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뇌 01
너보다 '뇌'가 더 사랑해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 관한 연구
조 상 아
며칠째 장마와 태풍으로 뜨거운 태양을 보기 힘든 요즘이지만 비가 오든지 말든지 뜨거움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사랑에 빠진 사람일 것이다. 물론 지난 봄부터 혼자였던 솔로들의 눈도 '이글이글' 타고 있을 테지만 사랑만큼 사람을 핫(Hot)하게 만들까. 사랑에 대해서라면 문학이나 예술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으나 당연하게도 심리학에서도 사랑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3회에 걸쳐 심리학이 말하는 사랑, 특히 사랑에 빠진 '뇌'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들을 알아보자. 칼럼을 시작하기 앞서 넓고도 광범위하며 모호하고 불확실한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연구를 선정하고 이해하는 방식은 오로지 '필자' 마음대로라는 점을 밝힌다. ( 유감스럽게도 필자도 사랑 연구에 대한 전문가도, 사랑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다)
사랑은 황홀하다. 마치 마약처럼
제목이 마치 '사랑만이 이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니까'와 같은 중이병의 오글오글한 비유같지만 뇌 속 사랑은 마약과 통하는 구석이 있어보인다. 최초의, fMRI (기능성 자기공명영상)를 활용한 사랑에 대한 연구(Bartels and Zeki, 2000) 에서 피험자들은 거대한 자석 원통(fMRI)에 누워 '사랑하는 이를 응시하라'는 행복한 과제를 받는다. 물론 피험자들은 연구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진정으로, 깊이 있게 그리고 미친듯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낭만적 사랑 척도 7.5 이상/ 9점)이다. 평균적으로 17초 정도 응시하는 동안 피험자들의 뇌영상을 찍어본 결과 피험자들의 도파민 작용과 관련된 뇌의 부위(대표적으로 미상핵[Caudate Nucleus]과 피각[Putamen])의 활동이 증가했다. 이 뇌 부위는 행복감, 도취감, 보상을 통한 만족감 등과 관련된 부위로, 코카인과 같은 쾌감을 주는 마약에 취한 사람이 활성화되는 부위이다. 물론 이런 결과를 사랑도 마약처럼 중독될 수 있겠네라는 비약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마약이라는 어휘가 주는 부정적 어감이 별로니, 사랑하는 사람이 더 예쁘고 건강하다는 사실를 고려해 사랑은 '마성의 보약'이다 정도로 생각해주면 적당하겠다.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몸
요즘 핫한 한 성인 예능에서 한 여배우가 남자들이 사랑하는 여자을 지켜주는 것에 대해 당차게 "뭘 지켜줘! 문화재도 아니고!" 라고 촌철살인을 날리는 장면에 공감하면 뿜었다는 지인(?)이 또 공감해줄만한 결과도 있다.
| 그렇다고 하신다. |
사랑하는 이를 볼 때 정서, 체감각 그리고 여러 쾌락이 관련된 뇌의 부위( 대표적으로 섬엽[Insula]과 전측 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가 활성화되었는데 이는 포르노와 같은 성적 각성을 높이는 자극을 봤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이기도 하다.
사랑과 성은 분리시킬 수 없는 주제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인만큼 쉽게 예상되는 결과지만 뇌차원에서 여자친구를 볼 때와 야동을 볼 때의 뇌가 닮았다는 것은 좀 찜찜할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연구의 피험자는 여성이 오히려 더 많았으며 뇌의 활성화 부위가 같다고 '같은 생각'을 한다고 여기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뇌차원에서도 성적 각성과 관련된 부분에 더하여 기억에 관련된 부분 및 고차원적인 기능을 하는 여러 뇌의 부위들도 활성화되었다는 점에서 사랑은 야동보다 복잡하다는 점이 확실하니 부디 오해가 없길 바란다.
사랑의 성공과 실패는 한 끗 차이?
앞에서 말했듯이 열정적 사랑이나 성적 자극은 전측 대상 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을 흥분시켰으나 '후측 대상 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은 비활성화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후측대상피질은 최근에 실연을 당해 슬픔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이다. 낯선 사람의 사진과 헤어진 남자 친구의 사진을 임의로 보여줬을 때 전남친을 보고 슬픔에 빠진 여성의 후측 대상 피질의 활동이 증가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대상 피질의 앞쪽이 반짝(활성화)이는 이는 사랑에 성공한 이고 대상 피질의 뒷쪽이 반짝이는 이는 사랑에 실패한 이라는 것이다. 정반대의 상황이 동전의 양면처럼 뇌의 특정 부위에 앞뒤로 있다는 게 참 오묘하다. 구조적으로 인접했다는 점이 어떤 심리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는 좀 더 연구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먼 미래에 자신의 뇌영상을 볼 수 있는 어플이 나온다면 뇌차원에서 '그린 라이트'와 '레드 라이트'가 이웃해서 번쩍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사랑의 양면이 숨어 있는 '대상 피질' (Cingulate Cortex) |
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문학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김춘수의 '꽃' 정도는 들어 보았을 것이다. 시의 주제와는 완벽히 일치할지 모르겠으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의 의미만큼이나 특별해진다. 그대가 사랑하는 이의 이름에 설레하는 것처럼 뇌도 '그의 이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지각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동안만 자극을 보여주면 사람은 의식적으로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지만 뇌에는 그 자극이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사람의 지각의 의식할 수 없는 즉, 외현적(Explicit)인 것이 아닌, '내현적(Implicit)' 수준을 관찰할 수 있다.
사랑하는 이의 이름과 그냥 친구 혹은 낯선 사람의 이름을 지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짧게 보여줬을 때 다른 이름 자극에 비해 연인의 이름에 대해서만 위에서 말했던 '사랑'에 관한 뇌의 부위들이 활성화되었다. 다시 말해, 피험자는 연인의 이름이 있었는지조차도 모르지만 뇌는 연인의 이름을 인식하고 반응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은 의식차원이 아닌 매우 자동적이고 내현적인 수준으로도 반응하는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가 좋아하였다면(어디까지 비유적으로) 그의 이름을 불러 준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혹시 만약에 만에 하나 주변에 아직 몸짓에 지나지 않은 이가 있다면 그의 이름을 불러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보기를 권한다. 누가 알까, 전에는 내게 평범했던 사람이 그의 이름을 불렀주었더니 내게 와 '꽃'이 되어줄지.
참고 문헌
Ortigue, S., Bianchi‐Demicheli, F., Patel, N., Frum, C., & Lewis, J. W. (2010). Neuroimaging of Love: fMRI Meta‐Analysis Evidence toward New Perspectives in Sexual Medicine. The journal of sexual medicine, 7(11), 3541-3552.
Bartels, A., & Zeki, S. (2004). The neural correlates of maternal and romantic love. Neuroimage, 21(3), 1155-1166.
Ortigue, S., Bianchi-Demicheli, F., Hamilton, A. D. C., & Grafton, S. T. (2007). The neural basis of love as a subliminal prime: an event-related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study.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19(7), 1218-1230.
Najib, A., Lorberbaum, J. P., Kose, S., Bohning, D. E., & George, M. S. (2004). Regional brain activity in women grieving a romantic relationship breakup.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61(12), 2245-2256.
사진 출처
문소리: http://carsteamwashing.tistory.com/208
대상 피질: http://www.glittra.com/yvonne/neuropic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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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psytik.blog.me/220085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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