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發 금융 지각변동의 현장 美샌프란시스코 르포

비자 자동차스크린 결제 시장 개척나서
웰스파고 핀테크 투자로 700조시장 공략


◆ 세계 모바일금융 대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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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부 금융지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세계 최대 카드사 비자(Visa)의 본사 빌딩. 이 빌딩 사무실엔 칸막이가 없다. 직원 간 회의가 수시로 이뤄질 수 있도록 디자인한 사무실이다. 특히 사무실 벽을 화이트보드로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아이디어 회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어맨다 피레스 글로벌 혁신 담당 부사장은 “앞으로 펼쳐질 금융기술 경쟁에 대비해 본사를 이전했고, 겉모습부터 내부 문화까지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비자가 변신을 모색하는 이유는 최근 5년 사이 완전히 바뀐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 때문이다. 

5년 전만 해도 비자의 영업 상대는 사실상 은행뿐이었다. 비자와 은행이 손잡고 세계 지급결제 시장 규준을 정하면 누구도 거기에 토를 달 수 없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스마트폰 등장에 따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시장 플레이어가 전통적 금융영역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AT&T, 보다폰 등 통신사뿐만 아니라 페이팔, 알리페이 등 지급결제업체가 비자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실리콘밸리에 집중된 IT기업이 핵심 고객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모바일 결제솔루션 개발업체인 스퀘어(Square)와 루프페이(LoopPay)가 대표적이다. 

비자는 두 회사처럼 끊임없이 혁신적인 금융기술을 개발하는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그들과 함께 새 결제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시연한 ‘운전 중 결제서비스(In Car Payment)’도 비자와 일부 핀테크 기업이 함께 만든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내부에 장착된 스크린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비자카드 보유자들이 자동차로 이동 중에도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2017년 700조원에 달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도 장악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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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술회사 끌어안기에 나선 건 대형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1위 은행인 웰스파고(Wells Fargo)는 실리콘밸리 소재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육성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웰스파고는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활용한 카드 결제 인증 서비스 제공업체인 주미고(Zumigo), 카시스토(Kasisto), 아이베리파이(EyeVerify) 등에 최대 수십만 달러를 쏟아붓는다. 미국 은행 뱅크오브뉴욕(BNY)멜론은 실리콘밸리에 기술연구소를 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수레시 쿠마르 BNY멜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술연구소 출범과 관련해 “출판, 운송, 접객업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는 영역파괴 바람을 주목하고 있다”며 “금융 분야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누군가 우리 영역을 침범하길 기다렸다가 대응할 수 없다”며 “공격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캐피털원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인 유니언스퀘어 인근 지점의 지하 1층부터 2층까지를 인터넷 카페 형식으로 꾸몄다. 핀테크와 벤처기업 관계자들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동시에 이미지 쇄신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애플·구글·페이스북 등을 비롯해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도 모바일 금융 결제업에 뛰어들면서 금융사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자 90% 이상을 회원으로 보유한 카카오와 삼성전자 그리고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가 금융서비스업에 진출했다. 

핀테크를 핵심 동력으로 한 ICT 기업이 글로벌 금융권에 불어넣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사실상 ‘2차 산업혁명’이다. 전통적으로 은행의 고유 업무였던 송금, 결제 등 은행 기능 자체를 혁신·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견이나 증기기관차 개발에 버금갈 정도로 금융권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어 재편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 핀테크(FinTech):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송금·결제·융자·자산관리 등 각종 금융서비스 관련 기술을 뜻한다. 전통적 금융 업무를 대체해 비용 절감을 이루고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이유섭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08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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