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수용" 獨 메르켈 발언에 헝가리 자국난민 독일로 `퉁`

EU 이민처리협약 유명무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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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목표하는 '하나의 공동체'가 난민 문제로 또다시 큰 균열음을 내고 있다. 발화점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시리아 난민 모두를 수용하겠다"는 발언이다. 

문제는 메르켈 총리가 한 선의의 발언에 대해 헝가리 총리가 '그래 잘됐다'며 난민을 대거 열차에 태워 독일로 '퉁'친 것이다. 

이 일로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서유럽 지도자들이 평소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을 맹비난하고 나서면서 그리스 사태 때 불거졌던 유럽 국가 간 분열이 다시 확산되는 조짐이다. 

도이체벨레 등 유럽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역사 주변에 머무르던 난민 150여 명이 기습적으로 서유럽행 열차에 탑승했다. 

헝가리 감독 당국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난민들이 서유럽행 열차에 탔다"고 해명했지만 서유럽 국가와 헝가리 내부에서조차 정부가 의도적으로 난민을 서유럽으로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가 메르켈 총리가 지난달 21일 "시리아 국적 난민에 한해 망명 신청 절차를 도맡겠다"고 한 이후 벌어진 사태기 때문이다. 극우 보수주의자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메르켈 총리 선의에 대해 되레 뒤통수를 쳤다는 것이다. 

오르반 총리는 심지어 지난달 국경지역에 175㎞ 길이의 철조망을 설치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멕시코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담을 쌓겠다고 했던 말을 실제 실천했던 셈이다. 

독일 정부를 비롯해 프랑스 등 서유럽에선 헝가리의 '얌체 행위'에 발끈하고 있다. 난민 수용과 관련된 대전제인 '더블린 협약'을 무시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협약에 따르면 난민들은 처음 도착한 헝가리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난민들이 부다페스트에서 열차에 올라타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떠나는 것을 지켜만 보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며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헝가리에서 법과 규칙이 지켜지고 통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헝가리는 모든 게 독일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졸탄 코바치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헝가리는 비자가 없는 비EU 주민을 다른 EU 국가로 들여보내지 않는다는 솅겐 조약을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면서 "시리아에서 온 난민을 다른 EU 국가로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밝힌 독일 정부가 법적 모호성과 논란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헝가리에선 피부색이 검거나 이슬람교도 차림 행색만 보면 무차별적 검문한 후 국외로 추방하는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서유럽 국가들은 상당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31일 "유럽 가치는 개인 존엄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동유럽 국가가) 우리는 기독교 국가이므로 이슬람교도는 받지 않겠다고 말해선 안 된다"며 일침을 가했다. 

결국 비난이 쏟아지자 헝가리는 다시 난민 통제에 나섰다. 1일 헝가리 당국은 부다페스트에서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 서유럽으로 오가는 열차의 운행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지난달 31일 "난민 대부분은 정치적·사회적 이유보다 경제적 이유로 넘어오기 때문에 본국에 돌려보내야 한다"며 "서유럽 정상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서유럽 측을 비난했다. 

난민 처리를 둘러싼 갈등은 EU 통합의 근간이 되는 솅겐협약 자체를 흔들 것이라는 염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난민이 급증하면서 오스트리아는 헝가리에서 들어오는 철도를 멈추고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8개국 내무장관이 참석하는 긴급 내무각료회의가 오는 14일 열린다. 

■ <용어설명> 

솅겐(Schengen)협약 : EU 국가들 간에 체결된 국경개방 조약으로 외국인이나 이민자는 솅겐협약 국가에 들어오게 되면 최초 입국심사를 통과한 뒤부터 국경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이덕주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4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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