 비대칭…거리에 넘치고 요금도 싼데 정작 택시잡기는 힘든 구조

앱택시가 촉발한 택시빅뱅, 이젠 승객이 골라타는 시대…기존 전화기반 업체는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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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택시를 잡기 위해서는 도로변에 서서 무작정 손을 흔들어야 했다. 전화로 택시를 부를 수는 있었지만 어떤 택시기사가 언제까지 와줄지 명확히 알긴 어려웠다. 당연히 서비스 수준은 우연히 고른 택시 기사 성격에 달렸다. 운전을 난폭하게 하는지, 불친절하지는 않은지 등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서비스 공급자인 택시 기사 처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늘 움직여야 하는 택시로서는 사이드 미러로 본 방금 지나온 길에 승객이 떡하니 서 있으면 혈압이 오른다. 근무 교대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과속·난폭 운전도 서슴지 않고 해야 한다. 어떤 손님이 타느냐에 따라 '운수 좋은 날'이 되기도 한다. 우연적 요인에 의해 택시업계에 혁신이라는 태풍이 불고 있다. 태풍의 중심에는 카카오택시와 쿱택시가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택시를 선택할 수 있게 됐고, 특정 택시 브랜드나 회사에 대해 소비자가 평가를 할 수 있게 됐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대체재를 구하기도 쉬워졌다. 바야흐로 택시업계에 '빅뱅'이 도래한 것이다. 

◆ 카카오·쿱택시 이용해 보니 

"요즘은 나이 예순이 넘은 택시기사들도 열에 아홉은 카카오택시 켜놓고 손님 찾아요."(택시기사 진 모씨·61) "하루에 12만~14만원씩 나가는 사납금 안 내면 한 달에 수십만 원은 더 벌죠. 불안하기도 하지만 누구든 가입해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쿱택시에 대한 반응, 일반 택시기사 오 모씨·64) 

직접 이용해본 택시 앱 서비스는 기존 택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택시를 요청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3분 뒤 택시가 도착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택시 기사에 관한 간단한 정보가 나온다. 스마트폰 지도 위에는 실시간 택시 위치가 표시된다. 택시에 타면 목적지엔 언제쯤 도착할지 도착 예상시간이 나오고, 이 정보 모두를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인에게 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택시기사 도 모씨(70)는 "집 앞까지 정확히 택시가 찾아갈 수 있어 아기 엄마들이나 여성 승객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과거 전화 콜택시 시절처럼 허탕 칠 일이 적고 수수료도 없어 기사들도 다들 좋아한다. 요즘 승객 70%가 택시 앱을 통해 들어온다"고 말했다. 물론 카카오택시 역시 금요일 밤과 같이 택시를 잡기 힘들 때는 연결이 되지 않거나 기사들이 장거리 고객을 잡기 위해 가까운 거리에서 요청이 오면 응답을 하지 않는 등 문제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쿱택시는 노랗게 도색한 차체에 검정 글씨로 'Coop Taxi'라고 적힌 점을 빼면 겉으로 보이는 부분으로는 일반 택시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러나 승객을 대하는 택시기사들 마음가짐과 각오만큼은 여느 택시기사들과 다르다. 

택시기사들 개개인이 조합비를 내고 조합 수익을 공평하게 나눠 받는 '회사 주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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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버가 남긴 혁신의 DNA 

택시업계에 불어닥친 이 같은 변화는 '앱 택시'를 통해 촉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첫 씨앗 노릇을 한 것이 외국에서 들어온 택시 매칭 서비스 '우버'다. 비록 국내 실정법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됐지만 수십 년간 교착 상태에 빠졌던 업계에 '혁신 DNA'를 심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 비대칭 때문에 세계에서 택시가 가장 넘쳐나고 가격도 싼데 정작 택시 잡기는 힘든 신기한 나라였다"며 "우버가 택시와 이용자를 실시간으로 매칭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택시들 간 경쟁과 서비스 개선이 급격히 촉발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2013년 7월 발표한 '택시 운송 원가 분석 및 요금체계 개선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인구 1000명당 택시 대수는 6.77대로 런던(3.31대) 파리(1.26대) 뉴욕(1.58대)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반면 평일 거리별 택시 운임을 비교하면 그해 6월 3일 환율을 기준으로 서울 지역 요금(10㎞ 기준)은 7955원으로 런던(3만1162원) 파리(1만3271원) 뉴욕(2만16원) 도쿄(3만6979원)에 비해 매우 낮았다. 한마디로 공급은 많고 가격은 쌌다는 얘기다. 

반면 기존 전화 기반 콜택시 업계는 위축되고 있다. 모바일 콜택시 앱 서비스가 대부분 무료인 반면 기존 콜택시 업체들은 수수료를 받는 게 일반적이라 눈 뜨고 택시기사 회원들을 고스란히 뺏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를 대표하던 통합 브랜드 콜택시인 'GG콜'은 택시 앱들에 밀려 심각한 존폐 기로에 섰다. 강원도 유명 관광지인 춘천 지역 기반 콜택시인 '스마트 브랜드 콜택시'는 카카오택시 위협에 500원이던 콜비를 무료로 전환하고 이달 4일부터 앱 서비스도 시범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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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금 없앴다, 수익도 나눈다…협동조합 택시의 '유쾌한 반란
7일 서울 마포구 한국택시협동조합 차고지에서 박계동 이사장(왼쪽)과 조합원들이 노란색 쿱택시를 배경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김호영 기자]

◆ '협동조합의 힘' 쿱택시 확산 

쿱택시는 공급자 측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서울 마포구 소재 서기운수를 인수해 지난달 1일부터 쿱택시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택시 71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합원은 161명, 조합 자본금은 40억원이다. 

쿱택시는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사납금은 폐지되고 효율적인 조합 운영으로 조합원들이 법인 택시기사 평균 월급(120만~130만원)에 비해 조합에서 지급되는 복지카드(한 달에 50만원 한도)를 포함해 평균 60만~70만원씩 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박계동 한국협동조합택시 이사장은 "사실상 사업주에 대해 '선이익 보장제' 기능을 하고 있는 살인적인 사납금제 때문에 택시기사들은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시간당 최저임금(5580원)조차 못 받고 일을 한다"며 "수익금 전액을 공시해 최소비용을 제외하고 돌려주는 것은 물론 조합원 스스로가 회사 주인으로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게 만들어 총수입을 늘리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한 만큼 버는 구조에 힘입어 쿱택시 운영은 빠르게 안정되는 추세다. 영업 한 달째를 맞은 현재 한국택시협동조합 택시 가동률은 70% 수준으로 전신인 서기운수(42%)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 

조합은 오는 9월 초 부산에서 50대 규모 택시회사 한 곳을 인수해 10월 말부터 쿱택시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구와 광주에서도 올해 말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전국 단위로 택시 1000대를 보유한 거대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게 1차 목표다. 

■ <용어 설명> 

▷쿱 택시 : 쿱(Coop)은 협동조합(cooperative)과 협동·협력(cooperazione)을 뜻하는 이탈리어어 약자로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택시 브랜드를 말한다. 

[백상경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6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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