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부·외부의 생각을 잘 섞어야 혁신 성공합니다 

샤오미, 돈 한푼 안들이고 휴대폰 운영체제 24개 언어로 번역한 비법은? 

수많은 샤오미 팬들이 개발자 됐다


■ 오픈 이노베이션 방법론 효율성 경영학자 4명이 따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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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항공우주국(NASA·이하 나사)은 태양의 표면이 폭발하는 현상인 태양 플레어가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세우는 것에 몇 년 동안 난항을 겪었다. 나사 과학자들에겐 태양 플레어가 발생하기 4시간에서 24시간 전에 이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정확성이 50% 이상인 알고리즘이 필요했었는데, 오랜 시간 그것을 세우지 못했다. 2009년, 나사는 미국의 이노센티브라는 회사와 파트너가 되었다. 이노센티브는 자사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엔지니어링과 과학 부문의 문제들을 외부 사람들이 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다. 그리고 이 플랫폼을 통해 나사는 그토록 찾던 알고리즘을 얻었다. 태양 플레어 발생 8시간 전에 이를 감지하고 정확성이 85%인, 나사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알고리즘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 알고리즘을 만든 사람은 반퇴직 상태인 무선주파수 엔지니어였다. 

이처럼 나사는 내부가 아닌 외부 사람의 아이디어로 몇 년 동안 갖고 있던 '숙제'를 풀었다. 그리고 나사처럼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혁신을 이루는, 이른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헨리 체스브로 UC 버클리 교수가 2003년에 제시한 개념으로,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폐쇄적으로 내부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외부에서도 아이디어를 얻고 내부 자원을 일부 공개하며 외부 사람들과 협력해 기업이 혁신을 이뤄가는 것이다.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팀은 스페인 IESE의 브루노 카시만(Bruno Cassiman) 교수와 지오바니 발렌티니(Giovanni Valentini) 교수, 덴마크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몰(Michael Mol) 교수, 스위스 IMD의 하워드 유(Howard Yu) 교수를 인터뷰하며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공동으로 답변을 한 카시만과 발렌티니 교수는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완전한 해결책이 아닌,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임을 깨닫고 개방형 혁신이 진짜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단순히 아이디어 얻는 방식이 아닌 자사 비즈니스 모델 핵심의 일부로 만들어야 오픈 이노베이션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개방형 혁신의 위험 요소인 기업 정보 유출에 관해 몰 교수는 "정보 유출을 방지하려 하는 것이 오히려 자사 혁신성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들과의 주요 인터뷰 내용. 

 체스브로 교수가 오픈 이노베이션 콘셉트를 내놓은 이후에 이는 실질적으로 경영세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유 교수=그가 제시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기본적인 개념은 조직에 외부 아이디어, 기술, 자원(resources)을 들여와 내부 발전에 보태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상업화에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사실 이런 개념은 이전에도 있었기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업의 오랜 역사 중 하나는 대학교, 과학자, 최종 소비자 등과 관계를 구축하며 연구를 한 것이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 기업과 외부인들의 관계의 차이점은 이런 협력이 어떻게 진행되고 관리되느냐에 있다. 예전에는 소수의 사람이 모여 그들끼리만 협력을 했다면, 이제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은 확장되어서 훨씬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몰 교수='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과 같다. 개방형 혁신 개념이 실제로 도입되기 전에 '오픈 이노베이션' 단어가 먼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이미 존재하고 있던 트렌드에 체스브로 교수가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일까? 나는 후자가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한 적이 있다. 연구개발에 치중하는 기업들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아웃소싱을 하며 혁신과정을 '개방'했다. 

 카시만·발렌티니 교수=조직이 벽을 허물고 외부와 협력하는 구조이기에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많은 말이 있었다. 그렇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이 혁신을 이루기 위한 조직 행동에 얼마만큼의 변화를 이끄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즉 오픈 이노베이션이 얼마큼의 경제적 효율성이 있는지는 아직 단정짓긴 힘들다. 

 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효율성을 어떻게 최대한 높일 수 있을까. 

 몰 교수=다른 사람들에게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 진심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한 예로 IBM을 들 수 있다. IBM은 자사 소프트웨어 특허 500개를 공개해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이것이 사용되도록 허용했다. 이런 IBM의 모습은 자사가 오픈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명성(reputation)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IBM 기술 및 지적재산권 담당 수석부사장이었던 존 켈리는 "혁신 경제(Innovation Economy)시대에서는 지식재산권의 사용은 소유주를 위한 수익 창출을 뛰어 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유 교수=오픈 이노베이션을 단순히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 아닌 자사 비즈니스 모델 핵심(core)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2010년에 설립된 샤오미 이야기를 해보겠다.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운영체제 MIUI(미유아이)를 탑재한다. MIUI는 커스텀롬(Custom―ROM)으로, 공개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소스를 토대로 기능을 추가하거나 삭제해 사용자들의 취향에 맞게 개조한 프로그램이다. 이 개조과정의 핵심은 사용자들이다. 사용자들이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다. 애플은 새로운 운영체제를 18개월마다 출시한다. 그렇지만 샤오미는 매주 새로운 MIUI를 선보인다. 샤오미의 팬들은 중국 밖 시장 사용자들을 위해 오리지널 MIUI를 24개 언어로 번역했다. 이는 샤오미가 연구개발(R&D)에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이뤄진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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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펼칠 적절한 시기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카시만 교수·발렌티니 교수=우선적으로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은 도구(means)이지, 완전한 해결책(end)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진짜로 혁신을 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성공한 혁신기업들을 모방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혁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그다음으로 기업이 할 일은 이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혁신을 위한 준비(organizing for innovation)'를 하는 것이다. 

