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장관 30여명 총출동…국가브랜드·성 패트릭 날, 세계 돌며 홍보 올인

사절단 파견 비용보다 200배 이상 수입 올리고
관광객 6만5천명 유치…세계인의 축제로 만들어


#1. 매년 3월 17일이면 전 세계는 녹색으로 물든다.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을 가득 메우고 백악관 분수대는 녹색으로 물든다. 파리의 디즈니랜드는 잠자는 공주의 성을 초록빛으로 꾸몄다. 

#2. 지난 20일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지하 식품관에서는 커다란 '블루랍스터'와 '브라운 크랩'을 들고 너털웃음을 짓는 파란 눈의 외국인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아일랜드의 의전 서열 3위 브랜든 하우린 공공지출 및 개혁부 장관이었다. 이 백화점에서 열리는 '아이리시' 식재료전 행사 홍보를 위해 매장을 찾은 것이다. 

온 세계를 녹색바다로 만드는 '성 패트릭의 날'은 아일랜드 고유 명절이다. 그러나 아일랜드 정부의 고위직 공무원들에겐 1년 중 가장 바쁜 기간이다. 일주일 동안 전 세계를 돌며 성 패트릭의 날과 국가브랜드를 홍보하는 가장 빡빡하고 중요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 패트릭의 날인 17일을 전후한 일주일 동안 아일랜드는 총리를 비롯한 30여 명의 각 부처 장관들이 전 세계 곳곳을 방문하며 축제를 홍보한다. 꼭 필요한 1~2명의 장관만 국내에 남아 최소한도의 업무를 유지한다. 

올해는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를 비롯해 29명의 장관이 세계 각지로 흩어져 홍보전에 나섰다. 케니 총리는 지난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했고 한국에도 하우린 장관을 비롯한 경제사절단이 찾아왔다. 성 패트릭의 날은 9~10세기 영국에 살다 아일랜드로 납치된 뒤 기독교를 전파하다 순교한 패트릭 성인을 기리는 날이다. 아일랜드에서 이날을 국경일로 지정한 것은 1903년이다. 국경일 지정 후에도 아일랜드 거주 국민들과 세계 각지에 나가 있는 아일랜드 교포(아일랜드 디아스포라)들만 축제를 즐겼다. 

성 패트릭의 날이 세계적 축제 반열에 올라서고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이 총출동해 경제사절단으로 글로벌 홍보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국제적으로 아일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고 축제에 대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려는 정부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아일랜드 정부는 1995년 세인트 패트릭 페스티벌 위원회를 조직한 후 1997년에 축제기간을 3일로 늘렸고 2000년에는 아예 4일로 늘렸다. 성 패트릭의 날을 크리스마스를 능가하는 세계적 축제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실제 경제효과는 탁월하다. 전 세계적인 축제로 아일랜드 국가브랜드가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아일랜드 대표상품인 기네스맥주가 불티나게 소비된다. 4일 동안 열리는 성 패트릭의 축제 기간에 아일랜드를 찾는 관광객은 6만5000여 명에 이른다. 2010년 아일랜드가 구제금융까지 받으면서도 행사를 한 번도 쉬지 않은 이유다. 관광객 유치와 외국투자를 견인하면서 매년 외교사절단을 보내는 비용(약 30만유로)보다 훨씬 많은 6000만유로(약 72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아일랜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국가를 홍보하고 경제교역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공무원들 태도도 이런 전 세계적 홍보 덕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아일랜드산 식재료는 2013년 초까지만 해도 한국에 거의 알려진 적이 없다. 그러다 2013년 말 아일랜드식품공사가 현대백화점 측에 문을 두드렸다. 당시 아일랜드식품공사 측이 현대백화점 측 수산물 담당 바이어들을 현지로 초청했는데 당시 아일랜드 의전서열 2위인 프란시스 피츠제럴드 법무장관이 직접 이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수출 논의까지 했다는 것이다. 


[박인혜 기자 / 박은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7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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