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성능보다 디자인 등 감성에 맞으면 선호
차에서 내릴때 남의 시선 `하차감`에도 신경써
자동차는 3만개가 넘는 부품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움직이는 기계공학의 산물이다. 요즘은 각종 안전시스템과 편의장치가 전자공학의 힘으로 더해지고, 전기자동차와 같이 새로운 에너지가 사용되면서 화학공학까지 합쳐지는 그야말로 첨단 기술의 집합체가 되고 있다.
자동차라는 물건은 내구성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실외에서 사용하는 물건이고 때로 험로를 다니기도 하기 때문에 당연히 감가상각이 다른 제품에 비해서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매출을 지속적으로 내기 위한 페이스 리프트와 풀 체인지까지 가세해 외관만으로도 언제 구입한 모델인지가 드러나도록 한다. 그야말로 신상을 따지는 사람에게는 다시 지갑을 열게 하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는 일반적인 소비재 중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물건이기에 지위재의 역할도 한다. 사람들이 이 모델을 얼마나 알아봐주는 것인가, 그리고 내가 이 차를 타고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사회적인 '또래 압력(peer pressure)'이 작용한다.
예전 우리 선조들의 시대, 지금의 자동차라 할 수 있는 가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당시 가마는 주로 상류층이 이용하였으며 이들에게 권위는 중요한 것이라 하인들이 먼저 소리를 내어 지나가는 것을 알렸다고 한다. 지금 고가 스포츠카의 중저음 엔진음이나 일부러 소리를 키우는 배기구를 상상해 보라. 이뿐만 아니라 가마끼리 길에서 만나면 서로 길을 비키지 않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하니 요즘 보복운전으로 경찰서 신세를 지는 한국인의 유전자가 길게도 이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 당시 가마의 크기와 종류는 신분과 용도로 미리 정해졌다고 한다. 임금님의 가마인 연은 20명 가까운 사람이 메는 것이었다니 요즘의 12기통 엔진의 초고가 승용차가 오히려 검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신분을 넘어서 좋은 가마를 타는 것이 몰래 이루어지기도 하고, 좋은 가마를 타는 것이 여인들의 소망이었다는 글을 보면 최근 TV의 시사프로에 나왔던 원룸촌에 즐비하게 주차된 고가 수입차의 행렬이 오버랩되기까지 한다. 역시 인간의 욕망은 동일하며 표현되는 방식만 조금씩 달라진다 하겠다.
그런데 그런 자동차를 구입할 때 어떤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갈까?
마력과 토크, ESP와 CVT 같이 전문적인 공학 용어들이 난무하는 자동차의 리뷰글들을 보면 기계적인 수치와 성능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요건으로 떠오를 듯하지만 막상 구입을 위한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새로 나온 모델인가, 디자인이 얼마나 미려한가 하는 감성적인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자동차를 비교하는 기준은 차량 크기와 엔진 배기량을 기준으로 나누는 '세그(먼트)' 다. A세그는 작은 경차, C세그는 중형차 이런 식이다. 그런데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경우 국산차와 수입차를 비교할 때는 이런 전통적 기준이 아닌 가격이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곤 한다. C세그의 수입차와 D세그의 국산차가 동일한 비교군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암묵적으로 가격이 같은 차는 같은 등급의 차처럼 비교되는 것이다.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차체의 크기나 강성이 안전뿐 아니라 승차감에도 큰 영향을 준다며 크기가 큰 차를 권하기도 하지만, 소셜데이터상의 글을 보면 불변의 선택 기준은 다름 아닌 하차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타고 다니며 본인이 느끼는 감각이 중요할지 몰라도 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하차감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지위재로서 자동차의 역할을 신랄하게 표현한 글이라 할 수 있다. 하차감과 느낌이 비슷한 단어를 든다면 감성비라는 것이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와는 반대로 감성에 맞다면 높은 가격이라도 지불할 수 있다는 표현이다.
이러다보니 하차감을 중시하는 남자들이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입차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소셜데이터를 보면 원하는 수입차를 사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유부남들의 글이 수두룩하다.
수입차 모델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은 아내이며 남편의 수입차를 아내가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마눌님의 재가'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선택은 남자가 하지만 결정은 아내가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의 의사결정은 논리와 기능에만 맞춰져 있지 않다. 더욱이 모둠살이를 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타인의 눈으로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언제나 신경 쓰게 만든다. '장수를 잡으려면 말을 쏘라'는 말처럼 그의 결정을 얻어내기 위해 주변을 관찰하는 게 먼저다.
