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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책과 강연은 `자신감`을 강조한다. 리더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폴로어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해줘야 성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다. `자만심 경계`와 관련된 종류의 이야기들이다. 혼란스럽다. 자신감과 자만심 모두 `그 일이 될 것이라고 미리 확신하는 것`을 의미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둘은 `원인`이라기보다는 `사후 해석`에 더 가깝다. 똑같이 확신에 찬 상태라 하더라도 성공하면 자신감, 실패하면 자만심이다. 그러니 둘 간 사후 구분보다는 사전에 느끼는 확신이 도대체 무엇이며 그 역할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조지프 시몬스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와 리프 넬슨 뉴욕대 교수는 자신감이 어디에서 오고, 그것이 어떻게 엉뚱한 측면에까지 영향을 미쳐 선택과 결정을 망치는지를 실제로 보여주는 연구를 해 왔다. 이들이 한 재미있는 실험 몇 가지를 보자. 사람들에게 프로야구 경기에서 어느 팀이 이길지 예측하게 해본다. 여기에 얼마나 그 예측을 확신하는지, 즉 자신감의 정도도 말하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 경기가 언제 열리는지 시간을 알려주면 예측에 대한 확신이 갑자기 증가한다는 것. 처음 골랐던 팀을 이후에 바꿀 기회가 생겨도 계속 고집하는 경향도 증가했다. 하지만 시간을 안다는 것은 경기의 승패를 예측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정보다. 그런데도 무언가를 더 알게 되고, 조금 더 경기 장면에 대해 구체적 상상(예를 들어 낮 혹은 밤 경기)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자신의 예측도 더 들어맞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더 당황스러운 차이도 있다. 예를 들어 양팀 전력을 분석한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내용을 뚜렷하게 인쇄해 빨리 읽을 수 있게 하거나 다소 흐리게 해서 어렵게 읽을 수 있게 해 준 경우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가지는 자신감은 전자가 20%포인트 이상 더 높다. 빠르게 읽든 천천히 읽든 내용은 동일한 정도로 기억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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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시작함에 있어서 `초반에 빠르고 쉽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만큼 근거 없이 부풀려진 확신감을 지니게 한다. 이를 직관적 자신감이라고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초반에 직관적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이후의 많은 일들에 낙관적으로 변하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꼼꼼히 혹은 정확하게 하면 돈을 주겠다고 인센티브를 걸어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뭔가 잘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멈춰서 돌아봐야 한다. 이 일과 무관한 몇 가지 소소한 것들이 `쉬웠는지` 말이다. 만약에 정말 그렇다면 부풀려진 낙관주의에 빠진 것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의 확신은 자만심이며 이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힐 수 있다. 

반대로 뭔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좀 더 지켜보자. 무관한 다른 일들이 더디게 풀려서 과다한 비관주의에 빠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만나는 실패를 지금의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고 후회할 수도 있다.

지혜로운 리더라면 이런 현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리더에게는 분명하고 근거 있는 확신이 있지만 폴로어들이 자신감을 상실해 고민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 일과 무관한 작은 일이라도 `쉽게 (더욱 중요하게는 빠르게) 잘할 수 있는 일`을 시켜봐라. 그 힘은 기대 밖으로 크다. 현재의 자신감은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예측치면서 동시에 없는 힘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묘약이 될 수 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39290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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