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테크앤비욘드 편집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생태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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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의 인수를 확정했다는 외신 기사가 올라왔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전략을 보면 모든 영역에, 서로 다른 플랫폼 기반의 기기에 전방위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대해 포브스의 한 기고가는 “벽에다 스파게티 덩어리를 던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떤 방향이나 플랫폼 전략을 선정하기 어려운 경우 시장의 반응과 업계 지각의 이동을 관찰하면서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 곳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주로 사용하던 방식이다.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스마트 홈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 홈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선언 성격으로 받아들였고, 불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8월 14일 삼성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스마트싱스의 인수를 확정했다는 외신 기사가 올라왔다. 사실 이 인수 가능성은 지난 7월부터 여러 매체에서 흘러나왔다. 이미 올해 1월 구글이 32억 달러에 네스트를 인수하고, 네스트를 스마트 홈의 중심으로 놓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애플 역시 홈킷을 통해 스마트 홈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놓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역시 기존의 스마트 홈 전략만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인수는 2012년 5월 엠스팟 인수 이후 IT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인수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엠스팟 인수로 글로벌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를 꿈꿔 왔지만 난항을 겪으면서 최근 밀크라는 음악 서비스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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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스마트홈 개념도
클라우드 펀딩으로 데뷔 성공
스마트싱스는 킥스타터를 통해 2012년에 120만 달러를 모으며 데뷔한 이래 다양한 가정용 센서, 도어록, 스마트 조명, 스위치, 전원제어 등 기기와 이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다.
스마트싱스가 킥스타터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단지 투자 금액이 아니었다. 그들이 원한 것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홈 전략에 참여할 개발자와 초기 사용자를 확보, 새로운 생태계 구성이 가능할 지를 판단하고 싶었다. 목표는 1000개의 가구와 100명의 개발자였다. 놀랍게도 킥스타터에서만 5000가구와 1000명이 넘는 개발자가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페블 워치와 함께 가장 성공한 킥스타터 데뷔가 되었다.
킥스타터 이후 지금까지 회사는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총 155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주요 투자자는 그레이록파트너스, 하이랜드캐피털, 퍼스트라운드캐피털 등이다. 스마트싱스는 다양한 센서와 스마트 기기를 만들어서 키트로 판매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생태계 구성이다. 지난 1월에는 스마트싱스 랩스를 발표해 고객들이 스마트싱스 제품과 함께 연동할 수 있는 제3의 기기와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특히 개발자가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개발한 앱이나 기기를 퍼블리시해서 다른 개발자가 사용하거나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처음 참여한 것이 필립스의 휴 전구, 벨킨의 위모, 소노스의 음악 플레이어 등이었다. 최근에는 네트애트모의 실내외 날씨 측정 기기가 새롭게 통합됐다.
지난 5월에는 정식으로 오픈 플랫폼을 발표하면서 자사의 허브 기기와 모바일 앱을 통해 통합할 수 있는 기기들을 테스트하고 이를 인증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출시 시점에 이미 100개의 검증된 기기를 발표했으며, 5000명이 넘는 개발자가 있음을 알렸다. 이와 같이 스마트싱스는 개발자와 파트너 회사의 커뮤니티 구성에 더 집중해 왔다. 창업자인 알렉스 호킨슨에 따르면 이미 5000여 명의 개발자를 통해 8000개의 앱이 만들어졌으며, 1000개 이상의 기기가 지원되고 있다.

이 점이 삼성전자가 관심을 기울인 이유이다. 타이젠을 통해 모바일 기기와 TV 등에서 새로운 범주의 제품을 개발해 왔으나 스마트싱스 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스마트싱스의 오픈 플랫폼 기반 제품과 서비스 생태계 구축 능력이 절실해진 것이었다. 이 같은 면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인수 가격은 약2억 달러로 알려졌다. 호킨슨은 인수 후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 소속으로 독자 운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OIC 소속이 된다는 것은 이 딜이 구글에서 온 데이비드 은 부사장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워싱턴DC 소재의 이 회사에는 55명의 인력이 있고, 샌프란시스코와 미네소타에도 사무실이 있다. 대부분의 인력은 곧 OIC가 있는 팰로앨토로 이동할 예정이다.