자동차라는 물건은 내구성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실외에서 사용하는 물건이고 때로 험로를 다니기도 하기 때문에 당연히 감가상각이 다른 제품에 비해서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매출을 지속적으로 내기 위한 페이스 리프트와 풀 체인지까지 가세해 외관만으로도 언제 구입한 모델인지가 드러나도록 한다. 그야말로 신상을 따지는 사람에게는 다시 지갑을 열게 하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는 일반적인 소비재 중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물건이기에 지위재의 역할도 한다. 사람들이 이 모델을 얼마나 알아봐주는 것인가, 그리고 내가 이 차를 타고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사회적인 '또래 압력(peer pressure)'이 작용한다.
예전 우리 선조들의 시대, 지금의 자동차라 할 수 있는 가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당시 가마는 주로 상류층이 이용하였으며 이들에게 권위는 중요한 것이라 하인들이 먼저 소리를 내어 지나가는 것을 알렸다고 한다. 지금 고가 스포츠카의 중저음 엔진음이나 일부러 소리를 키우는 배기구를 상상해 보라. 이뿐만 아니라 가마끼리 길에서 만나면 서로 길을 비키지 않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하니 요즘 보복운전으로 경찰서 신세를 지는 한국인의 유전자가 길게도 이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 당시 가마의 크기와 종류는 신분과 용도로 미리 정해졌다고 한다. 임금님의 가마인 연은 20명 가까운 사람이 메는 것이었다니 요즘의 12기통 엔진의 초고가 승용차가 오히려 검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신분을 넘어서 좋은 가마를 타는 것이 몰래 이루어지기도 하고, 좋은 가마를 타는 것이 여인들의 소망이었다는 글을 보면 최근 TV의 시사프로에 나왔던 원룸촌에 즐비하게 주차된 고가 수입차의 행렬이 오버랩되기까지 한다. 역시 인간의 욕망은 동일하며 표현되는 방식만 조금씩 달라진다 하겠다.
그런데 그런 자동차를 구입할 때 어떤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갈까?
마력과 토크, ESP와 CVT 같이 전문적인 공학 용어들이 난무하는 자동차의 리뷰글들을 보면 기계적인 수치와 성능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요건으로 떠오를 듯하지만 막상 구입을 위한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새로 나온 모델인가, 디자인이 얼마나 미려한가 하는 감성적인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자동차를 비교하는 기준은 차량 크기와 엔진 배기량을 기준으로 나누는 '세그(먼트)' 다. A세그는 작은 경차, C세그는 중형차 이런 식이다. 그런데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경우 국산차와 수입차를 비교할 때는 이런 전통적 기준이 아닌 가격이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곤 한다. C세그의 수입차와 D세그의 국산차가 동일한 비교군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암묵적으로 가격이 같은 차는 같은 등급의 차처럼 비교되는 것이다.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차체의 크기나 강성이 안전뿐 아니라 승차감에도 큰 영향을 준다며 크기가 큰 차를 권하기도 하지만, 소셜데이터상의 글을 보면 불변의 선택 기준은 다름 아닌 하차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타고 다니며 본인이 느끼는 감각이 중요할지 몰라도 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하차감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지위재로서 자동차의 역할을 신랄하게 표현한 글이라 할 수 있다. 하차감과 느낌이 비슷한 단어를 든다면 감성비라는 것이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와는 반대로 감성에 맞다면 높은 가격이라도 지불할 수 있다는 표현이다.
이러다보니 하차감을 중시하는 남자들이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입차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소셜데이터를 보면 원하는 수입차를 사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유부남들의 글이 수두룩하다.
수입차 모델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은 아내이며 남편의 수입차를 아내가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마눌님의 재가'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선택은 남자가 하지만 결정은 아내가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의 의사결정은 논리와 기능에만 맞춰져 있지 않다. 더욱이 모둠살이를 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타인의 눈으로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언제나 신경 쓰게 만든다. '장수를 잡으려면 말을 쏘라'는 말처럼 그의 결정을 얻어내기 위해 주변을 관찰하는 게 먼저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 '상상하지 말라' 저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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