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수 교수의 21세기 소셜마케팅 / ② 디지털시대 브랜드 생존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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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코닥 순간'이라는 광고 문구로 필름 시장을 주름잡았던 코닥(Kodak)은 이제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으로 사라지고,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인스타그램' 순간만이 있다. 코닥은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여 7000여 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시장 변화에 한발 앞서 대처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주력 사업을 보호하려다가 120여 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2012년 기업 회생을 위한 파산 신청을 했다. 코닥의 몰락에서 광속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계속 혁신하지 않으면 와해적 혁신 세력에 예전의 영화를 물려줘야 함을 배운다. 

오늘날 이런 와해적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이 기본으로 하는 게 있다. 바로 사회적 자본을 쌓는 것이다. 브랜드 역시 사회적 자본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 전 세계에 걸쳐서 20세기에 통하던 마케팅 캠페인의 성공 공식이 21세기에는 잘 먹히지 않는 사례들이 계속 보고된다. 

미국 정치만 봐도 텔레비전 시대의 논객과 각 당의 선거 전문 컨설턴트들의 역할과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신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후보자들의 짤막한 논평과 주장, 그리고 각 당의 지지자들이 쏟아놓는 온라인상 의견들과 설전이 선거전을 주도하는 느낌이다. 

조작되는 예도 있지만, 블로그나 SNS에 나오는 수많은 사용 후기,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남겨진 사용자 리뷰와 별점 등 이젠 모든 분야에서 소비자가 직접 올린 경험이 마케팅 담당자의 포장을 압도하는 시대가 왔다. 

이처럼 새로운 상거래 환경에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브랜드 전략의 개념적 정립이 불가결해 보인다. '브랜드 리더십'의 공저자이자 글로벌 컨설팅 회사 비발디 파트너스 CEO인 에릭 요컴스탈러 등은 2013년 학술지 '장기 계획(Long Range Planning)'에 발표한 논문에서 브랜드의 사회적 화폐(소셜 커런시)를 구성하는 6개 가치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했다. 이들이 밝힌 브랜드의 사회적 화폐를 구성하는 6개 가치에 주석을 달아 봤다.  

(1) 정보 가치 : 당신의 브랜드에 관해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가 교환되는가이다. 20세기에 브랜드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던 방식과 다른 점은 브랜드 관련 정보를 소비자가 직접 생산한다는 것과 정보가 더 시각적이 되었다는 점이다. 

(2) 유용 가치 : 당신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관련 있고 필요한가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웰빙이나 행복에 얼마나 이바지하는가가 중요하다. 

(3) 대화적 가치 : 당신의 브랜드가 얼마나 많은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가, 혹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당신의 브랜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이다. 당신의 브랜드에 관한 대화가 많을수록 그 브랜드는 시장에서 대세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화폐다. 

(4) 지지적 가치 : 당신의 브랜드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지하고 대변해주는가이다. 예를 들어 SNS상에서 당신의 브랜드에 관한 좋은 경험을 말해주는 것이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당신의 브랜드를 방어해주는 행위를 포함한다. 

(5) 정체성 가치 : 당신의 브랜드를 즐겨 사용하는 수많은 소비자가 다른 브랜드 소비자와 다르게 공유하는 있는 소비자의 특색이나 정체성을 말한다. 

(6) 소속 가치 : 당신의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갖는 소속 가치를 말하는데, 이는 가장 높은 차원의 소셜 커런시로 볼 수 있다. 브랜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요즘 마케팅의 궁극적 목표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소속 가치 차원의 브랜드의 소셜 커런시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브랜드의 소셜 커런시를 구성하는 각기 다른 가치 요소들을 이해하면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통찰을 가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전략적 통찰은 마케팅 담당자가 브랜드의 역사와 속한 제품군, 그리고 경쟁 관계에 따라 특정 가치를 높이는 전략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탄산음료를 파는 브랜드가 추구할 소셜 커런시는 정보나 소속 가치보다는 유용 가치나 정체성 가치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코카콜라가 '행복을 여세요'나 '테이스트더필링'이라는 태그라인을 쓴 것은 행복감이라는 유용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고, 펩시가 한때 '펩시 세대'를 강조했던 것은 정체성 가치를 높이려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통찰은 브랜드의 소셜 커런시를 구성하는 각각의 가치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의 소셜 커런시는 정보 가치에서 소속 가치로 올라가며 다른 층위를 형성한다. 정보나 대화 가치보다는 지지, 정체성 그리고 소속 가치가 더 값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보 가치나 대화 가치 등은 시장에서 당신의 브랜드가 대세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세 번째 통찰은 당신의 브랜드가 소셜 커런시의 특정 가치에 너무 오랫동안 묶여 있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리포지셔닝을 통해 베이비붐 세대 남성을 사로잡았던 할리 데이비슨은 SNS상에서 대화적 가치는 낮지만 브랜드 정체성이나 소속 가치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높다. 하지만 브랜드를 지탱했던 핵심 고객들이 장·노년층으로 편입돼 가는데 비디오게임 세대들은 오토바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 할리 데이비슨은 크게 고전하고 있다. 이런 경우 할리 데이비슨은 과감하게 다른 가치의 소셜 커런시를 키우는 마케팅과 PR 전략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 통찰은 소셜 커런시는 광고로 높일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늘날 제품의 구매는 광고나 마케팅 담당자가 만든 메시지보다는 나와 같은 다른 사람이 올린 경험에 기반을 둔다. 경험이 이끄는 구매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 매력적인 광고 문구가 아니라 다른 이의 진솔한 경험이며 브랜드가 주는 신뢰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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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경험적 가치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마케팅 담당자들이 자연스럽게 든 성배는 이른바 소비자들의 브랜드 참여(engagement)다. 제품의 구매 전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얼마나 깊이 관심을 두고 정서적으로 연결되며 브랜드와 소통하고 관계하려는가를 일컫는 말이다. 소셜 커런시를 높이기 위한 투자와 전략적 포석은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갖는 인게이지먼트를 높임으로써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임준수 미국 시라큐스대 교수]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239455&year=2016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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