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20만원 동남아 스포츠강사…현지업체서 고작 서류정리

美한인업체서 인턴 "제대로된 교육 못받아"
고용·외교부 등 쪼개져…컨트롤타워도 없어


◆ 무늬만 해외취업 `K-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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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에 대한 청년 구직자들의 관심은 높지만 만족할 만한 해외 일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사진은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해외 취업박람회 모습. [매경DB]

2013년 8월 출국해 미국에서 10개월간 인턴으로 일한 B씨(27). B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해외취업 프로그램(K-무브)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초 B씨는 현지 기업 인턴 과정을 거친 후 취업하려는 목표를 세웠지만 10개월 만에 한국행을 선택했다. 기대와 달리 B씨가 일한 기업은 한국인 사장과 직원들로 이뤄진 한인 중소기업이었기 때문이다. B씨는 "현지 기업에 취업해 영어도 배우고 인턴 후 취업할 계획으로 갔지만 막상 가보니 한국인 직원들뿐이어서 영어를 쓸 일도 없었고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려는 생각도 없어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그냥 정부에서 돈 받고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온 셈 치기로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부는 `K-무브`에 대해 "해외취업을 위한 풀코스가 마련돼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국정과제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총체적인 부실 사업`이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K-무브 사업은 크게 △해외취업 △해외인턴 △해외봉사 △해외창업으로 나뉜다. 해외취업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해외봉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해외인턴은 외교부ㆍ교육부 등이 맡는 식이다. 과거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것을 단순히 한데 묶다 보니 컨트롤타워가 없고 성과도 떨어진다. 해외 일자리를 찾는 업무는 KOTRA 해외 무역관이 전담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도 15개 해외지사를 통해 업무를 분담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KOTRA는 결국 기존 업무에 별도로 `가욋일`을 떠맡은 셈이다. 그렇다 보니 현지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보다는 급한 대로 현지 한인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지난해 7월 KOTRA를 통해 콜롬비아에서 해외인턴으로 근무한 C씨(27)는 "현지에 가기 전까지 내가 일할 회사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고 막상 가보니 현지 한인 기업을 소개해줘 6개월 동안 한국어를 쓰며 일하고 돌아왔다"며 "결국 이력서에 해외에서 일한 경험 한 줄을 써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고 말했다. 

청년 구직자들의 해외취업을 지원한다지만 실제로 `돈 없으면 지원도 못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K-무브 사업 중 해외연수 후 바로 현지 취업을 보장해주는 `K-무브 스쿨`은 본인이 비용 100만원 안팎(지원비의 20~30%)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항공비와 현지 체류비 등까지 개인이 부담해야 해 형편이 어려운 구직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어렵게 해외취업을 해도 현지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수준의 월급을 받는 사례도 있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해외취업자 평균 연봉은 1988만원으로 2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대만 헤어디자이너 과정`은 월급이 150만원이지만 기숙사비 등을 제하면 수입은 월 100만원 수준이다. 2013년 실시한 `피지 사무행정ㆍ레저스포츠 강사 양성 과정`과 연계된 일자리의 한 달 임금은 20만원에 불과해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투입된 정부 지원금은 1인당 950만원이었다. 해외로 나간 대부분 청년 구직자 만족도도 낮다. 일하는 곳만 해외로 바뀌었지 한국 사람들과 한국말로 일하는 게 대부분이고 급여도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 특히 현지 한인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곳을 찾기 어렵고 재고정리, 서류정리, 문서번역 등 단순 업무를 맡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K-무브 스쿨은 신청하는 연수 기관과 지원자가 적어 8월 말 현재 K-무브 스쿨 예산 74억원 중 24억원만 집행됐다. 

해외취업을 위한 `GE4U(Global Employment For You)` 프로그램은 해외연수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연수 기간 2~4개월 중 절반을 국내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현재 모집 중인 `싱가포르 전문관광경영인 4개월 과정`의 싱가포르 체류기간은 2개월뿐이다. 현지에서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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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연계형 해외인턴은 `국비 어학연수`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부는 웨스트(WEST) 프로그램 등 9개 기관에서 11개 해외인턴 과정을 진행 중이지만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인턴으로 일한 청년의 90% 이상이 단기 인턴 후 국내에 복귀해 다시 취업을 준비한다. 정부 기대와 달리 `K-무브` 사업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데는 구직자 눈높이와 해외 일자리 간 미스매치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의뢰한 `청년 해외 진출 기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ㆍ30대 청년들의 73.4%가 해외 일자리에 관심이 있으며 이 중 50% 이상이 북미 유럽 등 선진국 취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가 해외취업을 알선하는 국가는 대부분 동남아권이다. 이에 대해 박지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일자리부 과장은 "해외취업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청년들의 눈높이와 실제 취업이 가능한 곳 간의 괴리로 인한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하다"며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수요 맞춤형`으로 사업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장재웅 기자 / 정의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338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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