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경사에 카페·레스토랑 줄줄이…단독주택 매매가 두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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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인근 신흥 언덕상권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김호영 기자]

1년여 만에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을 찾은 김명인 씨(32)의 눈에는 경리단길이 확 달라졌다. 

경리단길 뒤편,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급경사로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줄이 들어섰고 상가로 단장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인 주택도 여러 채 있었다. 김씨는 "경사로 각도가 30도 넘는 오르막길에 가게가 생겨 놀랐다"며 "탁 트인 조망을 즐기며 식사를 하니 기분도 상쾌하다"고 말했다. 

뒷골목 상권의 대표 격인 경리단길이 '언덕 상권'으로 변신하고 있다. 투자자와 입점하려는 임차인이 몰리면서 상권이 대로변 안쪽에 위치한 장진우 거리에서 더 나아가 뒤편 언덕진 골목길까지 팽창하고 있다. 나무줄기에서 곁가지가 뻗어 나가듯이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21일 경리단길(회나무로) 1㎞와 그 일대를 걸어다녀 보니 신축하거나 리모델링 중인 건물만 10여 개에 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길이 좁고 경사가 급한, 구석진 언덕 위의 집들이다. 인근 G 공인 관계자는 "1~2년 새 주택 매매가는 물론 임대료가 두 배 이상 뛰면서 임대·임차인들이 가격이 저렴한 주택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뒤쪽으로 언덕에 위치한 단독·다가구주택 면적이 대부분 33㎡ 정도로 작다 보니 적어도 66㎡ 이상 공간이 필요한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 쉽지 않은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언덕 위 주택도 3.3㎡당 2000만~4000만원까지 올랐다. 

임대료도 3.3㎡당 10만원 안팎이다. 이런 추세로 상권이 확장되면 작은 길들이 도심 속 올레길처럼 하나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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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리단길은 평지가 아닌 남산자락 경사지에 들어선 데다 남산 조망 때문에 대로변을 제외하면 최고고도지구로 묶여 있어 5층 이하로 지을 수밖에 없다"며 "대개 접근성 때문에 평지 상권이 인기가 높지만 언덕에 자리한 건물은 전망이 좋아 쾌적하고 개방감을 느낄 수 있어 각광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리단길이 언덕 상권으로 '핫 플레이스'로 유지되려면 건물주(임대인)와 상인(임차인)이 주도적으로 상권을 가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건물주는 건물 가격이나 임대료를 올리거나 대형 프랜차이즈에 팔아버리는 등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규모 자영업자와 손잡고 상권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물주는 임대료를 대폭 올리고 월세를 못 내겠으면 가게를 비우라고 상인을 쫓아내기보다 오피스빌딩 상가처럼 매출이 몇 퍼센티지 올랐을 때 임대료를 얼마만큼 인상한다는 식으로 계약을 맺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남 가로수길과 종로 서·북촌 등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건물주와 프랜차이즈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점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고 상권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비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유명 상권의 수명이 긴 이유는 임차인이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차인의 권리금과 임차권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임영신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7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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