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현대그룹·佛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도 발목
롯데家 사태도 고령 총수의 불안한 판단력 탓
정상인의 뇌(왼쪽)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오른쪽).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면 뇌신경세포가 죽고 뇌세포 간 소통이 막혀 기억상실 등으로 악화된다.
"경영자로서 판단 능력에 문제가 없다."(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측)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상태다."(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
롯데그룹 승계를 둘러싼 형제간 싸움이 부자간 경영권 분쟁으로 치달으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소위 '신격호 디스카운트'다.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롯데 분쟁의 원인 중 하나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다. 그룹 주변에서는 그가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기업 대표는 눈에 보이는 신체건강을 위해 최고급 건강검진과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정신건강은 다르다"며 "문제는 대표가 우울증, 경도인지장애, 치매증상을 보여도 어느 누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충언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기업 문화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라면 해고될 것을 각오하지 않는 한 그런 말을 꺼내기 힘들다"며 "창업자 혹은 최고경영자(CEO)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치매와 같은 정신질환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은 대표적 국내 기업으로 옛 현대그룹이 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건강한 체력을 유지했다. 테니스, 수영으로 체력을 다지고 스스로 100세 장수를 확신했다. 신입사원연수회에서 신입사원과 씨름을 즐기는 고인의 모습은 지금도 유명하다. 그는 대선 출마와 소몰이 방북 등으로 정력적 활동을 이어갔지만 2000년 들어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고,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불안한 공동 회장 체제를 방치하다 결국 '왕자의 난'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에서도 치매로 인한 경영권·재산 분쟁이 불거진 사례가 있다. 세계 유명 화장품회사 로레알이다. 로레알 상속자 릴리안 베탕쿠르는 치매로 인해 수백억 달러 규모 재산권을 놓고 딸과 분쟁을 겪었다. 8년을 끌던 이 분쟁은 최근 프랑스 지방법원이 베탕쿠르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점을 악용해 금품을 갈취한 지인과 재산관리인 등 8명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막을 내렸다.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상태다."(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
롯데그룹 승계를 둘러싼 형제간 싸움이 부자간 경영권 분쟁으로 치달으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소위 '신격호 디스카운트'다.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롯데 분쟁의 원인 중 하나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다. 그룹 주변에서는 그가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기업 대표는 눈에 보이는 신체건강을 위해 최고급 건강검진과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정신건강은 다르다"며 "문제는 대표가 우울증, 경도인지장애, 치매증상을 보여도 어느 누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충언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기업 문화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라면 해고될 것을 각오하지 않는 한 그런 말을 꺼내기 힘들다"며 "창업자 혹은 최고경영자(CEO)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치매와 같은 정신질환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은 대표적 국내 기업으로 옛 현대그룹이 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건강한 체력을 유지했다. 테니스, 수영으로 체력을 다지고 스스로 100세 장수를 확신했다. 신입사원연수회에서 신입사원과 씨름을 즐기는 고인의 모습은 지금도 유명하다. 그는 대선 출마와 소몰이 방북 등으로 정력적 활동을 이어갔지만 2000년 들어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고,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불안한 공동 회장 체제를 방치하다 결국 '왕자의 난'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에서도 치매로 인한 경영권·재산 분쟁이 불거진 사례가 있다. 세계 유명 화장품회사 로레알이다. 로레알 상속자 릴리안 베탕쿠르는 치매로 인해 수백억 달러 규모 재산권을 놓고 딸과 분쟁을 겪었다. 8년을 끌던 이 분쟁은 최근 프랑스 지방법원이 베탕쿠르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점을 악용해 금품을 갈취한 지인과 재산관리인 등 8명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막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국내 상당수 중소기업 창업자들이 고령화함에 따라 치매 등 예상치 못한 문제로 상속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며 "치매에 대해 보다 적극적 관심을 갖고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는 전조증상이 있다. 인지기능을 유지하며 정상적 생활을 유지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치매에 걸리는 일은 매우 드물다. 물론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생기면 기억력이나 판단력, 언어기능을 순식간에 잃어 마치 갑자기 치매가 발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치매는 정상기능에서부터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해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치매로 진행된다.
