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광고제, 창의성에 치우쳐 매출 효과와 무관한 작품들 선정 

올해 에피코리아 최고상 `시디즈`, 의자의 중요성 강조해 매출 8배↑ 광고의 매출 파급력 다시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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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내 아이가 밥 먹는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인다는 것이다. 옛말은 역시 틀린 법이 없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는 '내 논에 물 대는 소리'와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라는 그 옛말 말이다. 그리고 이 시대의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아름답게 들릴 소리는 모르긴 몰라도 이 소리지 싶다. 손님이 계산을 마치면 금전출납기가 열리면서 나는 띵~ 소리. 단순하게 말하면 지금 이 시간에도 세상의 모든 기업들은 매출이나 주식 가치, 브랜드 가치 같은 각자의 '띵' 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런 기업을 돕기 위해 광고회사는 '크리에이티브 임팩트'라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운다. 유행어를 만들고, 멋진 그림을 만들고, 뜨거운 모델을 섭외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임팩트가 매번 금전출납기의 벨소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1900년대 초반 미국 광고업계의 농담이 아직까지 회자되겠는가. '광고비의 반은 잘못 쓰이고 있다. 문제는 어느 쪽 절반이 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라는. 

칸이나 클리오 같은 세계적인 광고제의 수상작을 고르는 기준이 광고주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광고회사의 창의성에만 치우쳐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광고가 원래의 존재 이유인 마케팅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대체 그 창의성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바로 그 문제의식에서 태어난 광고제가 '에피어워드(Effie award)'다. 광고의 마케팅적인 효과(effectiveness)에 집중하는 이 상은 1968년 미국을 시작으로 현재 세계 40여 개국에서 매우 의미 있는 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에 선보인 지도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다. 

2016년 에피코리아(Effie Korea)의 최고상인 그랜드에피를 보자.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의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 캠페인이다. 의자가 뭐기에 인생까지 바꾼다는 걸까 싶지만, 들여다보면 치밀한 노림수와 상황 판단이 숨어 있다. 의자 시장을 100으로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브랜드 의자 시장은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의외로 90%는 흔히 말하는 '사제 의자' 시장이라는 것. 그래서 10%의 시장에서 경쟁자 대비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광고는 보기에는 아름답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해야 찻잔 속의 태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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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시디즈 의자
그러니 90% 시장 의자를 책상 부록 정도로 여기는 타깃의 의자에 대한 관여도를 올리자는 목표 아래 광고 캠페인이 설계되고 집행됐다. 의자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떤 것들을 바꿀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시디즈의 캠페인은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시디즈의 아동 의자(링고) 매출이 8배, 사무용 의자(T50) 매출이 1.6배 급증한 타이밍과 광고 시점이 정확히 일치하는 그래프는, 효과적으로 설계된 광고는 여전히 파괴력 있는 툴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준다. 

다른 수상작들은 어떤 곳이 있을까. 골드에피상은 '삼시세끼 어촌편'에 진행한 씨그램의 간접광고(PPL)가, 실버는 우르오스 '남자, 어려워하지 말고 우르오스', LG전자 로보킹 '극한청소 도전! 시즌 2', 롯데껌 '#껌스타그램', 배달의민족 '신의 배달', 삼성카드 '실용카드캠페인'이 받았다. 

브론즈상은 이니스프리 '피부를 위한 진심', 캔디크러쉬소다 '내 삶의 스윗소다 캔디크러쉬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기부방방', 처음처럼 순하리 론칭, LG 올레드TV '붐업(Boom up)', LG 트롬워시 '생각의 세탁' 등이 수상했다. 멋있는 광고보다 팔리는 광고라는 기준으로 보니 수상작의 양상도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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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다. 많은 회사가 광고비를 줄이거나, 예산을 디지털로 돌리는 시대다. 광고인 입장에서 '광고의 위기'라는 말은 이제 기분 나쁜 징조가 아니라 명백한 팩트처럼 들린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광고회사의 기본. 마케팅적 문제에 대한 소신 있는 진단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운 해결 말이다. 언제까지 광고가 초등학생들의 유행어를 목표로 달릴 것인가. 언제까지 '멋있는 그림과 임팩트'가 광고회사를 구원해줄 것인가. 금전등록기의 기분 좋은 벨소리는 바로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 마케터와 광고회사를 위해 울리지 않을까. 

[유병욱 TBWA코리아 콘텐츠디렉터(CD)]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379975&year=2016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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