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美에 또 거대 캠퍼스…맥북에어도 본토서 생산

 

◆ 한국 제조업 퍼펙트스톰 2부 / ② Made in USA의 재도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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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가 있어 유명해진 이곳은 현재 `공사판`이다. 애플이 제2 본사인 `캠퍼스2`를 짓고 있기 때문. 프룬리지 길을 막고 3만2000㎡ 규모로 건물을 짓고 있다. 현지 주민 김범진 씨(44)는 "여기서(실리콘밸리) 10년 이상 살았지만 길까지 막고 주민을 이주시키는 정도의 대규모 공사는 근래에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지역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애플이 올해부터 쿠퍼티노에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해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애플 캠퍼스2는 `뉴실리콘밸리`의 상징이다. 뉴실리콘밸리는 `지역`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사슬도 상징한다. 애플은 과거 전량 중국 생산에 의존했으나 맥북에어 등 일부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한다.

전 세계 전기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도 연 50만대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배터리 공장 건설을 최근 발표했다. 이름은 기가팩토리, 후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경계에 인접한 리노가 유력하다. 전기차의 미래 시장(중국), 소재부품(한국, 일본) 등을 고려하면 한국 등 아시아가 신공장의 최적지일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의 관점에서 제조업을 보는 테슬라는 미국 본토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1위 반도체회사 인텔도 14나노미터(㎚) 이하급 첨단 공정을 수용할 공장을 미국 오리건(D1X)과 애리조나(팹42)에 짓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 건설에는 약 50억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인텔은 이 같은 결정을 하면서 "2013년에만 미국에 89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이 중 30억달러는 미국 내 중소기업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썼다. 1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인텔 직원 중 절반 이상은 미국인이다. 앞으로 이 비중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과 테슬라, 애플은 미국의 신제조업을 상징하는 기업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 기술과 연구개발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회사이지만 최근 미국에 투자와 신공장 건설, 고용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꾸준히 외쳐온 `공장 회귀(리쇼어링ㆍReshoring)` 정책이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리쇼어링`은 오프쇼어링(해외로 진출한다는 의미)의 반대말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을 말한다.

미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제조업 세제 혜택 확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인프라 확충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세제 개편안을 통해 제조업 부문 세제 혜택을 늘려 법인세 상한선은 35%에서 28%로 낮추고 제조업체는 25%의 특별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외로 나가는 기업은 세금 공제를 철폐하고 미국으로 복귀하는 기업엔 수익의 20%에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벤처기업도 공장을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북쪽 도시 노바토에 위치한 ET워터가 대표 사례. 이 회사는 물 부족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인터넷을 통해 스마트 관개 시스템과 솔루션을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정원에 사용하는 물을 50%나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마크 쿠퍼스미스의 설명이다. 그는 창업 이후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했으나 2010년부터 차례로 공장을 새너제이로 옮겼다. 쿠퍼스미스 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5년간 중국에서 제조했는데 미국 제조 비용이 10%밖에 더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품 특성상 빠른 결정이 중요한데 시차와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하면 본사 근처에서 생산하는 것이 옳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아슬아슬하게 노사 간 합의에 이른 한국GM도 앞으로 노사 갈등이 더 심해진다면 글로벌 자동차회사를 떠나게 한 호주처럼 한국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기업이 하나둘씩 늘어나다 보면 한국 제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미국 제조업의 `공장 회귀(리쇼어링)` 현상은 단순히 기술 개발이나 커뮤니케이션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낼 혁신 제품을 소비할 시장도 바로 미국에 있다. 미국공급관리협회(ISM)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제조업 부문이 신규 주문 및 고용 부문 개선으로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의 확장세를 기록했다.

또 미국의 지난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4%를 돌파했으며 신규 고용 인원은 매월 20만명에 달한다.

한국, 첨단공장마저 해외로

한국 대기업은 신규 첨단 공장이나 라인 증설은 대부분 해외에 짓는다.

삼성전자는 3D V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중국 시안에 건설했으며 삼성SDS도 시안에 대규모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공장은 베트남 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

현대차그룹도 현재 기존 해외 공장 외에 중국 충칭공장(현대차), 멕시코공장(기아차) 등 해외 공장 신설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 비중은 한국이 이미 40% 밑으로 하락했고 작년 말 현재 중국(22%), 미국(8.5%), 인도(13.4%) 등 해외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의 공장을 다시 한국에 유치할 만한 제대로 된 정책도, 인센티브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기존에 있는 외국계 기업도 상황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기업들이 떠나면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 제조업에 불어닥치는 퍼펙트스톰의 파괴력이 훨씬 강해질 수 있다.

국내 제조업을 살리려면 미국 등 선진국이 글로벌 기업의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고, 기존 외국계 기업에도 역차별 등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샌타클래라(미국) = 손재권 기자 / 서울 = 채수환 기자]

 

출처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07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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