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누미야 요시유키 (서정대학교 애완동물과)
현재 같은 대학에 다니는 사람 중 평소에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는 친구(대부분 같은 학년)와의 의견 불일치 시의 대처전략에 대해 비교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 학생은 남녀 모두 일본과 미국 학생에 비해 '지배' 전략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해결전략으로서는 회피, 지배, 양보, 타협, 통합의 다섯 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들 중 '지배' 전략의 사용은 한국인이 가장 많았다. '지배' 전략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도록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대처방식이다. 논의를 주도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려 한다. 자신과 상대방 사이에 경쟁구도를 설정하여 상대방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한국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갈등해결방식으로서의 '지배' 전략은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관철시키는 하나의 수단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많은 민·형사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사회다. 2009년의 자료를 예로 들어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2009년의 민사사건은 한국 413만여 건, 일본 240만여 건으로 인구 대비로 계산하면 한국의 인구 1인당 민사사건 건수(0.083)는 일본(0.019)의 약 4.3배이다. 그리고 최근 일본의 민사사건 건수는 감소 추세에 있으나 한국의 민사사건 건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2009년에 발생한 형사사건도 한국 197만여 건, 일본 121만여 건으로 한국의 인구 1인당 형사사건 건수(0.039)는 일본(0.009)의 약 4.1배다.
한국에서 일본보다 많은 형사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인 이른바 '민사사건의 형사화' 때문이다. 민사 채권자들이 채무자로부터 받을 돈을 민사소송을 통하여 받는 것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여 채무자를 사기죄나 횡령죄로 고소하여 우선 구속시키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 고소·고발이 유달리 많으며 2013년 기준으로 검찰과 경찰을 합한 고소·고발 건수는 69만9865건에 달한다. 인구 1만 명당 약 73.2건 꼴이다.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1만 명당 약 1.3건)에 비해 6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민사사건의 형사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한국 사람들이 조정과 타협에 인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 비해 한국은 경제 관련 형사사건 이외의 심각한 사건·사고도 많은 사회다. UN의 범죄조사통계(Crime Trends and Operations of Criminal Justice Systems)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살인발생건수는 한국(2012년)이 0.84명이고 일본(2013년)은 0.28명으로 한국은 일본의 약 3배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12년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국은 10.8명이고 일본은 4.1명으로 한국은 일본의 약 2.5배였다. 또한, 2012년의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국은 2.4명이고 일본은 0.6명으로 한국은 일본의 4배였다.
재산 관련 분쟁으로부터 이러한 극단적인 범죄와 사고에 이르기까지 일본에 비하면 심각한 갈등에 휘말리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한국사회의 특징이다. 한국과 일본 간에 이러한 민·형사 사건 건수에 차이가 있다면 거기까지 발전하지 않았던 크고 작은 싸움의 발생 건수에는 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큰 차이가 있다면 수면 아래에 숨어있는 부분에도 더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한국에서의 갈등이 그렇게 많은 원인 중의 하나는 한국사회는 일본사회보다 상대적으로 일반적 신뢰(일반인 신뢰, 낯선 사람 신뢰)와 대부분의 제도신뢰(사회기관 신뢰, 제도공정성 신뢰, 지방행정부 신뢰, 사법부 신뢰)가 낮고 공동체 기반이 약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방지하거나 조정하는 공동체의 기능이 약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구 이동성(한국은 일 년에 전체 인구의 20%가 이동하지만, 일본의 인구이동은 한국의 1/4밖에 안 된다.)으로 인해 단단한 공동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본사회에 비해 한국사회의 갈등 억제력이 약한 것이다. 공동체 기반이 보다 강한 사회에서는 갈등을 외재화 시키려면 평판의 하락 등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공동체 기반이 약한 사회에서는 갈등을 일으켜도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오히려 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갈등 외재화의 동기는 강해진다.
이러한 갈등이 많은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강한 주체성이 요구된다. 갈등이 많은 사회에서는 강한 주체성이 매우 적응적이며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존중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한 갈등 상황에서는 그러한 태도나 전략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며 일방적으로 큰 손해를 볼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억울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강한 주체성을 발휘해야만 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곳이 한국사회다.
한국은 일본보다 갈등이 많은 사회이기 때문에 강한 주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문화적 과제가 된 것이다. 한편 일본은 한국보다 갈등이 적은 사회이기 때문에 강한 대상성을 형성하는 것이 문화적 과제가 된 것이다.

즉, 한국인이 자신을 대인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심적 존재로 생각하고, 자신의 지향성을 중시하는 주체성 자기가 강한 것은 외재화 된 대인적 갈등이 많은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며, 일본인이 자신을 대인적 영향력을 수용하는 주변적 존재로 간주하고 상대의 지향성을 존중하는 대상성 자기가 강한 것은 그러한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 글. 이누미야 요시유키
  • 고려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심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고려대학교, 명지대학교, 서강대학교, 중앙대학교 등에서 문화심리학, 종교심리학, 일본문화의 이해, 비교문화심리학, 사회심리학, 건강심리학 등을 강의해 왔으며, 현재 서정대학교 애완동물과 일본어교수로 재직 중이다.


출처: http://webzine.kpsy.co.kr/2016summer/sub.html?category=13&psyNow=12&UID=160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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