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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북부 지역에 많은 점포를 가진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웨그먼스 푸드마켓(Wegmans Food Markets). 유기농 채소를 비롯해 프리미엄급 생선, 육류, 와인 등을 취급하는 이곳은 1998년 이후 포천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리스트에 항상 이름이 올라 있다. 평판조사기관의 평가에서도 언제나 상위를 차지한다. 

이 회사의 모토는 '직원이 먼저, 고객은 그다음'이다. 웨그먼스 경영진은 고객보다 직원을 우선시하며 임직원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직원들은 자부심이 높고, 고객들에게는 단순히 상품뿐 아니라 특별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와인 관련 교육을 받은 판매원이 웨그먼스에서 일하는 이유는 회사가 높은 급여와 교육 기회를 많이 제공해 자긍심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웨그먼스는 '당신이 대접받길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들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직원들에게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많은 기업이 외부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외부평판 관리에만 치중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만일 외부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평판과 임직원이 자사를 평가하는 내부평판 간 차이가 발생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특정 기업의 내부·외부평판 간 차이가 장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등을 담은 '평판이 전부다(사진)' 책에서 이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영국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MBS)의 게리 데이비스 교수와 아일랜드 UCD 마이클 스머핏 경영대학원의 로사 전 교수는 이 주제를 심층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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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기업 내부평판이 우수한 웨그먼스 푸드마켓.
이들은 내부평판에서 외부평판을 차감한 값을 평판격차(reputation gap)라고 정의하고 두 평판 간 차이가 발생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매장의 매출 변화를 살펴보았다. 백화점과 의류회사, 건설사, 은행 등 9개의 서비스기업(56개 점포 대상)을 조사 대상으로 삼고 고객과 내부 임직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종업원이 자사에 대해 매긴 점수가 고객이 해당 기업(매장)에 매긴 점수보다 더 높은 매장에서는 이듬해 매출이 평균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큰 긍정적 평판격차를 가진 점포의 매출은 1년 사이에 29.2%나 늘어났다. 그러나 종업원이 매긴 자사에 대한 내부평판 점수가 고객이 매긴 외부평판 점수보다 낮은 부정적 평판격차가 생긴 경우에는 이듬해 매출이 평균 18% 줄어들었다. 가장 부정적 평판격차를 가진 점포의 경우 매출이 1년 사이에 30.1% 줄어들었다. 

즉 내부평판이 외부평판보다 더 좋아서 평판격차(gap)가 양(+)으로 나타나면 이듬해 해당 기업의 매출이 증가했지만, 음(-)이면 이듬해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는 임직원들이 자신의 회사를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더 좋게 평가할수록 긍정적 평판격차가 발생해 향후 매출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반면 임직원들의 자사에 대한 평가가 외부인이 평가하는 것보다 낮으면 부정적 평판격차가 발생하고 미래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는 기업 외부평판에 비해 내부평판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임직원들이 자신의 기업에 대해 섭섭함을 느끼거나 불만이 많다면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이 작을 것이고 이 같은 태도는 상당 부분 고객들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소비자는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이곳에서 계속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할 것이며,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경쟁사 등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로사 전 교수는 이 같은 부정적 내부평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방법을 강구하라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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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직원들을 내부의 고객으로 여기고 조직 내부의 평판을 좋게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중간관리자를 더 많이 배려해야 한다. 점포의 매니저를 포함해 과장·차장급은 소비자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직원들의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판매 현장에서 변화를 실천할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둘째, 직원과 회사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는 본사 소속 직원을 비롯해 여러 고용 형태의 직원들이 존재하지만 고객 눈에는 다 똑같은 백화점 직원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비자와 대면하는 직원이라면 소속이나 직급 구분 없이 자신과 회사와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소속감이 높아지도록 배려해야 한다. 

셋째, 불평하는 소비자는 관심이나 애정이 있는 징표인 만큼 회사는 그 불평에 감사해야 한다. 전화를 하든, 이메일을 쓰든 소비자가 불평을 하는 데는 시간적·심리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고객이 관심 있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불평 사항을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 

넷째, 직원들이 즐겁고 신바람 나게 일할 환경 조성을 고민해야 한다. 직원들의 감정과 태도가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야 이런 긍정적 감정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소비자를 왕처럼 모시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과도하게 소비자 중심으로 회사 운영을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나 잘하고 못함의 기준이 오직 소비자라고 한다면 고객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 그 직원은 잘한 것이고, 불평을 하면 직원이 잘못했다고 평가해 실제와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직원은 해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쫓겨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을 당한 직원이나 지켜보는 직원들 마음속에는 회사에 대한 불신과 섭섭함이 자리 잡기 마련이다. 

많은 기업은 부정적 평판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미션이나 이름, 로고부터 바꾸고 직원들이 거기에 맞춰 변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상징 요소를 바꾼다고 본모습이나 정체성이 바뀌지 않는 만큼 우선 기업 내부 문화를 바꾸면서 그에 어울리는 회사의 미션이나 상징물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대영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292147&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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