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로 관광객 뚝…月임대료 수천만원대

목 좋은데도 현수막 걸고 임차인 모시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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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경기 부진으로 서울시내 주요 상권에 위치한 점포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명동 한 상가에 새 임차인을 구하는 '점포문의' 문구가 붙어 있다. [김재훈 기자]

관광객들로 연일 불야성을 이루며 월 임대료만 수천만 원대를 호가하던 명동 상권 1층 상가에 공실이 등장하고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지난 6월 강타한 메르스 여파가 할퀴고 간 내수 불황의 흔적이다. 

9일 명동 핵심 대로인 중앙로는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지만 안쪽 골목으로 접어들자마자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곳곳에 등장했다. 특히 목 좋은 1층 소매상점용 점포에 임대 현수막까지 걸리는 것은 생경한 모습이다. 문 닫은 식당도 몇몇 눈에 띄었다. 중앙로에도 빌딩 전체나 부분을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명동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한 임차인은 "평상시 월 매출 3억원을 달성하던 매장이 메르스 여파로 6월에는 3000만원을 겨우 넘길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며 "이 정도 매출로는 월세도 감당하기 힘든데 관광객이 다시 유입되면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리테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명동 상가 소유주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임차인도 대기가 많은 편이라 조용히 임차인을 물색하는 것이 관행인데 임대 현수막이 걸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 관광객 중심에서 중국인으로 발 빠른 변신을 했던 명동 상권이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높은 관광객 의존도에서 벗어나 안정적 수요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광객 매출이 급등하자 화장품 매장 등 상권을 중국 관광객 위주로 '몰빵'을 한 게 메르스와 같은 외부 요인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팀장은 "1997년 IMF사태 전까지 중장년층 위주 상권이던 명동이 이제 관광객을 겨냥한 화장품과 중저가 의류 위주로 재편됐다"며 "해외 경기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해진 셈"이라고 밝혔다. 30·40대 직장인과 수도권 통학 대학생 등 내국인 비중이 높은 강남역 상권 역시 메르스 사태로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래도 명동 상권만큼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명동에서 쇼핑몰을 경영하는 한 관계자는 "장기 계약을 맺는 일반 오피스와 달리 리테일 상점 임대료는 단기 월세가 일반적이어서 매출이 꺾이면 지속적으로 영업을 영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 상권 임대료는 ㎡당 2만5600원으로 전분기보다 0.2% 하락했다. 강남권보다 강북권이 타격이 컸다. 강북권에서도 이대 앞(-5.2%), 여의도역(-5.0%), 종로5가(-3.5%), 종로3가(-3.2%) 등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몰리는 곳일수록 하락률이 두드러졌다. 부동산114 측은 명동 상권은 임대료 표본 수집이 힘들어 상가 임대료 조사에 편입하지 않고 있다.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많이 돌린 상황에서 9월 이후에나 정상화가 기대된다"며 "명동처럼 유동인구층이 편중됐을 경우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상권 안정성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6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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