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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이 아니라 아직 쓰이지 않은 책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양장까지 된 책으로 보인다. 열어보면 아무 내용도 없는 노트다. 하지만 사는 이에겐 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헤밍웨이도 썼고 피카소도 썼기에 창작에 관련된 일을 하려면 이런 것쯤 하나는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뭔가 예술적인 활동을 하는 것 같은 감성도 준다. 몰스킨 수첩 얘기다. 같은 두께, 같은 질이라도 몰스킨은 여느 수첩보다 고가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쓰는 수첩'이라는 이야기를 지녔기에 사람들은 이 브랜드를 지님으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동시에 나를 위해 준비한 좋은 물건이라는 생각도 든다. 몰스킨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쓸 만한 노트를 사는 것이 아니라 몰스킨이라는 예술 도구를 사는 것이다. 말하자면 가치를 사는 것이다. 나를 위해,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만족시켜주는 가치. 

몰스킨의 가치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수첩이 아니라 당신의 창조성이 아직 쓰이지 않은 '책'이라는 콘셉트를 공유하기 위해 이 수첩은 문구점이 아닌 서점에서 팔렸다. 예술가와의 연 또한 놓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갔다. 매년 유명 아티스트와 연계해 전시투어를 하기도 하고 헤밍웨이, 피카소 등 그들과 얽힌 이야기도 꾸준히 전달해 갔다. 2013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맞아 70명의 디자이너에게 릴레이 스케치를 부탁해 전시된 작품들은 마치 그들의 아이디어 노트를 직접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때로 유명 예술가들이 아이디어나 그림을 그린 실제 자신의 몰스킨 수첩을 선보이기도 하면서 브랜드에 진정성을 더한다. 몰스킨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물감처럼, 혹은 붓처럼 꼭 필요한 창작 도구인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노트의 수요가 줄어들 것 같지만 2015년에 오히려 전년보다 매출이 올라갔다고 하니 몰스킨의 가치는 여전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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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물건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한다. 저가에 관여도가 낮은 물건을 살 때는 그야말로 가성비를 따지겠지만, 나를 위한 것 하나를 구매할 때는 가치를 선택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 내가 나를 위해 좋은 걸 선택했다는 기쁨을 구매하는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치'와는 다르다. 더 비싼 가격이지만 그게 나에게 더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어야 하며,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내 만족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기능성 침구 브랜드 시장이 점점 더 크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알레르망은 알레르기를 방지해주는 기능성 침구 브랜드다. 일반 침구에 비해 가격도 더 높다. 게다가 침구라는 특성 때문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알레르망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보다 혹은 이전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만족을 주며, 나를 위해 침구 하나도 더 좋은 걸 선택했다는 기쁨을 준다. 그렇기에 광고에서도 알레르망의 기능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알레르망을 선택했다는 건 그만큼 안목이 있다는 걸 뜻한다고 얘기한다. 침구라고 해서 잠자는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 알레르망이 있는 공간에서 책 읽고 차 마시고 음악을 듣는, 누구나 꿈꾸는 여유로운 생활을 보여준다. 알레르망을 사는 것은 침구를 사는 것이 아니라 광고처럼 만족스러운 생활을 사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모델 김태희를 통해 꾸준히 전달해오고 있는 '알레르망만의 만족스러움'은 브랜드가 연상시키고자 하는 가치다. 단순히 고급 브랜드로서 주는 만족감이 아닌, 나를 위해 선택한 좋은 물건이 주는 만족감이다. 알레르기를 완벽하게 차단해주는 제품력은 그런 가치를 뒷받침해준다. 몇 년 전만 해도 소비자 인식 속에 없던 시장이지만 꾸준히 판매율이 올라 2015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설 만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알레르망이 주는 가치를 선택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이 자신의 가치를 위해 가장 손쉽게 구매하는 것은 뷰티 제품이다. 다른 제품군에 비해 부담이 적은 가격대이면서도 제품이 주는 만족감은 높다. 게다가 K뷰티 열풍에 힘입어 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그중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VDL의 브랜딩이 눈에 띈다. 매년 트렌드 컬러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컬러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팬톤, 그들과 협업해 출시한 아이섀도 팔레트인 일명 '아이북'은 2016년 초 없어서 못 팔 만큼 높은 호응을 얻었다. 

사실 VDL이 팬톤과 함께 만들어낸 것은 단순한 컬러가 아니었다. '컬러에서의 치유'를 표방한 VDL은 로즈 쿼츠와 세레니티 두 컬러의 조화를 통해 평온해지고 균형을 찾아가는 감성을 얘기했다. 광고에서 보이는 파스텔적인 색감 속에 몽환적으로 이어지는 그림과 음악은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치유'를 전달하고 있다. 단순한 뷰티 제품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코코 로샤를 비롯한 세계적인 모델을 통해 꾸준히 만들어내는 국제적인 분위기는 브랜드의 특별한 감성이 되었다. 그렇기에 VDL을 선택한다는 건, 제대로 된 감각을 선택했다는 만족을 갖게 한다. 

가치라는 것은 '공감'에서 비롯된다. 바로 '내가 원하던 생활' 혹은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라고 공감이 되는 순간, 그 브랜드는 내게 가치 있는 소유가 되고 경험이 된다. 공정무역 커피로 유명한 런던의 몬머스 커피는 긴 줄을 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차례를 기다린다. 맛있는 커피뿐 아니라 의식 있는 소비에 동참한다는 가치를 주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보다 몬머스를 선택해야 할 근사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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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감은 '진심'에서 시작된다. 기계로 커피를 뽑아내는 스타벅스와는 다르게 몬머스는 그 많은 커피를 일일이 핸드드립으로 내려준다. 그렇게 질 좋은 커피를 준비하는 진심이 좋은 제품을 찾아다니는 트렌드세터들을 이끌었고, 핫한 곳에서 커피를 구매한다는 생각과 함께 좋은 트렌드에 동참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제품력이 진심이 되고, 브랜드의 행동과 실천이 공감이 되고, 소비 경험이 가치가 되는 시대. 그 가치를 위해 소비자는 긴 줄도 마다 않고 불편함도 서슴지 않는다. 

[신숙자 HS애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239453&year=2016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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