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마취가스, CO2보다 강력한 온실효과

② 비행운, 북반구 대기 최대 0.1도 올려
③ 車 배기가스 맞먹는 소 방귀와 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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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예상치 못한 적(敵)이 있었다. 수술할 때 사용하는 '마취가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술실에서 소리 없이 새어 나가 지구 대기에 쌓이고 있다. 인간을 마비시키는 마취가스가 지구 온난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수술할 때 흡입마취제로 사용하는 가스에는 데스플루레인, 아이소플루레인, 세보플루레인 등이 있다. 스위스 연방연구소와 한국 극지연구소 등 한·스위스 공동 연구진은 과거 수집한 대기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 마취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지난 10년간 점점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기상 존재하는 마취가스 농도를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마취가스는 수술에 사용하는 양만큼 대기에 더해진다. 환자 호흡을 통해 공기 중에 그 물질 그대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마취가스가 강력한 온실가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취가스는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태양에서 지구로 전해지는 따듯한 에너지를 저장해 지구 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2014년 기준 대기중 데스플루레인은 0.30ppt(1조분의 1), 아이소플루레인이 0.097ppt, 세보플루레인이 0.13ppt가 각각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인 400PPM(100만분의 1)과 비교하면 10억분의 1 정도로 적은 양이나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마취가스 온실효과 능력이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이태식 극지연구소 극지해양환경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데스플루레인 1㎏은 이산화탄소 2500㎏과 맞먹는 온실효과 능력을 갖고 있다"며 "게다가 프레온가스처럼 오존층을 파괴하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마취가스로도 자주 사용되는 이산화질소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이산화질소는 마취가스 외에도 다른 산업 분야에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데스플루레인, 아이소플루레인, 세보플루레인은 마취가스에만 사용된다"며 "따라서 대기 중에서 발견되는 이들 가스는 수술실에서 배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마취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은 따로 없다. 

연구진은 "고령화로 인해 헬스케어 산업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마취가스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마취가스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취가스처럼 전혀 예상치 못하게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비행기가 있다.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를 보고 있으면 항로 뒤쪽으로 만들어지는 기다란 흰색 띠를 볼 수 있다. 비행기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구름으로 이를 '비행운(飛行雲)'이라고 한다. 

비행운은 비행기 배기가스에 있는 입자들 주변으로 수증기가 달라붙어 생기거나 날개 끝 부분 온도가 갑자기 떨어지면서 수증기가 응결돼 발생하기도 한다. 구름은 지표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열을 막아 지구 대기를 데운다. 그런데 비행기가 워낙 많아 비행운도 많이 생성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유럽과 미국 하늘의 0.5~2% 정도가 비행운으로 뒤덮여 있다"며 "북반구 대기를 0.01~0.1도 정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소 트림과 방귀가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가스 양은 육우가 53㎏, 젖소가 121㎏에 달한다. 이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차 한 대가 내뿜는 양과 맞먹는다. 이처럼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를 차지한다. 자동차 등 교통수단 배출가스(13.5%)를 뛰어넘는다. 

[원호섭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360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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