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 1세대에게 길을 묻다 / 벤처3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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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동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벤처기업 활성화를 외쳤다. 하지만 벤처기업은 여전히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 때문이다. 역대 벤처협회장들은 벤처기업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연대보증 올가미 △기업가정신 인정하지 않는 사회 풍토 △현실과 괴리된 정책 등 3가지를 꼽았다. 참석자들은 이 같은 3대 걸림돌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벤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 사라지지 않는 연대보증 

"창업자 연대보증 문제도 창업 관련 예산이 2조원을 넘지만 연대보증 해소에는 예산 중 1%도 채 쓰지 않고 있다. 벤처 활성화하려면 연대보증제도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한국 대표 벤처 1세대 기업인들은 벤처산업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연대보증 올가미 △기술과 실패 경험 같은 무형 자산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벤치지원 정책을 꼽았다. 

올 들어 등록된 벤처기업만 3만개를 넘어섰고 박근혜정부 역시 벤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체감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얘기다. 한 예로 연대보증 제도만 봐도 창업 1년 이내 초기 기업은 신용등급 BBB 등급 이상, 창업 3년 이내 전문 기술 기업은 신용등급 A 등급 이상 기술력을 갖춰야 연대보증을 면제받을 수 있다. 

초기 기업들로서는 이를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렵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그나마 최근 무역투자 활성화 대책을 통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기술등급 BBB 기업에 대한 연대보증 면제 대상을 창업 후 3년 이내 기업으로까지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다. 이민화 이사장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창업을 저해하는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밑바닥에는 연대보증이라는 덫이 도사리고 있다"며 "시작점에 설 때부터 '실패'를 떠올리게 하는 연대보증 문제는 재기하려는 기업인들 발목을 잡는 덫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가 대학생 창업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신용불량 위험이 사라지면 창업할 의사가 있다는 대학생 비율은 10.5%에서 69.4%로 6.6배 증가했고, 벤처창업 가치가 170억원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다. 

이 이사장은 "이를 통해 보면 우리는 연간 70조원 넘는 미래 가치를 연대보증이라는 족쇄로 인해 날려 버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실패 경험 인정 않는 풍토 

전문가들은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 매우 어려운 한국적 풍토 역시 벤처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적으로 꼽았다. 사업 실패를 무형의 경험자산인 기업가 정신으로 여기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 찍어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이다. OECD가 내놓은 2013년 과학·기술·산업 스코어보드 보고서에 나온 주요 회원국 창업기업 생존율 조사를 보면 창업 3년 뒤 살아남은 비율은 호주 62.8%, 미국 57.7%, 이탈리아 54.8% 수준이었다. 반면 한국은 41%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 창업 기업들이 다른 나라보다 실패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 기업인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재창업 기업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자금 규모는 600억원 수준으로 2조원이 넘는 청년 창업자금 중 약 4%에 불과하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테슬라는 상장한 후 10년간 이익을 낸 적이 없지만 현재 시가총액 30조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며 "테슬라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자금을 지원하고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키지도 않은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흥순 블루카이트 대표 역시 "한국은 실수한 사람을 실패자로 만드는 풍토가 있다"며 "특히 한국은 대출 위주 지원 체계, 연대보증 문제 등 실수한 기업인들 발목을 잡는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 현장과 괴리된 벤처 정책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식 정책도 벤처 육성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특히 말로는 지원한다고 해 놓고 막상 현장에서는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을 걸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울트라 히트펌프를 개발한 벤처기업 국제에너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제에너지는 건물에 따로 설치하던 냉방과 난방을 하나로 통합해 에너지를 90%까지 줄여주는 히트펌프를 지난해 녹십자·휴온스제약에 공급하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산업은행에 특허담보대출을 신청했다가 '제품 성능 미인증' '사업성 불확실'과 '나쁜 재무 상태' 등 재무적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국제에너지 관계자는 "산업은행 실사팀이 있는 곳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공급처에만 가봐도 히트펌프 성능이 탁월하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전혀 (기술력을)보지를 않더라"며 "정부가 창조경제를 위한 기술금융을 외쳐도 현실은 무늬에만 그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민화 이사장은 "중기청이 관련 제도를 내놓아도 현장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 일이 많다"며 "중기청과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가 협력이 잘 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황철주 회장은 "현 정부에서 규제를 없애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벤처 인재를 육성하는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벤처기업이 만든 제품을 내놓으면 선진국에 제품이 있는지, 그곳에서 팔아봤는지를 따지는데 그러다가 시간도 잃고 신기술 개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도 대폭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장흥순 대표는 "석·박사급 연구 인력 85%가 모여 있는 대학과 연구소로 개발 자금이 많이 가는데, 성공 확률 95%를 넘어도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는 기술이 너무 많다"며 "연구소에서 보다 도전적인 R&D 목표를 주고 비록 실패하더라도 마음껏 도전해 보라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원천기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일본은 로봇과 드론같이 유망 산업에 국가적으로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데 한국은 동일 과제에 중복해 투자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상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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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기 기자 / 김정범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71309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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