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6조 유치로 지역발전 기틀…"카지노·숙박업에만 치중" 반발도

 

 

◆ 기로에 선 제주국제자유도시 / 해외투자 유치의 명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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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중국 자본이 투입된 초대형 개발사업이 몰려들며 주민 간 찬반 논란이 뜨겁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건설현장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말 찾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건설 현장. 높이 200m가 넘는 56층짜리 초고층 빌딩으로 건설되면 제주 스카이라인을 송두리째 바꾸게 된다. 현재 제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22층에 불과하다. 올해 초 건축허가 변경 신청이 승인돼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용지 조성 공사가 완료된 현장에선 고요함만 감돌고 있다. 철제 펜스로 가려진 현장은 출입문이 굳게 닫힌 채였고, 주변에는 건설자재를 나르는 대형 차량은커녕 돌아다니는 근로자조차 없다. 제주도민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다, 원희룡 제주지사까지 지난 7월 드림타워 건축허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드림타워는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녹지그룹이 롯데관광개발 계열 동화투자개발과 합작해 2017년까지 호텔과 콘도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중국의 부동산개발자금 60억위안(1조원)을 유치해 일각에선 외국인 투자 유치의 성공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인근 주민 최 모씨(48)는 "카지노가 들어온다는데, 아이들 교육에도 좋지 않을 것 같고 범죄 우려도 커져 동네 분위기가 나빠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노형동 오거리에서 만난 회사원 김지훈 씨(32)는 "주변 저층 건물들과 높이도 맞지 않고 이 일대가 번화가라 이미 교통체증이 심한데 별다른 대책도 없이 저런 건물을 세우면 어떡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많은 대형 개발사업들이 밀려들면서 제주도는 그야말로 `공사판`이다.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취약한 제주의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국제자유도시의 `장밋빛` 기대는 되레 난개발 우려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 `쏠림현상`이 극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제주도 내 1000억원 이상 규모 굵직한 개발사업은 대부분 중국 자본이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부동산투자이민제 시행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5년간 제주도가 유치한 해외투자 중 중국 자본이 투입된 대형 개발사업의 총사업비는 6조원이 넘는다.

녹지그룹은 드림타워 외에도 제주헬스케어타운까지 총 2조원 규모가 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람정제주개발이 진행하는 신화역사공원 사업도 사업비 규모가 3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중국 자본만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 현실적으로 투자 유치의 `국적`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중국 자본들은 대부분 카지노와 숙박 사업 등 수익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애초 투자 유치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중국 자본들이 각종 투자 혜택을 받아 고수익을 올린 뒤 해당 시설을 매각하여 투자금을 회수해 떠나거나 중국 관광객들만을 위한 시설 운영에 그칠 것이라는 염려다.

최근에는 주민들 반감을 감안한 제주도가 이미 판을 짜놨던 사업까지 재조정하려 하면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드림타워 관계자는 "이미 5년 전 대부분의 행정 인허가가 마무리된 사업을 원 제주지사가 건축허가 `직권취소`까지 거론하며 제동을 걸었다"고 비판했다. 드림타워의 경우 지난 7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도 내 일반도민 1000명과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86.7%가 건축허가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반대가 극심하다.

서귀포시 안덕면 일대 신화역사공원 공사 현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아직 용지 기초공사조차 진행하지 못해 철제 펜스 너머로 잡초만 무성한 광활한 땅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중국 란딩그룹과 싱가포르 겐딩그룹의 합자회사 람정제주개발이 2018년까지 2조5600억원을 들여 일대 251만9627㎡에 월드테마파크, 특급호텔 등을 갖춘 `리조트월드 제주`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5월 말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제주도가 허가 신청 면적이 개발사업승인 고시면적과 일부 다르다며 보완을 통보하며 사업이 멈췄다. 특히 이곳에 카지노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며 도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서귀포시 동홍동에서 만난 유 모씨(57)는 "중국 자본이 계속 들어온다고 하지만 숙소ㆍ펜션ㆍ호텔같이 허가가 잘 나오는 숙박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결국 제주 도민들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소중한 고향 땅을 뺏기고 있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획취재팀=임성현 기자 / 김명환 기자 / 백상경 기자 / 김시균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19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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