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자문단 조언 반영한 `스타일러` 인기에 고무…전체 가전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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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롬 스타일러

지난해 여름 LG전자 마케팅실에선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 주제는 신개념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에 대한 마케팅 방향이었다. 내부 직원들은 일찌감치 스타일러가 고급 의류 관리기이며 타깃 고객도 고소득층이 돼야 한다고 마케팅 방향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국내 경영학자들로 구성된 외부 마케팅 자문단은 스타일러 콘셉트를 생활 필수 가전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LG전자 마케팅실은 고심 끝에 외부 자문단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 마케팅 방향은 올해 초 출시된 신형 스타일러에 그대로 적용됐다. 

결과는 완전 '대박'이었다. 신형 스타일러는 출시 후 100일 만에 1만2000대 판매를 기록해 2011년 출시한 기존 제품의 같은 기간 판매량보다 5배나 많이 팔렸다. 이뿐만 아니라 신형 스타일러는 전작과 달리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신형 스타일러의 B2B 분야 누적 수주량은 지난달 말까지 약 6000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10배 이상 많이 팔렸다. 

신형 스타일러가 마케팅 차원에서 성공한 이유는 자명했다. 구형 스타일러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조돼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한 반면 신형 스타일러는 냉장고 같은 필수 가전이라는 마케팅으로 소비자 지갑을 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제품 차원에서 신형 스타일러는 구형보다 크기를 줄여 작은 방에도 들어갈 수 있게 했고, 옷에 묻은 먼지 제거 등 항균·탈취 기능도 개선됐다. 

LG전자가 스타일러 성공에 힘입어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해 혁신을 이루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지난달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신제품 간담회에서 계열사 사업본부장 30여 명과 논의한 그룹의 미래지향적 개념이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 내부 인력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말이다. 구체적 방식으로는 외부 자문단 운영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세계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디자인 자문단을 운영한 데 이어 이달부터 1년 동안 마케팅 분야에서도 경영학자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새롭게 운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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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단은 김영찬 연세대 교수, 김주호 명지대 교수, 박지혜 한국외대 교수, 남명우 성균관대 교수 등 우리나라 최고 마케팅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사실 2013년 9월부터 약 1년 동안 스타일러에 대한 마케팅 자문단으로 활동한 바 있는데 이번엔 자문 대상을 스타일러뿐만 아니라 모든 LG전자 가전제품으로 확대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초 출시된 신형 스타일러 성공에는 마케팅 자문단 역할이 컸다"며 "이에 따라 이번에 출범한 2기 자문단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오븐 등 핵심 가전 전반으로 자문 대상을 확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 외부 자문단 역할 확대를 오픈 이노베이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LG 최대 목표는 '시장 선도 제품'을 구현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들을 통한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게 구 회장 지론이기 때문이다. 이에 외부 자문단 운영은 LG전자뿐만 아니라 LG 다른 계열사에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디자인 자문단'을 운영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었다. 이 자문단에는 오디오 명가 뱅앤드올룹슨 대표 제품들을 디자인한 토르스텐 발뢰르, 소니 마스터디자이너 출신 디자이너 고토 데이유 등이 포함돼 있다. 

LG 관계자는 "올해부터 디자인 자문단은 디자인 결과물 리뷰에만 국한하지 않고 활동을 강화해 프로젝트 초기 방향성을 논의하거나 출시된 제품에 대한 디자인 평가에도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580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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