삼성과 독립돼 운영한다는 얘기는 스마트싱스가 앞으로도 애플의 홈킷 파트너로 iOS용 제품을 낸다는 뜻이다. 더구나 스마트싱스는 이미 자신들이 가정 허브가 될 것이며, 많은 커넥티드 기기를 위한 오픈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삼성 중심의 전략을 얘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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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싱스가 판매하는 센서와 조절장치
삼성, IoT 시장 핵심 부품 공급계획
향후 관심을 쏟을 방향은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선언한 기존의 스마트 홈 전략을 스마트싱스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인수가 어쩌면 삼성의 스마트 홈 전략의 실제 움직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독립 기업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이유의 하나는 이런 종류의 저가형 스마트 홈 기기 시장이 삼성전자가 들어가서 뭔가를 만들어 낼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 홈 시장 자체는 넥스트마켓의 예측에 따르면 2019년에 78억 달러 규모가 된다. 하지만 200달러 이하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규모의 수익성을 갖추기는 어렵다. 이 점이 IoT 분야에서 삼성이 저가형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로 남아 있기 어려운 측면이고, 스마트 워치나 피트니스 밴드가 스마트폰 갤럭시를 잇는 삼성의 미래 먹을거리가 되기 어려운 영역이다.

따라서 수많은 기기 업체가 삼성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이루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구글이나 애플이 제일 잘하고 있는 영역이다. 삼성전자로서는 기존의 폐쇄 이미지를 벗어나는 독립된 플랫폼 운영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여기에 맞는 기업으로 스마트싱스를 택한 것이다.
앞으로 삼성이 취할 전략 방향의 하나는 생태계 기업 전체에 반도체 등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미래의 IoT 시장은 더욱 지능형이면서 저소비 전력이 필요한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칩이 주도할 수 있다. 이 분야에는 IBM, 인텔, 퀄컴 등도 적극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흐름에 삼성은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IoT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고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이룰 전망이다. 그러나 가정용 스마트 가전을 제외한 소형 센서와 허브, 작은 장비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홈은 기기 공급자보다 전체 솔루션 제공 방식의 서비스 전략도 검토해야 한다. 이 시장 역시 AT&T와 같은 통신 사업자가 보안을 포함한 토털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하는 또 하나의 영역은 이런 스마트 홈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해서 더욱 의미 있는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는가 하는 점이다. 구글의 네스트가 단지 재미있는 온도 조절기와 연기 감지기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니다. 이미 가정의 에너지 소비량을 20% 감소시키고 이를 통해 각 가정이 연간 평균 173달러를 절약했으며, 2011년 기준으로 20억 ㎾ 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는 KPCB의 메리 미커 자료를 보면 이런 기기와 솔루션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미 메이텍, 월풀 등의 회사는 자사의 스마트 가전제품을 통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전문 회사인 어레이언트 플랫폼을 이용해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향후 스마트싱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없이 다양한 사용자 데이터와 센서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어떤 목적으로 분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 부분은 아직 이번 인수 과정에서 명확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밖에서 보는 필자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2억 달러라는 규모다. 20억 달러라면 삼성전자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하게 만들고자 하겠지만 2억 달러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노력해 보다가 그만둘 수 있는 정도의 액수일 뿐이다. 그래도 엠스팟의 투자 규모에 비해서는 4배 많은 수준이다.

반대로 스마트싱스의 오픈 DNA가 삼성전자의 자사 중심 사고방식을 변화시켜 주기를 바랄 뿐이다.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스마트 홈 기반 전략을 스마트싱스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파트너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를 다른 플랫폼이나 기기와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안드로이드나 타이젠과는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전체 솔루션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 것이고 이를 서비스와 어떻게 연동하거나 누구와 협력할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인수를 글로벌 전략으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빅 플레이어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를 관전하는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운 싸움이 될 것이다.

글=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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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한상기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종합기술원, 삼보컴퓨터,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벤처포트, 오피니티 에이피)을 두 번 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전문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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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앤비욘드 편집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8&aid=0003327822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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