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할 때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만두는 게 나을까? 경영 연구자 조지프 라피(Joseph Raffiee)와 지에 펭(Jie Feng)은 1994년부터 2008년까지 기업가가 된 20대, 30대, 40대, 50대 사람들로 구성된 전국적으로 대표성 있는 집단 5,000명을 추적했다.

조사 결과 재정적인 필요는 그들이 직장이 계속 다녀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 높은 가계소득이나 고액 연봉은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전념할 가능성을 높여주지도 낮춰주지도 않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창업에 전념한 사람들은 대단한 자신감을 지닌 위험 감수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창업을 함으로써 실패에 대비한 기업가들의 경우는 훨씬 위험 회피적이었고,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에 전념한 사람들이 분명히 유리할 것이라고 예측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나 낮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위험을 대하는 기질과 관계가 있다. 창업가가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고 사업 구상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업이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앞뒤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덤비는 도박꾼 기질이라면 그 창업은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본업이 있으면 창업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데 성공하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집중적인 노력 없이는 기업이 번창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 아닌가?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안정적인 위험분산 포트폴리오가 지닌 핵심적인 장점을 간과하고 있다. 즉 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어설프게 쓴 책을 내거나 조잡하게 만든 예술품을 판다는 중압감이나, 아무도 시도해본 적 없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목록에 오른 기업들을 운영하는 기업가들은 창업한 뒤에도 계속 직장에 다녔다. 전직 육상 선수였던 필 나이트(Phil knight) 나이키 공동 창업자는 1964년에 자동차 트렁크에 러닝슈즈를 싣고 다니면서 팔기 시작했지만, 1969년까지 본업인 회계사 일을 계속했다. 애플 I(Apple I) 컴퓨터를 발명한 후 스티브 워즈니악은 1976년에 스티브 잡스와 함께 창업했지만, 1977년까지 본래 다니던 직장인 휴렛팩커드에서 엔지니어로 계속 일했다. 피에르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는 처음에 취미 삼아 이베이(eBay)를 창업했는데, 창업 후에도 아홉 달 동안 계속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온라인 시장에서 얻은 수입이 월급보다 많아지고 나서야 직장을 그만두었다.

위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적당한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어정쩡하게 양다리를 걸친 채 계속 활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성공한 창업자들은 한 분야에서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에, 다른 분야에서는 극도로 신중을 기함으로써 위험을 상쇄한다는 뜻이다.

*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에서 펴낸 애덤 그랜트(Adam Grant)의 《오리지널스》의 내용 일부를 요약, 재정리했습니다. 이 내용과 관련하여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면 책을 참고바랍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ksc12545/220625028019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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