 몰 교수=오픈 이노베이션에는 트레이드 오프가 따른다. 물론 대부분 외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기업이 '개방'을 하는 것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을 보호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될 정보와 지식이 자사 경쟁력에 중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만약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고려해보는 것을 권한다. 명심할 점 한 가지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절대로 기업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와 지식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오픈 이노베이션을 펼쳤는데 효율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혁신 효율성'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카시만 교수·발렌티니 교수=다양한 이유가 있다. 일단 오픈 이노베이션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에 헌신하는 조직 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조에는 들어가는 비용이 있다. 예를 들면 글로벌 소비재 기업 P&G는 '커넥트&디벨로프(Connect&Develop·C&D)'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 아이디어를 얻고 외부 사람들과 협력해 혁신을 이뤄 나간다. 그리고 P&G에는 C&D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글로벌 팀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기업이 P&G처럼 개방형 혁신을 도맡는 팀을 꾸려갈 여력이 되지는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내부 직원들은 외부 사람들이 본인을 대신하는 것을 싫어한다. 때문에 외부 사람들과 협력하는 대신 따로 일하고, 그 결과 회사의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 

 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행한 후 그에 대한 효율성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유 교수=세 가지 측면에서 나눠 측정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시한 뒤 나온 아이디어 개수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기적 관점에서는 제안된 아이디어 중 얼마큼이 채택되어서 실제로 실행되었는지 혹은 반복적으로 기업과 협력하는 외부 사람들이 몇 명인지를 보고 오픈 이노베이션의 효율성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관점이다. 제품 상품화의 속도 또는 제품 론칭을 이루는 데 연구개발(R&D) 비용이 차지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해 오픈 이노베이션의 효율성을 알 수 있다. 

 '혁신 효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외에 오픈 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위험성은. 

 몰 교수=기업이 의도하지 않은 가장 큰 위험성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외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기업이 해당 정보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모르고 이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유 교수=기업들은 경쟁사들이 중요한(sensitive) 정보를 모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자사 사업의 특정한 문제만 해결하는 방안으로 개방형 혁신을 실행하면 이런 두려움이 상당히 줄어든다. 

나아가 내부에서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 자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외부인들이 하는 일을 관리하고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예를 하나 들겠다. 2012년 10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하 DARPA)은 'FANG'라고 불리는 새로운 수륙양용 전투차 디자인을 위해 미국 혁신가들을 불러모았다. 디자인을 크라우드 소싱해 해병대원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탱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DARPA는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포털을 만들었다. 사용자들은 전산유체역학, 구조해석 등 포털에 탑재되어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내려받아 디자인 작업을 하고, 해당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차량의 성능을 모의 실험할 수 있었다. 외부 사람들의 지혜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은 단순히 (자사가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말하고 외부 사람들이 집에서 이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생각하도록 만들어선 안 된다. DARPA가 사용한 온라인 툴처럼 특정한 정보만 공유되고 해당 조직이 원하는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정보 유출일 것이다. 이런 사태를 미리 대비할 방법은 없을까. 

 카시만 교수·발렌티니 교수=헨리 체스브로 교수도 개방성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전적인 방법을 써라. 좋은 변호사를 채용하고, 더 자세하게 약정을 작성하라.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좋고 효율적인 방식은 신뢰를 쌓는 것이다. 

 몰 교수=인시아드대학교의 필리페 몬테이루(Felipe Monteiro) 교수와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줄리언 버킨쇼(Julian Birkinshaw)교수와 함께한 연구조사에서 발견한 것이 있다. 바로 정보 유출을 막는 것은 실제로 매우 힘들다는 사실이다. 만약 기업이 정보 유출을 막으려고 한다면 자사의 '혁신성'을 손상시키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들의 지식을 얻기를 바라면서 자사는 똑같이 공유하지 않는 것은 장기적으로 의존할 만한 전략이 아니다. 물론 기업들은 자사 사업의 어떤 부분을 개방할지 매우 잘 생각해야 한다. 순진하게 사업의 모든 분야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펼쳐서는 안 된다. 

―< b>재정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개방형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 좋을까. 

 몰 교수=재정 문제를 초래한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혁신 능력(innovation capacity)이 부족해서였다면 개방형 혁신이 해답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혁신 능력은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펼치지 못한 것이라면 오픈 이노베이션이 해결책이 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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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업중에는 누가 잘하나 
삼성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 스타트업들과 앱개발 공유…개방형 플랫폼으로 나아가
 

 한국 기업 중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잘 펼치는 기업은. 

 유 교수=삼성(전자)의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GIC)가 좋은 예라 생각한다. GIC는 스타트업들과 협력하며 가상현실, 빅데이터, 디지털 헬스, 보안 등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수직적 기업문화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외부인들이 참여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서 변화는 매우 큰 변화다. 물론 시간만이 삼성이 더 급속한 산업 변화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변화할지 알려줄 것이다. 현재로서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유행'에 멈추지 않고 미래에 더 많은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행할 것이라 보는가. 

 유 교수=모든 산업 분야가 빠르게 변하면서 기업이 해당 분야에서 밀리지 않고 경쟁 우위를 갖추기 위해선 오픈 이노베이션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 가능한 유비쿼터스 연결 시대(age of ubiquitous connectivity)에서는 개방형 혁신이 대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윤선영 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433986&year=2016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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