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디어아트 일색 현대화단에 던지는 조소

백현진·리송송·박진아·바스·사스날 등 젊은 작가들
삼성미술관 플라토서 회화 실험 `그림/그림자`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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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여름촬영'

"요즘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보면 머리가 지끈거려요. 대형 설치 작품에, 이해하기 어려운 뉴미디어, 사진 등 각종 매체 실험이 너무 많아요." 

대중들의 푸념이 아니다. 문화예술계에 오래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가끔 이런 발언을 쏟아낸다. 현대미술이 너무 어렵게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대중과 소통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지만 그 소통의 간극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에 대한 갈망을 숨기지 않는다. '회화의 죽음'이 언급되는 이때 역설적으로 '회화의 기원'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는 '그림/그림자'전은 국내외 젊은 작가 12명이 참여해 그리기의 본질을 묻는 기획전이다. 

백현진(43)과 박진아(41)를 비롯한 한국 작가와 루마니아 출신의 셰르반 사부(37), 국내 미대생들이 좋아하는 폴란드 출신의 빌헬름 사스날(43)과 미국 작가 헤르난 바스(37) 등 모두 6개국 작가 12명의 작품 35점이 벽에 걸렸다. 대부분 1970년대생인 참여 작가들은 다양한 차용과 기법, 자유분방한 세계관을 통해 날 것 그대로의 싱싱함을 화폭에 담는다. 회화의 손맛과 질감을 느낄 수 있어 그 어느 전시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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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캘빈 'Can with Landscape'

전시장은 크게 세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방은 거장들의 기법과 작품을 거리낌없이 차용하며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젊은 작가들의 현주소를 만날 수 있다. 백현진과 미국 작가 데이나 슈츠(39), 브라이언 캘빈(46)의 작품에선 언뜻 파블로 피카소와 장 미셸 바스키아, 빌럼 드 쿠닝의 이미지와 붓질이 연상되지만 젊은 작가들은 개의치 않는 듯하다. 

2인조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로도 활동하는 백현진은 팝아트와 표현주의 기법을 버무린 '평상심'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구상성과 추상성이 함께 결합된 작품에선 회화의 거친 촉감이 도드라진다. 캘빈의 작품 '캔과 풍경' 속 젊은 여성은 한 손에 콜라 캔을 쥐고 화면 밖을 응시한다. 로스앤젤레스 문화 특유의 '쿨'함을 드러낸다. 

두 번째 방에선 성(性) 정체성을 묻는 영국 흑인 여성 작가인 리넷 이아돔-보아케(38)와 미국의 헤르난 바스의 그림들이 걸려 있다. 어둡고 불안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 공간을 에워싼다. 

세 번째 방에선 사진이 회화에 어떻게 활용되고 또 사진과 회화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무엇인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하나의 화면에 여러 사진을 결합한 회화를 보여주는 박진아는 영화 촬영 장면을 스냅 사진처럼 찍어 회화로 재구성한 '여름촬영'을 선보인다. 빌헬름 사스날의 '무제'에선 미니멀한 스타일에서 극적인 표현주의 붓질까지 기법이 자유분방하다. 세르반 사부는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오마주했으며 중국 작가인 리송송(42)은 화면을 분할해 파편화한 하나의 작품 '장군'을 선보인다. 

조나영 삼성미술관 플라토 큐레이터는 "오랜 시간 멀어졌다고 치부되던 회화가 최근 미디어와 설치 사진의 범람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며 "각종 디지털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회화가 신선한 매체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화의 귀환:오늘날, 그림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주제로 전시와 연계한 강의가 28일 열린다. 19일부터 6월 7일까지. 1577-7595 

[이향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63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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