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 인간으로

 

【김은섭 저자, 비즈니스북 칼럼니스트】한 여성이 몸이 아픈 어머니를 위해 자포스에서 신발을 구입했다. 그런데 머지않아 어머니는 병세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 뒤, 뒷정리로 분주한 그녀에게 이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구입한 신발이 잘 맞는지, 마음에 드는지 묻기 위해 자포스(Zappos)에서 보낸 메일이었다. 상실감에 빠져 있던 그녀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메일에 답장을 썼다.

 

“병든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구두를 샀던 것인데 어머니가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구두를 반품할 기회를 놓쳐 버렸네요. 그렇지만 이제 어머니가 안 계시니 이 구두는 꼭 반품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될까요?”

 

그러자 곧바로 자포스에서 답장을 보내왔다.

 

“저희가 택배 직원을 댁으로 보내 반품 처리를 해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포스의 기존 정책에 따르면, 반품할 경우 요금은 무료지만 고객이 직접 택배를 불러서 물건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자포스는 정책을 어기면서까지 그녀의 집으로 직접 택배 직원을 보내 물건을 반품하게 해주었다. 이 ‘기업답지 않은’ 자포스의 진심 어린 배려에 그 여성은 신선한 충격과 함께 큰 감동을 받았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그 여성에게 한 다발의 꽃이 배달되었다. 카드에는 어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진 여성을 위로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자포스에서 보낸 것이었다.

 

“감동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의 친절에 약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받아본 친절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이었어요. 혹시 인터넷에서 신발을 사려고 하신다면 자포스를 적극 추천합니다.”

 

고객에게 위로의 꽃다발과 카드를 보내는 것이 자포스의 ‘서비스 정책’은 아니다. 이 여성과 통화한 컨택센터의 직원이 어미를 잃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고 싶다는 인간적인 배려와 판단에 따라 꽃과 카드를 보낸 것이다.

 

자포스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콜센터나 고객센터라는 명칭 대신 컨택센터(Contact Center)라 부르는 부서가 있다. 이곳은 전화뿐 아니라, 메일, 라이브 채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객과 접촉하는 곳이다.

 

그런데 자포스의 컨택센터에는 매뉴얼이 없다. 고객의 이런 요청에는 이렇게 답하라는 지침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객의 주문이나 문의에 어떻게 답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는 전화를 받는 컨택센터 직원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하면 된다.

 

즉, 고객을 대하는 직원이 인간 대 인간으로 고객과 마주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과 상황에 따라 서비스의 ‘내용’은 달라진다. 그리고 이것은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잊기 어려운 체험’을 제공하게 된다.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는 이것을 ‘행복의 배달’이라고 부른다. 직원과 고객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 그것이 회사를 장기적으로 번영으로 이끄는 최강의 전략이라고 자포스는 확신하고 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포스는 지난 5년 동안 1,300%의 성장률, 75%의 재구매율, 그리고 창업 10년이 안 된 시점에 ‘연 매출 10억 달러 돌파’라는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아마존은 왜? 최고가에 자포스를 인수했나 | 개정판, 세계 유일의 기업문화와 고객관리 전략을 배운다 | 이시즈카 시노부 (지은이) | 이건호 (옮긴이) | 이정일 (감수) | 북로그컴퍼니 | 2014-01-27

 

파격적인 서비스

 

감동적인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직원 1,500명 남짓의 인터넷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회사 자포스(zappos.com)입니다.

 

이 회사의 CEO인 토니 셰이는 벤처 캐피탈 회사를 운영하던 중에 자포스의 아이디어에 매력을 느껴 투자했다가, 2000년에는 아예 정식으로 자포스를 인수해 CEO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포스는 신발을 파는 곳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회사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신발은 직접 신어보고 사야 하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옷보다 더 예민한 제품이기도 하죠. 고객은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신어볼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자신의 집 거실에서 파자마를 입고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자포스가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서비스 체험인 것입니다.”

 

그래서 자포스는 ‘무료 배송 무료 반품, 마음에 들 때까지 반품 가능’이라는 슬로건으로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포스 직원들의 모습 ⓒmultimedia.heraldinteractive.com

 

그뿐만 아닙니다. 토니 셰이는 웃음이 넘치는 즐거운 직장, 직원과 고객 그리고 경영자 모두가 행복한 회사,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는 직원들을 고객 이상으로 존중하고 그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자포니언(Zapponian), 즉 컨택센터에서 고객과 직접 통화를 하는 자포스 직원들은 고객을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에서 나온 꽃다발도 자포니언이 즉흥적으로 생각한 감동의 선물인 것입니다.

