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마케팅` 먹혀…中자본, 한국기업에 눈독

 

◆ 차이나머니 대공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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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에 대한 차이나머니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 기업 인수ㆍ합병을 중국시장 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왼쪽은 지난달 8일 종영된 SBS드라마 `닥터이방인`이 끝난 뒤 엔딩크레디트로 등장한 타오바오 앱. 오른쪽은 지난달 17일 종영된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극중에 등장한 중국 과일주 `리오`. 두 상품 모두 한국에서 판매되거나 서비스되지 않는 상품이다. [사진 출처=SBS캡처화면]

지난달 A씨는 드라마 `닥터이방인`을 시청하던 중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공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장면에서 유난히 한문이 많이 들어간 앱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 알고 보니 한국에서 서비스되지 않는 `타오바오 앱`이었다. 이 장면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동안 드라마에 등장하던 간접광고(PPL)가 한국 소비자를 겨냥했다면 이 간접광고는 중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닥터이방인은 한국에서 방송이 나감과 동시에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에 판권이 판매되면서 3억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시청한 인기드라마였다. 중국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혈안이 된 중국 기업들이 이 사실을 놓치지 않고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다.

한국 기업에 투자한 차이나머니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한류가 인기를 끌자 한국 브랜드나 상품을 중국시장 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인수ㆍ합병(M&A) 전문분석기관인 머저마켓에 따르면 2008년 1건(120억원 규모)에 그치던 M&A는 올해 상반기만 5건(9610억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2년 중국 유통기업 디샹이 국내 패션기업 아비스타 지분 36.9%를 1200만달러에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아비스타 오너인 김동근 사장은 2대 주주로 여전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디샹그룹이 가진 중국 유통망에 아비스타라는 `콘텐츠`를 얹겠다는 게 디샹그룹의 목표였다.

아비스타는 M&A 이후 영업이익이 27억원(2012년)에서 102억원(2014년ㆍ추정치)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정보기술(IT) 1등 기업인 텐센트의 경우 CJ E&M과 카카오에 지분투자하기도 했다. 각각 모바일게임과 메신저 분야에서 개발 능력을 인정받은 CJ E&M, 카카오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어 이들의 역량을 흡수하겠다는 것. 대신 CJ E&M과 카카오는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에서 압도적인 플랫폼을 가진 텐센트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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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 여러모로 `쓸모`가 많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재무구조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금난을 겪는 한국 그룹의 백기사로 등장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지난 3월 동양증권을 인수한 대만의 유안타증권, 지난 4월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관심을 표명했던 바오산철강, 지난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SK C&C 지분 5%를 인수한 대만의 훙하이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액은 7억76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투자액(4억8100만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싱가포르ㆍ홍콩 등 중화권과 제3국을 거쳐 들어오는 중국 자본까지 합치면 15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계 사모펀드를 통해 한국 기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M&A 담당 본부장은 "국내 기업에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중국계 사모펀드들이 최근 많이 늘어났다"며 "한국 기업 역시 중국 투자를 받기 위해 지분을 인수할 중국 기업이나 사모펀드는 없는지 문의를 많이 해온다"고 전했다.

요즘 중국 자본이 한국에 주로 투자하는 건 식품ㆍ패션ㆍ화장품 등 소비재 산업 분야다. 과거 자동차나 철강 등 `무거운` 산업에서 제휴가 많았다면 요즘은 중국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따라 소비재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사냥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도 많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중국시장이 커버렸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사업제휴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중국 기업과 제휴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외국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계의 시선을 거두고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 강봉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112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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