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맥락(Context) 연구를 통한 소비자 디즈 관찰 성공적인 관찰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점(原點)’이라는 생각을 갖고 선입견 없이 소비자를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소비자를 원점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는 소비 맥락(Context)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소비 맥락이란 소비행동에 의미를 부여해 영향을 미치는 주변 정보를 의미하며, 전형적인 사회 문화적 맥락으로 예를 들면 ‘남녀 간의 성 역할’ ‘자동차에 대한 인식’ ‘미에 대한 기준’ 등이 있다. 마케팅의 성공은 소비 맥락에 대한 고려 여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노키아는 인도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업가 정신이 왕성한 개인 노점상에 주목해 포장마차에서 청과물을 팔듯이 휴대폰을 파는 유통 시스템을 통해 성공했다. 소비 맥락 이해에는 민족지학적 방법론이 주로 사용되지만, 본 글에서는 일상생활에서의 고객 행위를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맥락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맥락 연구 방법은 일상생활의 다양한 환경 및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러한 환경은 개발 대상 제품 또는 서비스가 존재하는, 혹은 미래에 존재하게 될 환경을 의미한다. 사용 환경은 제품과 관련된 사람, 장소, 활동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사용환경과 소비자의 디즈를 연계해 이해하고 이를 통해 통찰력을 얻는 것이 맥락 연구의 핵심이다. 맥락 연구의 예를 들어보면, 과거 고객만족경영이 유행할 때 가장 선도기업이었던 제록스를 들 수 있다. 이 즈음 제록스는 고객만족도 개선을 위해 애프터서비스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업 고객의 복사기 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조사를 통해 프로세스 개선 목표를 고장 접수 시간부터 복사기 수리 완료 시점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고장 접수부터 수리 완료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으나 고객만족도가 개선되지 않았다. 그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을 관찰한 결과, 고객만족도를 결정짓는 맥락, 즉 상황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고장 접수 후 아직 수리가 완료되지 않은 회사에서 관찰해보니 복사를 해야 하는 고객사 직원들이 고장 난 복사기 앞까지 왔다가 복사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만약 복사기 수리가 완료되는 날짜를 알았고, 아직 복사기 수리가 완료되지 않은 날이면 다른 사무실의 복사기 또는 외부의 복사가게를 이용했을 텐데 복사기가 언제 수리될지 모르기 때문에 복사기 앞까지 와서 매번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복사를 해야 하는 직원들은 한시가 바쁘다. 바쁜 직원들이 복사기 수리 완료 시점을 모르고 우왕좌왕한 것이다. 관찰을 통해 확인한 고객만족의 결정요인은 고장 접수부터 수리 완료까지의 시간이 아니라, 고장 접수 후 수리 완료 시간을 복사기 커버 위에 붙여놓고 고객사 직원에게 통보하는 시점까지의 소요 시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시간을 단축한 후 고객만족도는 상당히 개선됐다. 연구 방법 설계 및 계획에서 필요한 사항 -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사용 상황별로 관련된 행위는 무엇이며, 그 주체는 누구인가에 대해 정의 - 가설 설정과 인터뷰가 진행될 경우에 사용될 대략적인 주제에 대한 지침 (가이드라인) - 연구 목표로 하는 특정 상황에 대한 자료를 어떻게 수집할 것인지 결정 (비디오, 카메라 등) - 연구 참여자와 상호작용할 형식 결정 - 예비적 현장 방문 진행 |
맥락 연구의 절차 맥락 연구의 절차는 일반적인 조사와 마찬가지로 <표 3>과 같이 4단계로 진행되며, 자세한 내용은 침구류를 대상으로 실제로 진행됐던 맥락 연구 사례를 이용해 설명한다. 1. 연구계획 수립 첫 번째 단계인 연구 설계 단계는 다양한 환경에서 소비자의 일상 활동에 대한 자료들을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에 대한 현장 연구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연구계획에는 가설 설정과 현장 연구 방법에 대한 검토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맥락 연구에서 가설이 없을 경우에는 어떤 것을 관찰할 것인가에 대한 혼돈에 빠질 수 있다. 체크리스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가설이 있어야 한다. 이 가설이 증명되는지, 증명되지 않는다면 왜 그러한 차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세탁기를 개발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소비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세탁을 한다는 식의 가설을 말한다. 이 가설이 필요한 것은 가설 프로세스를 기준으로 일반적인 상황과 예외적인 상황을 구분하고,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 및 목적 등을 질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가설 없이 막연하게 접근하면 일상적인 것과 예외적인 것을 구분할 수 없다. 예산과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두 번째로 현장 연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이 활용돼야 한다. 행동의 비디오 녹화 및 질의응답에 대한 녹음, 특정 디즈를 하게 된 배경과 지식 등을 기록해야 한다. 특히 이 단계에서는 실제 상황을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에는 가능하면 실제 상황과 가장 유사한 관찰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젖병 신제품 개발을 위한 관찰조사에서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 힘든 경우 연구 대상자, 즉 엄마들에게 젖병을 지참하고 아이를 회사로 데리고 오게 하면서 실제로 어떻게 젖병을 사용하는지를 관찰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 관찰조사를 위해서 소비자에게 충분히 아이와 젖병을 사용하는 디즈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침구 제조회사인 A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시장 공략을 위한 신상품 개발을 위해 우선 1인 가구는 과연 어떤 소비자이고,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소비행태를 보일까에 대한 가설을 설정했다. 