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이었나요?
스티브잡스가 직접 쓴 이메일이 공개돼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죠.
여기에는 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이자,
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와 콘텐츠 계약을 두고
협상한 내용이 담겼는데요.
많은 사람들은 IT업계 최고 거물이
어떻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당시 배경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2010년, 아이폰의 등장과 스마트 디바이스의 확산으로
전자책 시장이 급부상했을 때 퍼스트무버(선점자)는
아마존이었습니다.
전자책 리더기 킨들을 앞세워 나름 괜찮은 성과를 냈죠.
애플 또한 아이패드 출시를 준비하며
대형 출판사들과 계약을 맺고 시장진입을 시도했는데요.
당시 아마존은 이들에게
소비자가격 9.9 달러보다 높은
콘텐츠제공료 13달러를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시장지배력을 얻기 위해
단기간 손실을 감수한 것입니다.
한편 애플은 1년 독점기간에 소비자가격을
12.9 달러에서 14.9 달러 사이로 책정하고
오픈마켓 수수료 30%를 흥정없이
그대로 적용하겠다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콘텐츠제공료는
9 달러에서 10 달러 사이가 됩니다.
시장선점자인 아마존보다 적은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잡스는 커뮤니케이션 내내
당당하게 자신이 뜻을 이야기했고
결국에는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해보겠습니다.
먼저 뉴스코퍼레이션의 제임스 머독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냈습니다.
“제안 잘 받았습니다”
“입점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없으나
몇 가지 이슈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하고자 합니다”
“아마존과 거래하면 13 달러를 받지만
애플과 거래하면 9 달러에서 10 달러를 받습니다”
“즉 애플과 거래하면 손해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전자책 가격을 결정하겠습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책에 대해선
무리하게 의견을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다른 업체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도록 해주세요”
“수수료 30%도 지나치게 높습니다”
“초기 시장안착을 위해
6개월은 10%를 적용하는 것이 옳습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독점 제공기간도
1년에서 6개월로 줄여줬으면 합니다”
이에 스티브잡스는 수긍하기는 커녕
다음과 같은 말로 반박합니다.
“아마존은 말도 안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적자를 보면서 사업을 하니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전자책을 헐값으로 떨어뜨렸으니
장기적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겁니다”
“랜덤하우스, 펭귄, 아셰트 등
대형 출판사들은 여기에 불만이 큰 터라
우리와 같이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단가가 낮다고요? 맞는 말입니다만
우리 편에 서는 게 돈을 더 많이 법니다”
“우리는 이미 결제경험을 한
1억2000만명의 앱스토어 고객이 있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지난 1년6개월동안
고작 100만대의 킨들을 팔았을 뿐입니다”
“이것은 아이패드가 출시되면
며칠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양입니다”
“즉 낮은 단가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도록
대량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죠”
“만약 아마존이나 소니랑 일하면
메인스트림에서 멀어지게 될 겁니다”
제임스 머독은 흔들립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50% 가량을
애플이 제시한 가격에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판매수량을 보장해준다면
나머지도 풀 의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이슈인데요”
“우리는 굳이 서적 뿐만 아니라
뉴스, 오락,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앱스토어에 유통한다면
서로에게 이익일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에 스티브잡스는 새로운 제안을 무시하고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뜻을 보이는 동시에
노골적으로 제임스 머독을 압박합니다.
“14.9 달러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만약 이보다 더 비싸면
소비자는 구매의욕을 잃고 말 겁니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아마존의 정책도 맞을 수 있겠지만
우리의 가격이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고
가장 적절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하퍼콜린스는
크게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1. 애플과 함께 진짜 전자책 시장을 만드는 것.
“정답이죠”
2. 아마존이랑 하다가 망하는 것.
“한동안 13 달러를 쳐주겠지만
거기도 상장회사이고 주주가 있으니
반대에 못이겨 조만간 제공료를 내릴 겁니다”
3. 아예 전자책 시장에 들어오지 않는 것.
“소비자들은 디지털로 접할 수가 없으니
불법으로 스캔해 책을 유통하겠네요”
“혹시 제가 다른 옵션을 놓친 게 있나요?”
결국 하퍼콜린스는 처음 제안받은
조건 그대로 애플과 계약합니다.
이메일이 처음 공개됐을 때 많은 이들이
“역시 스티브잡스는 협상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내렸는데요.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확한 상황판단
당시 출판사들의 고민은
오프라인 매출하락을 방지하고
온라인 매출향상을 모색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를 위해선 높은 단가와
지속 가능한 대량거래가 필요했습니다.
아마존은 시장 선점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해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려 했고
애플은 기존 시장에 균열을 내는 한편
건전한 수익구조를 만드려고 했습니다.
스티브잡스는 이 모든 것을 꿰뚫어봤죠.
*매력적인 거래가치
그렇다면 애플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무시무시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로죠.
이미 아이폰은 전세계를 강타하며
2억대의 판매량과 1.2억명의 결제경험자를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스티브잡스는
아마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대량거래를 일으킨다면 굳이 출판사에게
단가를 보장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봤습니다.
*현실적인 제안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소비자가격을 올리고
출판사에게 주는 콘텐츠제공료를 낮춘다”
“그 사이 마진을 우리가 먹되
막대한 플랫폼 파워로 대량거래를 일으킨다”
완전 깡패 같은 제안이죠.
출판사가 책 단가를 낮춘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아마존 역시 다음과 같이 설득했을 겁니다.
“낮은 소비자가격으로 접근해
일단 전자책 시장을 선점하고 보죠”
“그러면 대량거래가 이뤄질 테고
서서히 소비자가격을 올리면 됩니다”
“즉 출판사 입장에서는
높은 단가와 대량거래를 동시에 취할 수 있으니
굳이 애플이랑 하지 않아도 되죠”
하지만 출판사가 애플을 택한 것은
단가, 대량거래 이슈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세 번째 이메일에서 드러나는데요.
이들은 단순 서적 외
다른 콘텐츠를 디지털로 팔아야 했고
그 파트너로서 아마존보다 애플이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일 플랫폼(아마존)에 의존하는 것 또한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죠.
이 모든 것은 애플의 예상범위 내에 있었습니다.
*과감하고 당당한 자세
스티브잡스는 회심의 일격을 날립니다.
“우리는 딜이 부러져도
아쉽지 않으니 니들 마음대로 해라”라는
태도를 보인 것이죠.
그리고 이미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정보를 흘립니다.
누군가가 그랬나요?
협상테이블에서 아쉬운 게 없는 사람만큼
무서운 사람은 없다고.
제임스 머독은 굴욕적이다 싶을 정도로
스티브잡스에게 휘둘렸고 결국 사인을 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하나
흥미로운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반대로 제임스 머독이 스티브잡스를 상대로
아쉽지 않은 태도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애플이 아이패드 안착을 위해
킬러 콘텐츠인 전자책에 관심이 많고
플랫폼 파워를 이용해
자기중심적인 조건을 제안할 것이라는
의도를 알아채야겠죠.
결국 어떤 매력적인 거래가치를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인데요.
1. 출판업계 최대 시장점유율
2. 다른 출판사들과의 암묵적 담합
3. 콘텐츠 온라인 최적화
4. 아마존 등 타 플랫폼과의 협업성과 극대화
5. 장기적으로 자체 플랫폼 구축 노력
이중 한 두개만 제대로 했다면
콘텐츠 제공범위 및 수수료,
제휴기간을 주도적으로 정할 수 있었겠죠.
“굳이 애플과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출처: http://outstanding.kr/스티브잡스의-협상법-아쉬운-게-없는-사람이-제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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