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브랜드, 고객을 `잡은 물고기` 취급했다간…


■ '스타 브랜드' 저자·SVA 교수 캐롤라이나 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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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인터브랜드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2015'
미국의 한 미술대학교 강의실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 한 가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이 교수는 해당 강의가 2011년에 신설된 이후 수업 첫날에 늘 같은 질문을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대답 중 반복되는 브랜드에는 코카콜라, 애플, 스타벅스, 나이키가 포함된다. 이는 마치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스타는 누구인가요"를 묻는 것과 비슷하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브랜드는 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이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브랜드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이런 질문을 던진 교수는 다름 아닌 미국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SVA)에서 브랜드학 석사과정의 '브랜드 매니지먼트' 강의를 맡은 캐롤라이나 로골(Carolina Rogoll)이다. SVA는 미국에서 최초로 브랜드학 석사과정을 도입했다.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 P&G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면서 강의교수(instructor)로도 활동하고 있는 로골 교수는 저서 '스타 브랜드'에서 수업 첫날을 회상하며 "학생들이 각자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 갖고 있는 열정(passion)은 해당 브랜드가 성공했는지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로골 교수는 학생들이 꼽은 '브랜드 세계의 유명인사'를 스타 브랜드(star brand)라 표현했다. 

이렇게 '스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모든 기업의 꿈이다. 그렇지만 '자고 일어나보니 스타가 됐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 오랜 기간 준비한 끝에 유명해진 것처럼 브랜드 역시 하루 만에 '스타'가 되지 않는다. 철저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수많은 결정을 지는 결과로 '스타 브랜드'가 탄생한다. 

매일경제 더 비즈 타임스팀은 로골 교수와 인터뷰하며 '스타 브랜드'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었다. 그는 스타 브랜드의 토대가 되는 아이디어는 "몇몇 직원들에게만 있는 특별한 능력이 아닌, 두 가지의 사고방식을 넘나드는 사고능력"이라 말했다. 그리고 "스타 브랜드는 한번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단언하며 기업의 인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브랜드가 구축된 후에도 "날마다 해당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이래야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유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로골 교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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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브랜드의 탄생에는 창의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나는 존 클리즈(극작가로도 활약한 영국 명배우)가 창의성에 대해 한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바로 "창의성은 능력이 아닌, 생각을 하는 방식이다(Creativity is not a talent, it is a way of operating)"란 말이다. 창의성은 일부 직원들에게만 있는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생성되도록 생각을 하는 방법이다. 

결국 창의성은 두 가지의 사고방식을 넘나들 수 있는 사고능력이다. 첫 번째는 열린 사고방식이다. 다각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놓인 상황에 필요한) 정확한 해결책을 생각해내고 이를 도입하는 '닫힌(closed)' 사고방식이다. 창의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본인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아이디어)을 빨리 찾으려는 마음을 뒤로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아이디어를 더 오랫동안 생각한다. 그리고 알맞은 시간에 모여서 해당 상황에 적합한 아이디어가 뭔지를 파악한다. 

실생활의 예를 들어보겠다. 조직에서 아이디어를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해당 일에 알맞은 인물들로 팀을 구성하고, 올바른 목표(objective)를 세우며, 미래 소비자 트렌드를 예측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들여다보는 등의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피어오른 뒤엔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올바른 판단은 혼자 하기 어렵다.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분해'하고 분석해 실행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골라낸다. 

그리고 이를 위한 좋은 분별력을 갖기 위해 해당 팀은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져야 함은 물론이고, 미래에 브랜드를 세울 아이디어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평상시에 사람들은 '스타 브랜드'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는가. 

