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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지난해 9월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10회 LG오픈톡스에서 전호일 LG전자 수석연구원(오른쪽)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그룹]
전호일 LG전자 H&A디자인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동안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 "고객을 만나야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신념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객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결과 세탁은 보통 1~2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흰옷과 색깔옷을 분리해 세탁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시간을 줄이면서 더 편리하게 세탁할 방법은 없을까. 그가 고민 끝에 낸 아이디어는 세탁기 두 대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었다. 하단에 통돌이 세탁기를, 상단에 드럼 세탁기를 놓으면 동시에 다른 세탁물을 세탁할 수 있고, 시간도 그만큼 단축된다. 지난해 LG전자 최고 히트 상품인 트롬 트윈워시는 이렇게 탄생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LG그룹 임직원은 대부분 트윈워시가 이 같은 배경으로 탄생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LG그룹에는 창의·혁신적인 사례를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LG 임직원이 직접 다양한 주제로 혁신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LG판 '테드(TED)'인 'LG 오픈톡스(Open Talks)'다. 전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9월 열린 '제10회 LG 오픈톡스'에서 트윈워시를 개발하게 된 비결을 자세히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궁금증과 고민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열정과 용기가 더해지면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 관계자는 "LG 오픈톡스는 그룹 차원에서 혁신과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비법을 모든 임직원이 서로 공유하는 자리"라며 "이를 통해 실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도 하고 사내 조직 문화를 효율적으로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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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픈톡스는 2013년 11월 시작해 지난해 9월까지 총 10회 개최됐다. LG 오픈톡스는 남이 안 하는 생각이나 도전을 이뤄낸 자신만의 성공담이나 고객의 삶을 바꾸기 위한 특별한 아이디어, 지식 등 '시장 선도 LG'를 위해 공유할 가치가 있는 모든 소재를 함께 나누는 자리다. 각각 15분간 프레젠테이션을 해 핵심 아이디어를 나눈다. 

임직원의 혁신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고, 한 분야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다른 분야에도 적용해보는 기회를 통해 시각을 넓히고 통찰력도 키워 더욱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 개발로 연결시키는 것이 LG 오픈톡스 목표다. 

지금까지 LG 오픈톡스를 통해 임직원 30여 명이 LG화학 케이블형 플렉시블 배터리 개발 스토리, LG전자 포켓포토 개발기 등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담을 나눴다. LG는 사내 포털 'LG-LIFE'에서도 강연을 공개해 전 임직원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 누적 조회수가 무려 17만건에 이르는 등 사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LG그룹 국내 임직원이 13만명이니 모든 임직원이 최소 1번 이상 LG 오픈톡스 강연을 영상으로 봤다는 말이다. LG 오픈톡스 강연자는 임직원 추천으로 선정되며 청중은 'LG-LIFE' 게시판을 통해 선착순 100~200명으로 구성된다. 

◆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 창구 'LG-LIFE' 

LG는 2013년 10월 그룹 차원에서 시장 선도 사내 포털 LG-LIFE를 오픈하고 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판 삼아 시장 선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LIFE에는 지금까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총 1만7000여 건 제안되고 있다. '시장 선도'가 경영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끈기 있게 도전해 성과를 만들어 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제안하는 직원이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LG 임직원이라면 LG-LIFE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 제안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시장 선도 상품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시제품 개발을 통해 타당성을 검증해보는 도전 프로그램인 '퓨처 챌린저(Future Challenger)' △해당 사업부에서 임직원의 집단지성을 빌려 제품이나 사업 개선 사항 등을 모으는 'Big Questions(주제 제안)' △시장 선도를 위해 시도해야 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하는 'LG Dots(자유 제안)' 등이 바로 그것이다. LG Dots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에 이르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으며, 이 아이디어들은 다양한 직군과 직급으로 구성된 사내 '아이디어 컨설턴트' 150명에게 매달 평가를 받고 사업화 단계까지 보완되고 있다. 

또 2013년 처음 실시된 퓨처 챌린저에는 총 1000여 개의 임직원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들 아이디어는 두 차례 심사 과정을 통해 6개 우수 아이디어로 압축돼 6개월의 시제품 개발 단계를 거쳤다.  

실제로 지난해 대리급 직원 아이디어로 '매직 미러(Magic Mirror)'라는 제품이 출시됐다. 매직 미러는 거울이 고객의 피부 타입을 측정해 결과를 보여주고 현재 상태에 맞는 맞춤형 피부관리법과 미용 제품까지 추천해주는 제품이다.  

◆ LG전자의 혁신적 조직문화 공유 파티 '이그나이트 LG' 

LG그룹 계열사 중 맏형 격인 LG전자는 자체적으로 혁신 전파의 장을 마련해 사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바로 '이그나이트(Ignite) LG'다. 이그나이트 LG는 직원들이 5분 동안 슬라이드 20장을 보여주며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프레젠테이션 파티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테드 엑스(TEDx)와 큰 차이점은 발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TEDx 18분, 이그나이트 5분) 주제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매년 봄·가을 2회에 걸쳐 이그나이트 LG를 열고 있다.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과 활동을 자발적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이그나이트와 협의해 시작했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행사라 업무 관련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LG전자는 업무 관련 전문지식에 국한하지 않고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행사 주제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청중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직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발표를 마친 후 마련되는 교류의 시간에는 주로 '치맥 파티'가 벌어지는데, 발표 중간에 미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받은 질문에 대해 발표자가 직접 대답해 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같은 직원 신분이지만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통해 지식·경험 공유의 장을 넘어 혁신적인 조직문화 구축의 장이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말 열린 7번째 이그나이트는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 LG트윈타워가 아닌 평택 디지털파크 대강당에서 진행돼 지방 사업장 직원들에게도 처음으로 문호를 개방했다. 향후에도 봄에는 본사에서, 가을에는 창원, 구미 등 지방 사업장에서 이 행사를 열 계획이다. 

당시 이그나이트에서는 직원 총 10명이 각자 준비한 발표를 진행했다. 본사에서 진행하던 금요일 오후 6시가 아닌 평일 근무시간인 수요일 오후 3시에 열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직원 200여 명이 빼곡하게 모여 발표자들 지식과 경험을 공유받았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 사전신청을 받아 발표자를 선정했는데, 경쟁률이 2대1에 이를 정도로 치열했다. 선정 기준은 주제의 참신함, 다수의 공감 가능성, 그리고 첫 사업장 순회인 만큼 '평택 근무자 우선'이었다는 LG전자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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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아이디어 컨설턴트들이 논의를 통해 임직원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그룹]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1년에 책 100권 읽는 법, 작심삼일을 타파하는 법, 존경받는 아빠가 되는 법, 드론으로 봉사하는 법 등 다채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5분 이내에 발표해 참석한 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예를 들어 발표자인 박헌건 HE서비스실 부장은 1년에 책 100권 읽는 비법으로 '일주일에 두 권씩 50주 읽기'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자투리 시간(출퇴근, 점심시간, 퇴근 후 잠자기 전, 토요일 오전)을 활용하고, 매일 오전 4시 반에 읽어나 책을 읽거나 블로그를 쓰고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50주 동안 유지하기 위해 SNS에 매주 목표를 올려 친구들의 동기 부여를 받는다고 소개했다. LG그룹이 혁신 공유에 이처럼 앞장서는 것은 최고경영진 경영철학에 따른 결과물로 풀이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수시로 "구성원 스스로가 고객이 돼서 의견을 내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 실행하며 해냈다는 성취감이 조직 내에 가득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시장 선도 상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하기로 결정한 일은 반드시 끝까지 집요하게 실행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윤원섭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81957&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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