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불황에 적자 눈덩이…창립후 첫 공장 가동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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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자기 업계 1위 업체인 한국도자기가 창립 70여 년 만에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내수 불황의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자기는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충북 청주에 위치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고용유지조치 계획서'를 신청한 것으로 지난달 30일 확인됐다. 고용유지조치는 매출액 또는 생산량의 급감(15% 이상)으로 회사가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면 노사 합의하에 신청하는 제도다. 정부는 신청 기업의 근로자에게 기존 임금의 50~70%를 고용유지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한다. 

한국도자기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는 1943년 청주에 공장을 설립한 지 72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도자기는 최소 두 달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는 한 달만 공장을 세우는 것이지만 매년 8월 1일부터 9일간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데다 도자기를 재생산하기 위해 기계(가마)의 온도를 정상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리는 데 2주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도자기의 공장 중단은 내수 불황으로 생산하면 할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진 경기침체로 회사 실적이 악화돼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처방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도자기 매출액은 2011년 489억원, 2012년 465억원, 2013년 404억원, 2014년 384억원 등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 회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기순손실 규모는 2013년 35억3400만원에서 2014년 104억7200만원을 기록해 1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도자기는 오는 9월부터 공장 가동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예정대로 실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회사가 어려워도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던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 간 대립 가능성 때문이다. 공장이 두 달가량 멈춰서면 핵심 기술자 등 일부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이직하면서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인력이 감축되겠지만 지금과 같은 손실 구조라면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상당수 임원급 간부들은 사직했다. 전체 직원은 500여 명이다. 

2000년대 중반 무렵 세계 도자기 업체 중 생산량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도약했던 한국도자기는 1973년 '도자기 기술의 결정체'로 꼽히는 본차이나 제품을 국산화해 청와대와 해외공관에 공급하면서 성장기를 맞았다. 

그러나 중국산과 유럽산의 협공으로 2002년 이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 위기를 디자인과 기능성 강화를 통한 제품 고급화로 돌파해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한다는 원대한 목표까지 세웠으나 불황의 그림자를 피하지 못했다. 

도자기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도자기도 의류 SPA(제조·유통 일괄화)처럼 싸게 사서 짧게 소비하는 패턴으로 바뀌고 있는데도 한국도자기 등 기존 업체들은 브랜드력으로 고급화 전략만 내세워 시장 대응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도자기 회사들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해 위기를 자초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석기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2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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