▷스타 브랜드는 한번에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종류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첫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다. 이는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습관, 불만,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 기회 등을 보고 브랜드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긴다. 둘째, 이렇게 얻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상업적으로 선보일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사람들이 이를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위성방송 업체인 다이렉 TV(DirecTV)의 '케이블을 끊어버려(get rid of cable)' 광고가 이런 상업성 아이디어의 한 예다.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예술(art)이면서 과학(science)이다. 창의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예술적이고, 브랜드가 한 사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과학과 같다. 이 두 가지 '성격'은 소비자들의 감성과 이성에 어필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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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코엑스몰에 위치한 버버리 화장품 매장. 캐롤라이나 로골 교수는 변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인 '스타 브랜드' 중 하나로 버버리를 꼽았다. 
―스타 브랜드에는 여섯 가지 주요 요소가 있다고 했다. △명확성(clarity) △일관성(consistency) △높은 목표의식(higher order purpose) △감정적 동화(emotional connections) △강력한 혜택(superior benefits) △학구열(commitment to learning)이 그 여섯 가지다. 이 중 스타 브랜드가 되기 위해 첫 번째로 다져야 할 것이 있다면. 

▷명확성이 우선적으로 있어야 한다. 브랜드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브랜드의 성공 요소는 무엇인지, 제품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객과의 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이것이 확립돼야만 그 이후에 해당 제품을 최고의 방법으로 선보일 수 있다. 

―일관성에 대해 얘기해보자. 현재 각 산업에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에 맞춰가지 않으면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이런 비즈니스 상황에서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보내며 한결같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나. 

▷일관성은 '변하지 않고 발전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브랜드는 사람들의 관심을 유지하고 새로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신선함'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만 대중이 해당 브랜드를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버버리(Burberry)가 이를 잘하는 브랜드다. 몇 년 전 버버리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 변신을 했다. 브랜드의 주요 요소(core)인 트렌치코트나 '버버리 컬러'는 그대로 유지하되 새로운 디자인을 입힌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영화배우 엠마 왓슨을 모델로 '젊음'을 내세웠다. 

버버리의 변신은 성공적이었지만 많은 브랜드가 변화하는 데 실패한다. 브랜드의 주요부문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브랜드를 '개조'하는 것은 브랜드매니저의 업무 중 가장 힘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심사숙고해 조심스럽게 브랜드 변화를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스타 브랜드의 또 다른 성격으로 '학구열'을 꼽았다. 그렇지만 모든 직원이 업무 외 자기계발을 하고 본인을 발전시키려 노력하진 않을 것이다. 이에 동의하는가. 

▷조직학습의 시작은 리더가 학습을 위한 환경 만들기에 헌신하는 것으로 비롯된다. 직원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기계발을 할 수 있지만, 사내에서 이런 학습 분위기를 시스템화할 수 있다. 회사 관리자들이 자사의 '학구열'을 돋우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호기심을 칭찬하고 배움을 격려하라(celebrate learning). 둘째, 조직의 우선순위를 직원 교육에 둬라. 이는 직원들에게도 자사의 경영전략에 조직학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큰 규모의 투자를 한 이후에는 전 직원이 어떤 측면에서 투자가 성공적이었는지, 어떤 일을 다르게 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한 체크포인트를 갖는 것이 예상되는 환경을 만들어라. 이런 시간을 가지면 직원들은 조직학습을 받아들이고 이를 실천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기업이 직면하는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목표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가장 힘들다. 브랜드는 하나의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가 금전적인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계속 이뤄진다. 그와 동시에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선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멀리 내다보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런 투자 결과는 단기적으로 나오진 않는다. 이 때문에 회사의 재정 상태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한 선택과 단기적 관점에서 한 선택은 직접적으로 상충된다. 이런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목표 사이의 중심을 잡을 때 빠지지 말아야 할 함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브랜드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너무 많이 바꾸지 말아야 한다. 또한 고객에 대한 이해를 중요한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 브랜드의 현 고객들과 소통 역시 끊어서도 안 된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 아이디어가 창출됐다고 해도 그 아이디어에 대한 실행이 잘 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렇다면 아이디어 창출과 실행을 같은 사람이 도맡을 때 일이 더 효과적으로 진행될까. 아니면 각 업무를 각기 다른 사람이 맡으면 더 좋을까. 