 

그들은 심지어 고객이 찾는 물건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대신 구입해 줄 정도라고 하니, ‘고객에게 행복을 배달하는 회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자포스는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2010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에서 당당히 15위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amazon.com)에 12억 달러에 인수가 되어 세계적인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경영구루인 세스 고딘은 아마존의 자포스 인수에 대해 “아마존이 12억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자포스를 인수한 것은 ‘세계 유일의 기업문화’, 고객과의 강한 유대관계,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 전설적인 서비스, 리더십 등 자포스만이 갖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골리앗 아마존이 다윗 자포스에게 한 수 배우고자 고개를 조아렸다는 말입니다.

 

모든 기업이 저마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광고판에서 큰소리로 외칩니다. 하지만 말 뿐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들은 ‘고객감동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고객이 불만을 토로하면 대부분의 기업은 마지못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응을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나마 이러한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어디냐‘며 감지덕지하라고 합니다. 진정한 고객감동이란 게 이런 걸까요?

 

행복 배달부

 

아무리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도 고객의 불만은 존재합니다. 일류기업과 삼류기업의 차이는 이러한 고객의 불만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달렸습니다. 정답은 단 하나, 1,000페이지짜리 매뉴얼이 아닌 ‘인지상정(人之常情)’에 있습니다.

 

고객의 불만을 얼마나 빠르고 적절하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면대면(面對面)하는 직원에게 달려 있습니다.

 

자포스는 그 단순한 사실을 놓치지 않고, 그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줬습니다. 아니, CEO가 그들에게 아예 고객 불만 해소 차원을 넘어 행복을 선물하라 권했습니다.

 

직원들은 빠른 시간에 많이 처리해야 하는 부담 대신 ‘만약 내가 고객이라면 어떤 응대를 받아야 행복하게 전화를 끊을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합니다. 자포니언은 고객을 위한 일이라면 심지어 남의 회사에서 상품을 사다 배달할 수 있는 권한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나칠 만큼 자유분방한 시스템은 자포스만의 강점이 됩니다. 자포니언들에게 주어진 방대한 권한은 회사가 직원을 고객 이상으로 존중하고 있음 느끼게 하고, 또한 고객을 감동 시켰을 때 서비스와 행복을 팔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자포스 직원들은 3D 직종보다 더 힘든 감정노동자가 아닌 ‘행복 배달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 ⓒbusinessweek.com

 

사람을 향하는 자포스의 정신은 고객에게도 이어집니다. 자포스는 온라인 쇼핑몰이면서도 메일로 주문을 접수하기보다 전화주문을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전화주문이 더 정확하고 정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포니언에게 고객 응대 매뉴얼은 따로 없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모두 충족 시켜주는 최적의 대응만이 해답입니다. 자포스는 서비스를 비용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자포스가 진짜 팔고자 하는 것은 신발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의 감동 체험’을 경험하게 해 행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듯 자포스는 스스로를 ‘서비스 컴퍼니(Service Company)’라고 부릅니다.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에게 가치 있는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감정적인 따뜻함을 갖고 다음에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나를 기분 좋게 맞아주는 상점이 어디였더라?’하며 다시 찾아와 상품을 구입하게 한다는 겁니다.

 

오늘날 고객들이 ‘무엇을 살까?’ 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살까?’를 더 고민한다는 점에서 자포스는 소비자의 심리적 니즈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의 성공에 최첨단의 과학기술이나 마케팅 기법이 동원된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행복감을 남기고자 한 자포니언들의 열정(熱情)과 노력이었다는 점은 오늘날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자포스를 통해 진정한 서비스의 의미, 그리고 21세기 성공 마케팅의 전부를 알게 될 겁니다.

 

아울러 우리는 자포스를 통해 미래의 기업상을 봅니다. 고객에게 직접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기업, 바로 '사람을 닮은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알게 합니다. 고객과 직원을 행복하게 하는 길, 자포스에서 배웁니다.


[The Zappos Family on Nightline]


출처: http://m.insight.co.kr/view.php?ArtNo=1831&ReplyYN=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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