전통적으로 혼수·예단용 침구와 부부를 포함한 온 가족용 침구 시장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해왔던 침구회사에게 1인 가구 시장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주요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이 소비자 사전조사를 해보니 부모에게서 독립해 혼자 살고 있는 1인 가구 젊은 여성과 주요 시장인 40대 주부 사이에는 차이점이 없는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정방문 맥락조사를 실시했다. 타깃으로는 낮에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저녁에는 친구와의 만남, 자기개발 등을 위해 자유롭지만 바쁜 시간을 보내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오피스텔에 혼자 거주하는 직장생활 또는 프리랜서를 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싱글 여성으로 설정했다. 타깃 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이들에게 ‘집’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늦게 들어와 잠만 자는, 그래서 생활이라는 것이 없는 공간이며, 이들에게 이불은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가정했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상품 개발 방향을 가설로 설정했다. 첫째, 타깃 층이 이불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바로 ‘숙면’이며 따라서 숙면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해야 한다. 둘째, 혼자 살기에 많은 침구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이불에 대한 관여도가 낮고, 세탁하는 것도 귀찮아할 것이다. 따라서 여름용과 겨울용, 간절기용 등 소수의 침구류만 구입하고 보유할 것이며, 탈부착이 가능한 이불 및 매트리스 커버보다는 커버와 내부 속통, 특히 패딩을 한꺼번에 누빈 차렵이불과 패드류를 원할 것이다. 셋째, 특히 침대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적어 잦은 세탁이 필요 없고, 또 세탁도 하기 싫어하니 색상도 이를 반영한 패턴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가격대를 낮춰야 한다면, 내구성과 기능성 모두가 좋은 소재보다는 내구성을 포기하더라도 기능성이 좋은 소재를 선호할 것이다. 넷째, 혼자 살기에 침대는 싱글 사이즈를 이용할 것이며, 이불 사이즈도 싱글 사이즈가 주 구매품목이다. 따라서 기존 주력상품 사이즈인 더블 또는 퀸 사이즈보다는 싱글 사이즈를 주력으로 해야 하며, 베개 커버도 2개가 아니라 1개를 개발하면 된다. 다섯째, 구입 편리성과 사용 용이성을 고려해 단품보다는 세트류(이불커버+매트리스 커버+베개 커버)를 구입해 사용할 것이다. 따라서 세트류 중심의 기존 상품전략은 유지하되, 주부층보다 낮은 연령을 고려해 싱글 여성층을 위한 디자인 패턴을 별도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2. 현장 자료 수집 예비적 방문 이후 연구 대상자를 섭외하고, 두 명의 연구자를 투입했다. 한 사람은 정해진 형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다른 한 명은 촬영 등의 보조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 현장에서는 응답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침구류에 초점을 맞춰 침구류를 사용·보유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는 동시에 그들이 생각하는 것도 말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정 상황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것에 대한 목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A사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가설을 검증하고 숨겨진 욕구를 찾기 위해 타깃 소비자 7∼8명의 오피스텔을 방문했다. 보유하고 있는 침대와 침구류의 종류와 디자인 등을 살펴보고, 세탁기 주변 및 건조시키기 위해 걸어놓은 빨래 등도 살펴봤다. 물론 가구 내 전체 인테리어 콘셉트와 주방 등도 살펴봤다. 관찰하기 전에 인터뷰를 했을 때는 예상 가설이 적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발은 매우 좋았다. 이불 구입 시 구매결정요인(KBF, Key Buying Factor)을 질문한 결과 디자인과 가격, 내구성, 소재가 공통적인 KBF로 나타났다. 예상대로 주부층과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관찰조사 후에 이 기쁨이 사라졌다. 초기 가설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주부들이 이야기하는KBF와 동일한 속성을 이야기했지만 그 속성의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전혀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여성 싱글족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주거생활을 하고 있었다. 관찰조사를 통해 발견한 타깃 층의 침구류 이용과 구매 패턴, 숨겨진 욕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혼자 산다고 해서 침대 사이즈가 싱글이 아니며, 소수의 침구류만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침대는 싱글보다는 수퍼싱글 또는 더블 사이즈를 이용하고 있었다. 혼자 사니까 싱글 사이즈를 선호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사실이었다. 또 예상외로 다양한 종류의 침구류를 보유·사용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혼자 사는 집이다 보니 친구들이 자주 놀러 오며 한꺼번에 많은 친구들이 방문하며 자고 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거실의 소파도 펼치면 침대가 되는 접이식 소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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