▷특정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상품화해 시장에 내놓기까지 걸리는 시간, 브랜드를 선보일 때 사용하는 자원이 무엇인지 등에 따라 인재 조직화가 결정된다. 브랜드를 만드는 데 완벽한 인재 구성 모델은 없다. 나는 브랜드들이 철저하게 체계적인 팀을 구성하는 것부터 조금 더 느슨하고 자유롭게 브랜드를 담당하는 인재들을 모아 팀 구성을 하는 것을 봤다. 만약 자사에 체계적인 팀을 운영해 각 팀원들이 각각 브랜드 관련 다른 업무를 맡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된다면 회사가 분명하게 할 점이 있다. 바로 팀원들이 각기 다른 일을 하더라도 브랜드 성공에 대한 개념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같은 '브랜드 성공'의 모습이 있어야지 팀원들이 협동하며, 그들의 협동심은 마치 릴레이 경주와 같다. 서로를 신뢰하며, 각 구간을 '달릴' 가장 적합한 '선수'들이 누군지 분석해 그 사람이 해당 업무를 도맡을 수 있다. 

―스타 브랜드가 탄생된 후 해당 브랜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매일매일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거나 떨어뜨릴 수 있는 기회다. 해당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이것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히는지 생각해보자. 또 이런 소식은 얼마나 빨리 전파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날마다 브랜드를 설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브랜드를 관리하는 모든 사람이 지는 책임은 시장에서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기존의 고객과 새로운 고객들을 어떻게 더 잘 대해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해 브랜드의 '맥박'을 뛰게 해야 한다. 

―회사가 아무리 잘나가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자사가 큰 실수를 해 브랜드의 팬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랜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브랜드에 (결함이 있어) 잘못된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 최선의 방법은 고객들의 피드백을 듣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후 각 '진단'에 맞게 해결해야 한다. 절대로 고객들의 말을 무시하거나 문제를 피해 숨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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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소비자들 자국 브랜드 선호
지킬 것과 변화…그 사이 균형 필요
 

―한국에선 어떤 브랜드가 '스타 브랜드'라고 생각하나. 

▷2011년에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전자산업, 뷰티산업 등에서 한국 브랜드가 갖고 있는 영향력에 놀랐다. 이때 나는 한국 소비자들은 해외 브랜드보다 자국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고 느꼈다(다른 나라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많지 않았다). 이는 한국 브랜드의 강점을 확실하게 입증한다. 한국 브랜드 중에서도 나는 특히 삼성을 존경(admire)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기술"과 같은 의미로 생각되어왔다. 삼성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풍부한 마케팅 자원을 보유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것을 좋아하고 혁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전 세계적으로 명확하며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스타 브랜드의 특성과 일치하며 기업 성공의 요소들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가족 기업이고 오랫동안 톱-다운 리더십으로 운영되어 왔다. 최근에는 딱딱한 시스템을 완화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을 내세우기엔 여전히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스타 브랜드 구축을 위한 조언을 한국 가족 기업들에 한다면. 

▷회사의 핵심부문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시장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유연성,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기억해둘 점 한 가지가 있다. 결국에는 시간이 브랜드의 '진화' 혹은 '멸망'을 강요(force)한다. 특히 가족 기업들은 이를 더 확실하게 느끼고 경험한다.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가장 똑똑한 종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생존한다"는 다윈의 진화론은 브랜드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스타 브랜드·Star Brand 

단순히 좋은 서비스와 혜택 제공을 넘어서 고객들과 감정적인 교감을 하고 장기적인 브랜드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사람들이 스타를 볼 때 감탄하듯이 고객들은 스타 브랜드를 따르고, 존경하고, 약간의 경외감을 갖는다.
 

■ She is… 

콜롬비아의 로스안데스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캐롤라이나 로골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P&G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미국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가 처음으로 석사 브랜딩 프로그램(Masters in Branding program)을 도입한 2011년부터 브랜드 매니지먼트 강의를 담당해 왔다. '브랜드 매니지먼트'는 그녀가 직접 만든 수업이기도 하다. 작년에 스타 브랜드 구축 비결을 담은 저서 '스타 브랜드(Star Brands: A Brand Manager's Guide to Build, Manage & Market Brands)'를 출간했다. 

[윤선영 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379983&year=2016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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