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0
새벽 외국어 학원 강의실에는 양복 차림 직장인들이 많이 보인다. 퇴근 시간 후의 각종 학원들에도 직장인 남자들이 많이 보인다. 그들은 시간을 아껴가며 경력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거나, 미래에 대비해 각종 기능을 배워둔다. 외국어나 운전, 주식 투자나 경영 회계 업무뿐 아니라 인문학 강의를 듣거나 한옥 짓기를 배우기도 한다. 남자들이 그토록 많은 기능을 배우고 자격증을 따는 이유는 한 가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아무리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으로 사회 조직의 한 자리에서 일할 자격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더 많은 자격증에 대한 필요를 느끼게 한다. 일곱 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여덟 번째 자격증에 도전하는 젊은이를 본 적이 있다. 남자들이 그토록 많은 자격증을 갖고자 하는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이 무능력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감추고 산다. 그들은 사회적 역할을 잘 해내야 할 뿐 아니라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성장기 내내 잘한 일을 칭찬받기보다 잘못한 일에 대해 비난받고 체벌 받던 교육 환경은 그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남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실패를 본능적으로 숨기려 한다. 실직 사실을 숨긴 채 매일 출근하는 척하고, 업무에서 저지른 과오를 덮어둔 채 넘어가려 한다. 회피해온 무능력에 대한 불안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수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무능력과 마주치는 순간에는 공포심에 압도되어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하는 기능이 마비된다. 남자들이 여자에게 괴팍하게 구는 이유도 능력 부족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애인이 떠날까 봐 두려워하는 남자는 자신의 성적 정복 성과를 떠벌리고, 돈을 충분히 벌어다 주지 못한다고 느끼는 남자가 아내의 가계부를 검사하며 잔소리한다.
보통의 경우 능력 부족에 대한 남자들의 불안감은 근거가 없고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남자들이 능력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이 실은 아기를 출산할 수 없는 데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남자들이 아무리 많은 업적을 성취해도 생명을 탄생시키는 그 능력에는 못 미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바로 그 능력을 가질 수 없기에 세상에 그토록 수많은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 낸다. 남자들의 경쟁심은 실은 외부 세상과의 대결이 아니라 무능력에 대한 불안감과의 투쟁으로 보인다.
김형경 소설가
출처: http://joongang.joins.com/article/203/14643203.html?ref=mobile&cloc=joongang|mnews|pc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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