치매 명의로 손꼽히는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 "40대 초중반 나이에 처음으로 치매 씨앗이라는 독성단백질 아밀로이드 반점이 대뇌피질에 생기면서 뇌가 병들어 간다"며 "작은 점으로 시작된 아밀로이드 씨앗이 20~30년 동안 점차 주변으로 번져가면서 쌓이면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된다"고 설명했다. 한 원장은 "건망증이 점차 심해지고 중요한 일을 잊기도 하며 꼭 집어낼 수 없지만 무언가 성격이 달라진 기미가 보인다면 한번쯤 치매전문가에게 진료를 받도록 권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가 쌓이는 오랜 기간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내다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 70~80%가 기능을 잃어가면 비로소 치매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초기 치매 단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기억장애는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휴일인 어제는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났는지와 같은 최근의 일들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또 금전관리·길찾기 장애가 흔히 나타난다. 성격도 변해 주변 일에 관심이 줄고 감각이 무뎌진다.
반면 과거의 기억, 예를 들어 초등학교 시절 친구와 재미있게 보냈던 일, 학교 담임선생님과의 에피소드, 첫 번째 봄소풍은 어디로 갔고 날씨는 어떠했는 지, 심지어 보물찾기에서 무슨 상품을 받았는지까지 비교적 소상하게 기억하기도 한다.
그러다 병이 진행되면 최근 기억은 물론 과거 기억을 포함한 모든 인지기능이 소실돼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할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말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체중이 줄고 영양상태가 나빠 스스로 움직이기 힘들고 면역력이 급격히 악화된다. 그렇게 되면 욕창이 발생하기 쉽고 폐렴이나 요로감염이 발생하면 이차적으로 패혈증이 생겨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인제대 백중앙의료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미국은 대통령이나 글로벌 기업 CEO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성과 함께 정신과 신체 건강이다"라며 "의회 청문회에서도 재산보다 철학, 정신·신체 건강을 가장 주의깊게 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내 대기업도 이젠 국민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CEO 자신들도 건강할 때 유능하고 건강한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거나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치매는 전조증상이 있다. 인지기능을 유지하며 정상적 생활을 유지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치매에 걸리는 일은 매우 드물다. 물론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생기면 기억력이나 판단력, 언어기능을 순식간에 잃어 마치 갑자기 치매가 발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치매는 정상기능에서부터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해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치매로 진행된다.
치매 명의로 손꼽히는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 "40대 초중반 나이에 처음으로 치매 씨앗이라는 독성단백질 아밀로이드 반점이 대뇌피질에 생기면서 뇌가 병들어 간다"며 "작은 점으로 시작된 아밀로이드 씨앗이 20~30년 동안 점차 주변으로 번져가면서 쌓이면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된다"고 설명했다. 한 원장은 "건망증이 점차 심해지고 중요한 일을 잊기도 하며 꼭 집어낼 수 없지만 무언가 성격이 달라진 기미가 보인다면 한번쯤 치매전문가에게 진료를 받도록 권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가 쌓이는 오랜 기간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내다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 70~80%가 기능을 잃어가면 비로소 치매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초기 치매 단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기억장애는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휴일인 어제는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났는지와 같은 최근의 일들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또 금전관리·길찾기 장애가 흔히 나타난다. 성격도 변해 주변 일에 관심이 줄고 감각이 무뎌진다.
반면 과거의 기억, 예를 들어 초등학교 시절 친구와 재미있게 보냈던 일, 학교 담임선생님과의 에피소드, 첫 번째 봄소풍은 어디로 갔고 날씨는 어떠했는 지, 심지어 보물찾기에서 무슨 상품을 받았는지까지 비교적 소상하게 기억하기도 한다.
그러다 병이 진행되면 최근 기억은 물론 과거 기억을 포함한 모든 인지기능이 소실돼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할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말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체중이 줄고 영양상태가 나빠 스스로 움직이기 힘들고 면역력이 급격히 악화된다. 그렇게 되면 욕창이 발생하기 쉽고 폐렴이나 요로감염이 발생하면 이차적으로 패혈증이 생겨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인제대 백중앙의료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미국은 대통령이나 글로벌 기업 CEO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성과 함께 정신과 신체 건강이다"라며 "의회 청문회에서도 재산보다 철학, 정신·신체 건강을 가장 주의깊게 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내 대기업도 이젠 국민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CEO 자신들도 건강할 때 유능하고 건강한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거나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52013
'세상사는 이야기 > 생활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건강] 30세이상 셋 중 한명 당뇨병 고위험군…예고된 당뇨대란 (0) | 2015.08.10 |
---|---|
[스크랩/건강] 5세 2명중 1명은 치매…이젠 치료에서 예방으로 (0) | 2015.08.06 |
[스크랩/건강] [Health] 당뇨병 걱정된다면 탄수화물 섭취 줄여라 (0) | 2015.06.03 |
[스크랩/생활상식] (0) | 2015.04.20 |
[스크랩/건강/치매] 치매 정복 위해 우주라도 간다 (0) | 2015.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