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혜성에 섰다

로제타號 사상 최초 혜성 착륙 성공
1년간 탐사통해 지구생명 기원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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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혜성에 섰다(We are on the Comet).” 인류의 발자국이 달과 화성, 소행성에 이어 혜성까지 닿았다. 미지의 영역이던 태양계와 지구 기원에 한발짝 더 다가선 것이다. 13일 오전 1시(한국시간) 유럽우주국(ESA)이 쏘아올린 로제타의 로봇 ‘필라이’가 지구로부터 5억8000만㎞ 떨어진 곳에서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안착했다. 인간이 만든 우주선이 달과 화성, 소행성에 착륙한 적은 있지만 혜성 착륙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필라이 착륙을 확인하는 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과 진보, 휴머니즘을 위한 성공”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2004년 3월 발사된 로제타는 64억㎞를 날아 67P에 도달했다. 긴 비행을 위해 로제타가 활용한 방식은 ‘스윙바이’다. 공전하는 행성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우주선이 행성 가까이로 접근하면 행성 중력에 의해 빨려들어가듯 끌려간다. 이후 행성의 공전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듯 빠져나가면서 속도를 얻는다. ESA가 공개한 시뮬레이션을 보면 로제타는 발사 후 2009년까지 총 3번 지구에 근접해 추진력을 얻었다. 

로제타는 올해 8월 이후 67P를 근접 비행하며 적당한 착륙지를 찾았고 지난 12일 혜성과 같은 속도로 날며 탐사로봇 필라이를 내려보냈다. 혜성 속도는 시속 6만6000㎞로, 총알보다 18배 이상 빠르다. 서울과 부산을 20초 만에 주파하는 엄청난 속도다. 특히 중력이 지구의 10만분의 1에 불과한 게 문제였다. 중력이 작으면 무게도 줄어들기 때문에 100㎏의 필라이는 혜성 위에서 종이 한 장 무게처럼 가벼워진다. 착륙 시 혜성에서 튕겨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충격 흡수용 다리, 지면에 고정할 수 있는 작살을 탑재한 이유다. 작살은 결국 발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로제타와 필라이는 67P의 표면과 하늘에서 합동 작전을 펼친다. 필라이는 X선 스펙트럼 분석 장비를 통해 혜성 표면을 분석하고 전자기파를 혜성 중심으로 쏴 혜성 내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관찰한다. 표면에 20~30㎝ 구멍을 뚫어 시료를 직접 채취·분석하기도 한다. 혜성 이미지와 모양, 밀도, 온도, 화학성분 등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실험은 필라이의 1차 전지 수명이 끝나는 2~3일간 진행된다. 2차 실험은 이후 태양광 배터리를 충전한 후 돌입한다. 분석결과는 착륙 6개월 후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공에 떠 있는 로제타는 필라이가 보내온 데이터를 지구로 전달한다. 필라이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는 데는 약 20~30분이 걸린다. 로제타와 필라이는 내년 12월까지 67P와 함께하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ESA는 이번 프로젝트에 우리 돈으로 1조7000억원의 비용을 투자했다. 과학자들이 이처럼 연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혜성이 태양계와 지구 생명 탄생의 해답을 쥐고 있는 ‘우주의 타임캡슐’이기 때문이다. 혜성은 46억년 전 태양이 만들어지고 난 뒤 주변을 돌던 먼지와 가스, 얼음 조각이 뭉쳐지면서 생겨났고 지금까지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혜성에는 물을 포함한 휘발성 기체들이 얼어붙어 있을 뿐 아니라 생명의 기원이 되는 ‘아미노산’과 같은 물질이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기원에 대해서 일부 학자들은 “과거 지구와 혜성이 충돌하면서 이런 물질들이 운반돼 생명의 기초가 되는 아미노산과 염기, 핵 등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영준 천문연 우주감시센터 선임연구원은 “로제타는 혜성과 지구가 갖고 있는 물이 어떻게 다른지 등의 연구를 통해 태양계 탄생 과정과 지구 생명의 기원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새봄 기자 / 원호섭 기자]


출처: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2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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